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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그곳에 가고 싶다
청진기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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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2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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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성 원장(인천 부평·이주성비뇨기과의원)
▲ 이주성 원장(인천 부평·이주성비뇨기과의원)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우-우- 풍경…우- 우- 풍경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풍경- 풍경-

(하덕규 작사·작곡. 시인과 촌장 '풍경')

노랫말이 간단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가지만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다.

도시를 아름답게 물들이던 단풍들은 모두 떨어졌다. 새순이 돋던 봄과 초록의 여름과 단풍의 가을을 지나 앙상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이렇듯 나뭇잎 사이로 흐르는 계절의 순서에는 변함이 없다. 질서에 순응하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고 있다. 산소를 끊임없이 내뿜으며 오염된 대기를 맑게 한다.

봄의 연한 잎은 겸손한 희망을 주고 여름의 초록은 열정을 보여주고 마지막 단풍은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앙상한 가지는 우리에게 연단과 인내를 가르쳐준다.

우주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순환을 계속한다. 태양이 조금 가까이 다가오면 우리는 모두 타 죽을 것이고 조금 멀어지면 얼어 죽을 것이다.

만들어진 만물은 제자리를 지키며 질서를 회복시키려 자기의 소임을 감당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유지하려하고 있다.

오직 인간만이 욕망과 이기적 자아로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세상이 미처 돌아간다는 것은 모두 제자리를 이탈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돈과 권력을 사로잡혀 살다보면 자신을 찌르고 이웃을 힘들게 하고 나라를 무너뜨린다.

아버지가 자녀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며 사랑하고 남편이 아내의 얘기를 들어주고 배려하며 아내는 남편의 권위를 세워주어 각자의 위치를 지킬 때 가정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되지 않겠는가? 나라도 마찬가지다.

병원에 오시는 환자 중에서 근처에 사는 건물 주인이 있다. 내가 처음 개원할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에 근로자로 가서 당시 500만원을 벌어왔다

이 돈으로 쓰러져 가는 초가집을 사서 살면서 비가 오면 거리에서 "우산이요 우산" 하면서 팔았고 거리에서 노점을 하고 살았다. 그때는 부부가 행복했고 아이들도 문제가 없었다.

주위가 갑자기 번화가가 되면서 초가집 자리에 건물을 세웠고 집세만 2000만원 이상 받게 됐다.
초등학교 5학년인 그 집 아들이 병원에 와서 하는 말 "엄마가 그러는데 평생 먹을 게 있으니 걱정 말래요."

70을 넘긴 남편은 정력에 좋다는 것을 찾아다니고 아내는 성형외과에 다니며 마지막 욕망을 태우고 있다. 요즘 부부는 서로 바람이 나 이혼했고 자녀들도 집에 유산만 바라보고 속을 썩이고 있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병원 근처에는 파지를 줍는 70대 중반의 노부부가 있다. 할아버지가 리어카를 끌고 할머니가 뒤에서 미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더운 여름 나무 아래에서 물을 함께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잃어버린 고향의 아름다운 풍경이 지나갔다.

어느 날 병원에 오신 적이 있다. 할머니 얼굴에 있는 점을 뽑아주겠다고 할아버지가 오지 않겠다는 할머니를 데려온 것이다.

어떤 화가가 있어 이 노부부의 아름다운 마음을 그릴 수 있겠는가? 제자리를 지키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행복은 성적순도 아니고 소유가 많아서도 아니다. 땀을 흘려 열심히 일하고 일용할 양식으로 만족하는 삶이다.

남들과 비교하는 순간 행복은 날아가고 시기와 질투와 열등감이 생기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얼굴에 생명의 빛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없다.

내가 처음 낸 책 제목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고 이번에 낸 책의 제목이 '그곳에 가고 싶다'이다. 삶이 없고 목적만 있는 이 분주하고 메마른 세상을 떠나 고요하고 순수한 '그곳'으로 가고 싶다는 절규를 썼다.

나는 30년 동안 똑같은 곳으로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겨울에는 난방으로 여름은 에어컨으로 문을 닫고 폐쇄된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크고 작은 사고도 있었다. 영화 '오발탄'에서 노파는 '가자, 가자'라는 외침이 내 가슴을 때린 적도 있고 탈출하고 이탈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지금까지 제자리를 지켰다. 지금에 와서 뒤를 돌아보니 그래도 내 위치를 잘 지키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가 시끄럽다. 날씨는 흐렸고 먹구름이 몰려온다. 천둥소리를 내며 거센 비가 뿌려질 것 같다. 비온 후에 대지는 깨끗해 지고 그 위에 선명한 꽃으로 덮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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