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의료입법·정책에도 '불똥'

최순실 게이트, 의료입법·정책에도 '불똥'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6.11.2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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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서발법·규제프리존·첨단재생의료법 추진 '불투명'
노인정액제 개선, 의료산업화 지원 등에도 '악영향' 가능성

최순실 게이트 여파가 보건의료 관련 입법과 정책 추진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모양새다. 국회와 정부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각종 입법안과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부분은 정부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강력하게 추진한 각종 규제 완화 정책들인데, 대표적인 것이 '규제기요틴 114개 과제'다.

규제기요틴 과제에 포함된 규제 완화 정책들이 결국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지원한 대기업들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기요틴 과제에는 보건의료 분야도 대거 포함됐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발법)과 규제프리존법 제정이 대표적이며,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도 포함됐다.

이외에 ▲의료법인의 메디텔 설립기준 및 부대시설 제한 완화 ▲경제자유구역 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요건 완화 ▲디지털 헬스기기 등 융합신제품에 대한 선제적 인증제도 추진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도 들어있다.

규제기요틴 과제 발표 당시 이들 보건의료 분야 과제들이 의료민영화를 넘어 의료영리화를 위한 정책들이라고 강력히 반대했던 야당과 시민사회계는 최순실 게이트가 속속 사실로 드러나자 이들 정책이 의료영리화 정책이라는 확신을 굳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된 상태인 서발법과 규제프리존법의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상당수 야당 기획재정위원들은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정부의 의료영리화와 그에 따른 대기업의 특혜가 확실해진 만큼 문제의 법안 제정을 반드시 막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 개정안 역시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격의료에 사용되는 각종 스마트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일부 대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대 국회에도 같은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야당 의원과 시민사회계는 스마트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특정 대기업을 지목하며, 정부가 대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해 의료계가 안전성에 문제를 제하는 원격의료 확대를 무리하게 추진하려 한다며 반대했다. 결국, 해당 개정안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제대로 심사도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19대 국회 당시 야당과 시민사회계가 특혜 대상으로 지목했던 모 대기업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은 금액을 헌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번에도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강남의 모 성형외과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첨단재생의료 지원법 추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지난 2009년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을 발의한 바 있는데, 이것이 줄기세포 치료를 하는 특정 의료기관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첨단재생의료 지원법은 줄기세포 등을 이용해 세포치료나 유전자치료 등을 실시하는 '첨단재생의료'를 국가가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법안의 전신이 박 대통령이 발의했던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어 "의료산업계를 위한 기업 로비 법안을 입법하는 것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벌병원과 기업 특혜 로비와 연결된 첨단재생의료 지원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 청와대가 약속한 노인정액제 개선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인정액제 개선은 당·정·청의 공감대로 개선인 임박한 것으로 점쳐지면서 의료계와 노인 환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의정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개선안에 대한 추가 소요 예산을 추계하는 등 구체적인 개선 논의를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국회 주변에서 노인정액제 개선 논의가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정·청이 노인정액제 개선을 추진한 이유는 차기 대선을 겨냥한 '노인층 표밭다지기' 차원이었는데, 대통령 탄핵 정국이 지속되는 동안은 노인정액제 개선 필요성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차움의원과 강남의 모 성형외과가 박 대통령, 최순실과 연루된 의료법·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어서 국회가 특위를 구성해 진행할 예정인 국정조사 대상에 보건복지부가 포함될 경우 복지부가 국정조사 준비 등으로 제도 개선을 논의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외에도, 정부가 의료산업화를 명분으로 추진하던 각종 의료 분야 규제 완화 정책과 제도들도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추진이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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