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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지위' 사회 인정·대중 지지 밑거름
'전문직 지위' 사회 인정·대중 지지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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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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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윤리 지침·강령 중요한 이유는?
김옥주(서울의대 교수 인문의학교실)
 

"의사 최순실은 개원할 때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해주고 가정의 대소사를 자기 일처럼 챙겨주는 K제약회사의 약을 주로 처방한다."

▲ 김옥주(서울의대 교수 인문의학교실)

"의사 홍길동은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김복동 의사가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돼 간혹 환자를 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모른체 하고 있다."

"의사 이몽룡은 몇 년째 진료하는 자신의 여성 환자와 연애를 시작해 성관계를 갖는 사이가 됐다."

의사들이 이런 행위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옳을까? 만일 위와 같은 상황에 대해 의사집단의 행위 규범이 없고, 의사들 내부에서 자정할 수 있는 기제가 없다면 의사들이 환자와 사회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사들이 이런 상황에서 어떤 가치를 공유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알려주는 지침이 없다.

십여 년 전인 2006년 개정한 의사윤리지침이 있으나, 위와 같이 진료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지침은 없다.

의사의 이해 상충 관리, 환자와의 애정 관계 금지를 포함한 환자의 인격과 사생활 존중, 동료 의사의 잘못에 대한 대응 등 전문직으로서 의사집단이 환자와 사회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사들의 윤리 규범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다행히 새로운 의협 윤리지침 개정안에는 이런 내용을 포괄하고 있으며, 개원의·전공의 등 여러 직종의 의사들과 모든 전문의학회의 검토와 참여를 통해 준비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비윤리적인 의사들에 대한 스캔들로 인해 의사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지켜야 할 윤리적 가치를 천명하고, 의사들의 행동을 규범적으로 안내할 실제적인 윤리를 제시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고도 중요하다.

의료사회학자 조병희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20세기 말 의사들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저하되면서 이에 대한 반성과 대응으로써 의사단체와 의사들 내부에서 의료윤리의 중요성과 의료전문주의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가 새롭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20세기 중반기에 미국 의사들은 사회에서 부여한 전문직으로서 특권적인 지위를 누렸기 때문에 사회학자들의 연구대상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로 의사가 전문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돈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대중의 교육이 향상되고 소비자 주권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과학기술과 의료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와 의존도가 하락했다.

전문직으로서 의사들의 지위가 급격하게 하락해 사회학자들이 더 이상 의료전문주의에 대해 연구하지 않을 때, 역설적으로 미국의 의사들은 의료전문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전문직의 지위는 저절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신뢰로부터 나온다는 점이 중요하다. 리차드 크루어스는 의료전문가로서 의사의 지위는 본래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며, 그 지위를 유지하려면 의사가 신뢰할만하다는 대중의 지지와 믿음을 얻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즉 의사가 믿을만하다는 신뢰를 받아야 하며, 이는 의사들의 사회적 책무와 윤리성에 근거하고 있다. 의사가 신뢰를 얻으려면 사회가 기대하는 의무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사회에 대한 책무와 윤리성을 나타내는 내용이 의사협회 의사윤리강령이며, 의사들의 구체적인 행위규범을 지시하는 전문직업성의 바탕이 되는 것이 의사윤리지침이다.

▲ 의사윤리 지침·강령이 왜 중요할까. 무엇보다도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배타적인 권한과 책임을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전문직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2002년 열린 한국의료윤리심의기구협의회 출범식.

의사협회 의사윤리 지침·강령이 왜 중요한가? 무엇보다도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배타적인 권한과 책임을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전문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료전문직(medical professionalism)의 핵심은 자율성과 윤리이다. 2500년 전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도 나타나듯이, 무엇보다도 의사들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에 높은 윤리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대사회가 의사들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스스로 통제하고 규율할 수 있도록 전문직으로서 자율성을 부여하는 데에는 의사들이 사회에 대해 가지는 책무를 다한다는 전제가 있다.

의사들의 전문가 자율성은 의사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훈련할 것인가, 어떤 사람에게 의사 면허나 전문의 자격을 부여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게 하며, 또한 의사들이 전문가로서 어떠한 가치와 규범을 지니며 행위를 할 것인가 역시 의사들이 결정해서 지켜야 한다.

이런 의사들의 집단적인 전문직 규범과 가치는 의사협회의 의사윤리강령으로 나타나며 의사윤리지침은 의사들의 구체적인 행위규범으로 표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의사협회 의사윤리 지침·강령이 실제로 의사들의 진료와 사회적 실천을 안내하는 살아있는 규범이 되기 위해서는 의사들 내부에 대해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이를 지키지 않는 의사들 구성원에 대해 책임을 묻고 제재하는 기준으로 삼아 자율적인 자정 노력이 대사회적인 신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의사윤리강령은 준 사법적인 구속력이 있어 이를 위반하는 의사들은 면허를 일시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의사협회 의사윤리 지침·강령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검토해 개정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의료전문직업성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의학교육의 전 과정에서 교육해 미래 세대의 의사들에게 변화하는 사회적 기대에 의사가 어떻게 부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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