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체계 이대로 가면 망한다"

"한국 의료체계 이대로 가면 망한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1.1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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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재정 갈수록 바닥...고령화·저출산·통일 대비해야
KHC 전문가 패널 "예방·치료·재활 통합관리체계 구축" 제안

▲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한 병원 국제학술대회에서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한국 의료전달체계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을 펼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현재의 의료체계로는 2024년 건강보험 재정 위기와 함께 저출산·고령화와 통일이라는 변수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8일 '한국의료전달체계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병원국제학술대회(KHC) 기획 토론에서 박경수 삼정회계법인 이사는 주제발제를 통해 "의료전달체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건강보험재정 파탄이라는 변수가 등장할 것"이라며 "2060년 피부양인구가 전체인구의 절반 차지하면서 1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화두를 던졌다.

윤석준 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문화활동을 하듯이 오전에 A클리닉, 오후에 B클리닉을 방문하는 의료이용 문화와 함께 건강보험 재정 위기와 통일 문제가 있다"면서 "고령화시대 맞아 이런 패턴은 감당할 수 없고,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험실 선임연구위원 역시 "현 정부에서 3대 비급여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에 약 24조원을 투입했다. 누적 적립금은 2024년 정도면 없어질 것"이라며 "5∼10년 뒤에 벌어질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지만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은 "국민이 고급의료를 선호하고, 일차의료에 대해 신뢰감을 주지 못하면서 의원급의 비중과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현행 의료체계에서는 의원급은 회복할 수 없고,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널토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질병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의료비를 절감하면서 국민의 건강수명과 삶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데 공감했다.

유승현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 건강상담센터 부장은 "2014년 건강검진 수검자를 분석한 결과, 고혈압 진단을 받고 1년 이내 의료기관을 이용한 사람은 16.4%에 불과했다"면서 "3∼5년을 지체한 후에 병원을 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유 부장은 "국가적인 예방 사업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건강관리에 대한 환자의 인식이 낮고, 의사 역시 질병 예방과 관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패널토의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의료체계와 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예방과 관리에 수가를 인정하는 수가체계의 도입과 함께  10년 후를 내다보는 새로운 의료정책과 보험제도를 디자인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실었다.

전기홍 아주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행위별수가는 더 진료왜곡을 증폭시키고, 분절된 보건의료체계는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켜 국민건강을 크게 위협할 것"이라며 "보건의료 제공체계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만성질환관리를 개인에게 맡기는 의료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면서 "의료공급자가 책임을 갖고 인구집단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로운 변화의 모델로는 미국의 책임진료기구(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ACO)를 제안했다. ACO는 의원·병원·종합병원 구성조직이 가입자의 질병 예방에서부터 치료와 재활까지 책임지고 지원하는 보건의료 통합관리모델.

이에 대해 신영석 연구위원은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3차 의료기관도 갈 수 있지만 ACO는 네트워크내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면서 "마음대로 의료이용을 하던 것을 제약하면 국민 정서상 용인이 안될 것이고, 의료공급자도 수입에 대해 의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위원은 "당장은 ACO 형태를 도입하기 어렵지만 건강보험 재정 위기 문제가 불거지고 국민의 부담이 현재 6.12%에서 7% 이상 늘어가게 되면 부담을 줄이는 대신 의료이용의 제약을 받아들일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한 순간에 바꿀수는 없는만큼 시범사업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치원 서울와이즈재활병원장은 "의사-정부간 신뢰 관계가 깨진 상태인데다가 의료기관간 협의나 협력을 해 본 적이 없다. 작은 병원들은 BIG5에 환자를 뺐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협력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는 분절적인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의료전달체계의 미래'에 대해 발제를 하고 있는 박경수 삼정 KPMG BCS 헬스케어본부 이사.ⓒ의협신문 송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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