"사망 앞둔 환자여도 뇌출혈 진단 못한 의료진 배상해야"

"사망 앞둔 환자여도 뇌출혈 진단 못한 의료진 배상해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1.0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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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기회 상실로 인한 정신적 고통...위자료 3500만 원 지급 판결
서울중앙지법, 사망 피하긴 어렵지만 생존 연장 기대할 수 있어

 

▲ 서울중앙지방법원

사망이 임박한 환자에게 발생한 뇌내출혈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경우 의료진이 환자와 가족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망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보존적 치료로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케 해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A씨의 가족이 B상급종합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1억 4000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4가합590867)에서 3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소송비용의 70%는 원고가, 30%는 B병원이 부담토록 했다.

A씨는 2013년 B상급종합병원에 내원, 빈혈 치료를 받았으며, 12월경 혈소판 감소증·골수이형성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2014년 4월 19일 비장 파열이 발생, 4월 21일 비장동맥 색전술을 받았으며, 4월 23일 호흡 곤란·전신 부종 등으로 응급실에 내원했다.

응급실 내원 당시 전신 부종·복부 팽만·출혈 등이 관찰됐다. 골수 검사 결과, 만성 골수단핵구성 백혈병으로 진단됐으며, 지혈제 처방과 함께 카테터를 이용한 배액술을 실시했다.

6월 5일 복강경하 비장절제술을 시행했으나 수술 부위에 출혈이 지속되고, 호흡곤란·복부 통증 등을 호소하자 6월 7일 개복 하에 출혈조절술을 실시했다. 상태가 호전되자 6월 9일 일반 병실로 옮겼다.

A씨는 6월 13일 오전 '목소리가 잘 안나온다'며 통증을 호소했으며, 이비인후과 협진 결과, 성대 마비·급성 후두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6월 13일 오후 11시경 복부 통증과 함께 두통(강도 4)을, 오후 11시 20분경에도 두통을 호소했다.

의료진이 진통제를 투여하자 오후 11시 50분경 통증(강도 2)이 감소했다.

6월 14일 오전 1시 10분경 복부 불편감·두통과 함께 호흡곤란·오심·어지러움을 호소하자 의료진은 산소 공급과 함께 항구토제를 투여했다.

오전 2시 20분, 2시 40분, 3시 13분에도 오심·지속적인 어지르움·두통을 계속 호소했으며, 3시 13분경에는 호흡시 협착음이 들리고 호흡곤란이 악화됐다.

오전 4시 20분경 기면 상태에 빠지자 의료진을 항염제를 투여하고, 4시 48분경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했다. 의료진은 4시 52분경 후두부 부종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판단, 기관 삽관과 함께 5시경 중환자실로 옮겼다.

혈압은 오전 1시 10분경 131/88mmHg에서 5시 40분경 70/34mmHg로 떨어졌으며, 6시 30분경 급성 저혈압 치료제를 투여하자 일시적으로 104/52mmHg까지 호전됐으나 8시 15분경 다시 60/30mmHg로 떨어졌다.

11시경 동공 빛 반사가 소실됐으며, 뇌 CT 검사 결과, 우측 소뇌 부위 뇌내출혈이 발견됐다.

신경외과 의료진은 뇌내출혈은 개두술을 통한 감압술과 혈종제거술이 원칙이지만 이미 뇌간 반사가 없는 혼수상태로 뇌사상태에 있다고 판단된다며 수술적 치료는 의미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6월 16일 오전 11시 5분경 심정지로 사망했다.

A씨가 사망하자 가족은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출혈 가능성이 높고, 뇌출혈을 의심할 수 있는 오심·두통 등 신경학적 이상증상을 호소했음에도 의료진이 뇌출혈을 의심하지 못하고 진단을 지연,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며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호흡곤란과 함께 두통·오심·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의식까지 저하되기에 이르렀다면 의료진은 급성 후두염 이에외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며 "혈소판 감소증 환자에다 두통·오심 등의 증상은 뇌출혈의 일반적인 증상이어서 뇌출혈 발생 여부가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었으므로 그에 대한 검사 및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최초 두통 호소로부터 12시간, 오심·구토 호소 시로부터 10시간이 지난 6월 14일 11시경 동공 반사가 소실되자 그제서야 뇌CT 검사를 실시했다"며 진단 지연 문제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의 과실이 없었더라면 뇌내출혈에 대한 보존적 치료를 통해 다소나마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다"면서 "치료를 받아 볼 기회를 상실하고, 이로 인해 가족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위자료 청구 부분은 이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혈소판 감소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출혈은 예상할 수 없는 점, 뇌내출혈 발생에 의료진의 과실이 없는 점, 혈소판 감소증 환자의 경우 뇌내출혈 발생 시 개두술을 할 경우 위험성이 큰 점, 백혈병으로 인한 혈소판 감소증 환자에게 뇌출혈이 발생한 경우 30일 이내 사망률이 64% 정도이고, 혈소판을 투여한다 해도 예후가 대단히 불량한 점 등을 들어 "뇌내출혈을 조기에 진단했다 하더라도 생존 기간을 다소 연장시킬 수 있을지언정 사망의 결과를 피할 수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일실 수입 및 장례비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부분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위자료 액수는 배우자 800만 원, 자녀 각 300만 원으로 정했다. 망인에 대한 위자료 2100만 원은 상속 지분에 따라 배분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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