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내 사고 숨기면 환자 안전은 요원"

"병원내 사고 숨기면 환자 안전은 요원"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12.2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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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경희대병원, 환자안전법 시행 맞춰 직제개편 단행
주요 보직자 회의서 매월 환자안전 사례 공유

환자가 머무르는 모든 곳에서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어디든,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든 상관 없다. 사고란 예고하지 않는 법이니까.

그러나 원인을 공유해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만든다면 달라질 수 있다. 죄책감에 고개 숙이는 대신 당당하게 아픈 경험을 말해야 하는 이유다.

9살 소년 故정종현군의 죽음으로 촉발된 환자안전법이 지난 7월 말 시행됐다. 병원들은 각자 원내 사고보고 시스템을 갖추고 인프라 점검에 나섰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곳이 있으니, 바로 강동경희대병원이다.

강동경희대병원은 환자안전법 시행에 맞춰 올해부터 QI팀을 QPS(Quality&Patient Safety)팀으로 명칭을 바꾸고 QPS팀과 보험심사팀, 의무기록팀을 적정관리실로 통합하는 직제개편을 단행했다.

▲ 김강일 적정관리실장(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김강일 적정관리실장(정형외과)은 본지와 만나 "적절히 진료하고 심사기준에 맞도록 청구하는 일도 환자안전의 큰 축이다. 의무기록도 마찬가지"라며 통합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강동경희대병원은 개원 초기부터 QPS 개념이 확고했다고 밝혔다. 환자안전과 고객관리 중요성이 부각될 시점에 개원해 준비작업이 탄탄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전자동의서 같은 스마트의료시스템 도입, QR코드로 의료기기 매뉴얼을 현장에서 즉시 조회하는 시스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실장은 "개원 때부터 지금까지 QPS에 많은 부분을 할애해왔다. 부서별 직원들이 매년 40∼50개의 질향상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병원도 매해 2∼3개의 과제를 선정해 전사적으로 추진해왔다.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수준에 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시스템으로는 올해 원내 페스티벌에서 QI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환자안전을 위한 역학추적 시스템 전산화 구축'을 들었다. 이는 원내 모든 물품의 멸균여부와 유통기한을 추적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다.

동석한 송미라 QPS팀장은 "물품이 들어오면 멸균날짜를 입력해 전산 추적한다. 멸균이 언제 이뤄졌으며 유효기한이 언제까지인지 조회할 수 있다. 해당 물품이 보관된 위치도 알 수 있어 관리도 쉽다"며 "수술기계부터 일반 비품까지 원내에서 사용되는 물품유형만 300종이 넘는다. 물품별 멸균처리 과정과 방법 등 모든 작업방식의 표준화도 수행했다. 준비에만 2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멸균날짜와 유효기간을 일일히 수작업으로 라벨화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유일하게 올해부터 전산화를 시작했다"며 "수기로 하면 간혹 잘못 기입되기도 한다. 지금은 이런 오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멸균물품이 해당 부서에 잘 도착했는지 확인하는 시간도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본래 품질의 '격'을 결정짓는 요소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다. 일정 수준에 도달한 만큼 내년부터는 더욱 세밀한 부분도 신경쓸 계획이다.

김강일 실장은 "아주 사소한 것도 중요하다. 원내 진입동선과 각종 시설부터 시작해 직원들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나 손길 하나에도 환자안전이 좌우될 수 있다. 직원들 스스로 환자안전을 더욱 챙기려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년에는 동기부여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 말했다.

물론 '맨입'으로는 않는다. 김 실장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누구나, 쉽게 제안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내가 이야기한다고 되겠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시설이든 서비스든 개선방법이 있다면 말해달라"며 "연말 환자안전 우수부서 시상 때 부서별 포상 등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실장은 "사고가 났다는 것, 그리고 이를 보고한다는 것에 대한 중압감과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그렇게 때문에 보고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사고는 어느 과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교육을 통해 사고 사례를 정리·발표해야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다. 숨긴다면 개선 가능성도 사라지는 것"이라며 "사고를 '문제'라고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내년부터는 경영진과 진료과장, 간호보직자 등이 참석하는 주요 보직자 회의에서 매월 환자안전 관련 내용을 정기적으로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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