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학 기초한 치료법 한의학적 원리로 포장"
한의사는 부작용 대처 못해...생명·신체 위해 발생
법원은 한의사가 카복시를 이용해 지방분해 행위를 하는 것은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서양의학의 이론과 원리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6일 카복시를 이용해 지방분해 행위를 한 A한의사(2016노818)가 제기한 의료법 위반 형사 사건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 2월 16일 열린 1심에서는 A한의사의 카복시 시술 행위에 대해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 범위는 의학과 한의학으로 이원적으로 구분되어 있고, 인체와 질병을 보는 관점도 달라서 진단방법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는 점 ▲이산화탄소의 물리적 특성 및 이산화탄소에 반응하는 인체 조직의 생화학적 특성에 근거를 둔 것이므로,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를 기초로 했거나 이를 응용한 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수 없는 점 ▲이 사건 시술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상의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점 ▲한의약육성법의 규정이 전통적인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에 기초로 하지 않은 의료기기 등의 사용까지도 허용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한의사의 면허 범위 내 의료행위"라는 주장을 배척하고,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과 당심이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시술은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며 "원심판결에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치료법은 1932년 프랑스에서 시작해 피하에 주입된 이산화탄소에 의한 혈관 확장과 말초혈액순환 개선효과와 함게 2001년경 부분미만치료 효과가 발표되면서 이산화탄소를 피하지방층에 주입해 부분미만 치료목적으로 응용되기 시작했다고 연원을 설명했다.
"지방의 감소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주입으로 인한 피부의 혈류량 증가 및 그로 인한 지방분해 촉진이라는 생리학적 과정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한 재판부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의사들에 이해 서양의학적 원리에 따라 시행하고 있다"면서 "이 사건 시술은 서양의학에서 시작되고, 서양의학의 학문적 원리를 기초로 해 발전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A한의사는 "기의 개념에서는 대기의 구성 성분이며, 조직의 에너지 대사 산물인 이산화탄소가 포함되고, 기가 가는 곳에 혈이 따라가므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혈류순환을 증가시켜 지방분해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한의학적 생리기전에 따른 것"이라며 "한의학의 경피기주요법 또는 기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시술의 연원이나 기전이 서양의학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시술은 의사들에 의해 서양의학의 원리에 따라 광범위하게 시술되고 있으며, 피고인의 시술방법도 이와 다르지 않은 점 ▲검찰 수사과정에서 의사에 의한 시술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확인한 후 그것이 피고인의 시술방법과 일치한다고 진술한 점 ▲한의학에서 생명과 신체의 근원적 에너지로 이해되는 기의 개념에 공기를 이루는 물질인 이산화탄소가 포함된다거나, 공기 중 0.03%에 불과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것을 두고 '기의 주입'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쉽게 수긍되지 않는 점 ▲한의학 분야에서 이산화탄소의 주입을 통한 치료는 주로 이 사걸 시술과 같은 비만 치료 목적으로 사용될 뿐 기가 부족함으로 인해 생긴다는 다른 병증의 치료에 적용되지 않는 점 ▲이산화탄소가 주입되는 혈자리는 환자들이 주로 비만을 호소하는 부위에 집중돼 있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의 주장은 서양의학에 기초한 치료법을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포장하려는 시도에 불과하고, 한의학적 원리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가능성도 들었다.
재판부는 "카복시 시술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은 단순히 통증이나 가려움증 등 비교적 가벼운 것부터 마이코박테리움 등에 의한 세균 감염·피하공기종·기흉·종격동기종 등이 있고, 혈관을 찔렀을 경우 혈전 색전증이나 공기 색전증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며 "단순히 통상적인 침술에 따른 합병증 위험의 정도와 같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흉이나 종격동기종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흉부방사선 촬영이 필요할 수도 있고, 세균 감염 증상을 보이는 경우 세균배양검사를 통한 적절한 항생제 처방이 필요하다"며 "이와 같은 부작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서양의학에 기초한 원리에 따른 조치가 필요한바, 한의사가 이를 적절히 대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시술이 비교적 간단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시술을 한의사에게 허용하는 경우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커짐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한의학에서는 이 사건 시술 외에도 면허 범위 내에 한약 처방이나 통상적인 침술 등을 통한 다양한 종류의 비만치료법이 있는바, 보건위생상의 위해 가능성을 무시하고, 기복기를 사용하는 시술을 허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 판결에 불복한 A한의사는 12월 13일 상고장을 제출, 대법원(2016도21502)에서 최종 판결을 받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