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위, 부정청구 개념 모호·행정처분 형평성 우려 '주목'
건보 국고지원 일몰제 폐지·사후정산제 도입 개정안 등도 '유보'
보건복지위원회의 심사 유보 결정에는 대한의사협회의 거짓청구가 아닌 단순 부정 또는 착오청구까지 요양기관 명단공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비도덕 낙인찍기'이며 '명예권 훼손'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주효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27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부정청구 기관 명단공표 확대 등과 관련된 건보법 개정안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등을 심사했다.
개정안 중 의료계의 이목을 끌었던 부정청구 기관 명단공표 확대 개정안은 심사가 잠정적으로 유보됐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발의한 문제의 개정안은 거짓·부당청구 여부와 부당이득의 규모와 관계없이 요양급여비용을 부정청구한 요양기관 전체를 명단 공표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은 관련 서류를 위·변조해 요양급여비용을 거짓으로 청구하고, 거짓청구액이 1500만원 이상 또는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20% 이상일 경우에만 해당 요양기관의 명단을 공표하도록 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공표대상자에 대해 소명자료를 제출하거나 별도의 진술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공표 여부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건강보험공표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기존 거짓청구의 범위에 의도적인 속임수에 의한 부정청구를 포함해 공표대상에 포함하도록 하고, 부정청구액이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10% 이상일 경우에만 명단공표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새누리당 김상훈·김승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 등은 법안 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거짓청구와 부정청구의 개념과 처분 기준이 모호하다고 우려하며 법안 심사를 유보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세 의원은 특히, 현재 보건복지부가 부정청구 개념과 처분 기준 등을 명확화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4월 연구용역이 완료된다는 점을 고려해, 연구용역 완료 시까지 법안 심사를 유보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남 의원과 김 의원은 '속임수에 의한 부정청구'라는 개념은 의도적 거짓청구로 명확히 볼 수 있는 개념이라면서 전문위원실에서 제안한 수정안 의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도 연구용역 결과 도출 후 거짓청구, 부정청구에 대한 개념과 처분 기준을 명확화한 후 법 개정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결국 보건복지위원회는 개정안 심사를 유보하기로 했다.
부정청구 기관 명단공표 확대 개정안과 함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상임이사 1명 감축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 방식 개편 ▲40세 미만 피부양자 및 세대원으로 건강검진 확대 등에 관한 건보법 개정안도 심사 유보가 결정됐다.
심평원 비상임이사 감축 개정안 유보 결정에는 법이 개정되면 의료단체 몫의 비상임이사가 감축되는 것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의 우려가 반영됐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에 대한 사후정산제 도입 및 국고지원 한시 규정 삭제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은 국고지원 시한이 내년 12월로 다소 여유가 있고, 현재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마련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개편안 마련 이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보건복지부의 의견이 수용돼 심사 유보가 결정됐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2월까지 개편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법안소위는 건보료의 신용카드 납부한도액을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건보법 개정안과 건보공단 건강증진사업의 근거를 명시화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