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수필동인 박달회 지음/도서출판 지누 펴냄/1만 2000원
"어린이는 자라면서 경험과 교육이 더해져서 점차 이성에 의해 지배되는 어르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러면서 하얀 도화지와도 같았던 그 때 볼 수 있었던 것들을 잃어버린다."(삶의 미학-홍순기)
상실의 시대에 삶의 의미를 묻는다. 살면서 늘 경계와 자제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도 인간의 한계를 흔적으로 남긴다. 죽음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삶의 자취를 남길 수 있을까. 우리는 대부분 그런 아름다운 삶을 서원한다.
의사수필동인 박달회의 마흔 세번째 수필집 <삶의 미학>이 출간됐다.
이번 수필집에는 15명의 동인이 서른 한 편의 글을 담았다. 또 지난 10월 작고한 소진탁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를 추모하는 글 세 편도 곁들여 있다.
최종욱 박달회 회장은 글머리에서 "세상은 늘 혼돈스럽다. 그래서 더많은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고, 더 진지하게 살아간다. 세인들의 보이지 않는 탐욕 속에 마음을 비운다는 것, 가진 것을 베푼다는 것, 가난할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 책에 옮겨진 글들은 각박해지는 의료현장에서 동인들이 몸소 겪고, 터득하고,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들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고 덧붙였다.
수필집 말미에는 신달자 시인의 초청 특강과 대담 내용을 요약했다.
신 시인은 "인간은 정서적 허기를 치유하려고 글을 쓴다"며 "인간에게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조건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정서적 허기다. 이 정서적 허기는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 있다. 인간에게 정서적 허기는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크기가 있다. 정신적·육체적인 만족감이 없을 때 질병을 얻는다. 정서적 허기를 자정해 치유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예술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있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무용과 연극을 하고 영화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예술의 힘은 인간의 모든 것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삶의 미학>에 실린 글은 다음과 같다.
▲홍순기(기억 속의 붉음들/삶의 미학) ▲정동철(고래, 만세!/맛이 간 침대/틈길 하루) ▲한광수(가로수 유감/황금 지옥문) ▲최종욱(혼/향/정) ▲홍지헌(두툼한 손/신비로운 물/우진이네 집) ▲이헌영(말言·말馬·말末/삽교호 단상) ▲채종일(나는 아날로그 세대/정년) ▲유형준(윤기/공자로봇 시인로봇) ▲이상구(댄스스포츠를 즐기며/우리 인생) ▲곽미영(손녀, 그리고 소통하기) ▲정준기(슈바이처 고향 방문기/하이델베르크 '철학자의 길'에서) ▲김숙희(리더십을 논하다/익숙함에서의 탈출) ▲박문일(노년의 세븐업/습관의 벽) ▲박종훈(K를 보내며/짝퉁시계) ▲유태연(장충동에서).
지난 1974년 첫 수필집 <못다한 말이>를 상재한 박달회는 해마다 동인들의 공동수필집을 펴내 올해 마흔 세 번째를 맞았다(☎ 02-3272-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