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는 수술만 잘하면 끝? 이젠 아니다"

"외과의사는 수술만 잘하면 끝? 이젠 아니다"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11.1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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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능력은 필수, 소통과 리더십의 비임상 능력도 갖춰야
뚝뚝 끊기는 의대-전공의-평생교육 과정 융합하는 교육 마련돼야

▲ "융합의 시대에선 임상능력뿐 아니라 리더십과 의사소통 능력 등 비임상능력도 갖춰야 한다"는 안덕선 교수 ⓒ의협신문 박소영
"'외과의사가 수술 잘하고 술 잘 먹음 됐지, 뭘 더?'란 시대는 갔다. '위대하신 주임 교수님' 말씀만 따라가는 의국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어느 분야든 융합이 트렌드로 떠오른 지 오래다. 그러나 아직 의료계, 특히 의사 교육과정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안덕선 고려의대 교수(세계의학교육연합회 부회장)는 11일 열린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학술대회에서 '융합시대의 의사 양성 체계의 변화 방향'을 발표하며, 분절화된 의사양성 교육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융합의 시대에선 임상능력뿐 아니라 리더십과 의사소통 능력 등 비임상능력도 갖춰야 하며, 전공의들의 역량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가 가장 먼저 지적한 건 폐쇄적인, 일명 '제도식' 의사양성 교육제도. 안 교수는 "임상과 기초, 의국과 교실, 연구간 분절화가 심해 대학교육과 전공의교육, 평생교육간 분절이 심하다. 고질적인 위계로 인한 구조적 폭력과 좁은 시야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 시절 '위대하신 주임 교수님' 따라가는 게 우리의 목표 아니었나. 전공의와 전문의간 교육내용도 구별되지 않았다. 전공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교수님에게 잘 보이면 높은 평가를 받는 게 솔직히 가능하다. 조직에 끼지 못하면 실력이 좋아도 영원히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폐쇄적인 연구문화도 지적했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간호조무사, 과학자 등 관련인 모두가 협력하는 '소셜 프렉티스'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의사들끼리만 연구하면 법적, 윤리적으로 저촉되거나 상용화 문제에 부딪힌다"며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의대와 전공의 시절, 평생교육에 걸쳐 임상능력뿐 아니라 소통능력과 리더십, 팀워크 등 비임상능력도 하나로 융합돼야 한다고 했다. 현재 의대에서 관련 교육도 이뤄지고 있지만 "너무 피상적"이라 지적했다.

그는 "임상역량은 필수 조건이고 비임상능력은 충분 조건이다. 비임상적 역량에 변화를 주도하는 힘이 있다"며 이같은 융합교육의 선두주자로 캐나다를 꼽았다.

안 교수는 "캐나다에서는 의사의 자질로 의료전문가, 대화자, 협력자. 관리자, 건강수호자, 의학자, 전문가의 7개 역량을 요구한다"며 "2014년 대한의학회에서도 바람직한 전공의 공통교육역량을 개발해 연구 중이다. 환자 진료, 소통과 협력, 사회적 책무성, 전문직업성, 교육과 연구를 대한민국의 의사상으로 소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평가도 교수 개인의 성향이나 판단에 좌우되지 않으며, 전공의의 실제 능력을 하나하나 점검해보는 역량평가제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같은 4년을 보내도 열심히 공부한 사람과 벼락치기로 6개월간 공부한 전공의가 함께 시험을 보게 된다"며 "각 진료과목별로 반드시 해야 하는 술기 등을 꼽아 일일이 체크해야 한다"며 미국 사례를 들었다.

그는 "병원 단위가 아닌 시 단위로 8개 대학병원이 스케쥴을 공유하는 곳이 있다. A병원 교수가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그 병원에 B병원 전공의가 가서 보고 배우는 식의 방식도 도입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걸 해본 적이 있나? 거의 안 한다. 교수들도 '한 번 탁 보면 안다. 내가 4년을 데리고 있어서 어떤 애인지 안다. 그래도 내 새끼인데 전문의 시험은 보게 할 거다'라고 말한다"며 국내 현실을 비판했다.

이어 "우리가 전공의 교육을 왜 하는가? 우리의 편익을 위해? 아니면 좋은 의료인을 만들기 위해?"라 반문하며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앞으로의 전공의 교육은 사회적 역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의학교육 내 폭력성과 분절성을 없애고 존중과 협력의 문화를 키워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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