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 받거나 주사 한 대 맞으면 본인부담 1500원→4500원 '껑충'
전남의사회 "제도 개선 건의 무산...진료비 문제 보건복지부 문의"
새해부터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 부담이 현행 1500원에서 4500원 이상으로 3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노인 외래본인부담 정액제(노인정액제) 제도 개선안을 도출하지 못함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 부담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
노인정액제는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와 보장성·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1995년 70세 이상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처음 도입, 2000년 65세 이상으로 수혜 대상을 넓혔다. 2001년 정액 상한 기준을 1만 2000원에서 1만 5000원으로 조정한 이후 16년째 묶어놓고 있다.
노인 환자의 진료비 총액이 1만 5000원을 넘지 않을 경우 본인부담금은 1500원만 내면 된다. 다만 진료비 총액이 1만 5000원 이상이면 3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진찰료·처치료 등 외래 총진료비가 인상됐음에도 노인정액제 적용 상한금액 기준을 16년째 '1만 5000원'으로 묶어놔 비현실적인 기준이 됐다는 것.
의료계는 "매년 수가 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1만 5000원 정률제 적용 기준액이 16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며 "노인환자에게 필수적인 진료만 했을 뿐인데 정률제 상한액을 초과해 1500원이 아닌 4500원 이상 본인부담금을 지불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의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는 65세 이상 노인 중 노인정액제 적용대상 비율은 2012년 77.3%에서 2015년 66.3%로 줄었다.
특히 내년부터 의원급 의료기관 초진료가 1만 4860원으로 조정되면서 정률제 적용 기준액(1만 5000원)과의 차액이 140원에 불과해 물리치료나 주사 한 대만 맞아도 65세 이상 노인환자의 개인부담이 기존 1500원에서 4500원 이상으로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노인 진료비 부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노인정액제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잇따르자 새누리당·보건복지부·청와대는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지난 8월 제도 개선에 합의했다.
의정 협의에서는 노인정액제 개선을 위해 기준액을 ▲2만 5000원 인상안 ▲상한 기준액을 2만 5000원으로 인상하고 상한 기준액 초과분의 30%를 본인부담금으로 정하는 안 ▲상한 기준액을 없애고 정률제로 전환하되 본인부담금을 국고로 지원하는 안 ▲노인 연령별 본인부담금을 차등화하는 안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현재 1만 5000원인 노인외래정액제 상한액을 2만원으로 올리고 상한액을 초과하는 진료비에 대해 30% 본인부담 정률제를 시행할 경우 연간 55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된다. 앞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 증가와 의료이용 증가 등을 고려하면 추가 소요 예산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할 것"이라며 발을 빼면서 사실상 연내 개선이 무산됐다.
노인정액제 개선을 위해 앞장선 전라남도의사회는 29일 "어르신들 죄송합니다"는 입장과 함께 "2017년 1월 1일부터 기본물리치료나 주사제 치료만 받아도 본인부담금이 1500원에서 4500원으로 3배 가량 인상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를 제작, 배포에 나섰다.
이필수 전남의사회장은 "의협과 전남의사회는 65세 이상 어르신의 진료권 확보와 노인 복지 차원에서 16년 째 바뀌지 않고 있는 정률제를 개선해 달라고 수차례 건의했으나 결국 무산됐다"면서 "새해부터는 총진비가 1만 5100원이면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30%에 해당하는 4530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의정 협의를 통해 노인정액제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등 현안 해결을 위해 협력키로 해 놓고 결국 보건복지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시범사업 참여 문제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격앙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전남의사회는 포스터를 통해 "65세 이상 환자들이 진료비에 이의가 있거나 의문이 있을 경우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044-202-2741)나 콜센터(☎129)로 문의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