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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낭만닥터 김사부' 살리기
청진기 '낭만닥터 김사부'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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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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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형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공공보건의료사업단)
▲ 김계형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공공보건의료사업단)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의 줄거리는 한 천재 외과 의사가 조그마한 지역 2차병원인 돌담병원에 파견돼 그 지역 환자들을 위해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이다. 한석규가 분한 이 괴짜 의사는 외과·신경외과·흉부외과 전문의 자격을 갖춘 트리플 보드이다.

'김사부'는 지역의 모든 고난이도 수술-심지어 인공심장수술-을 성공해내며 명성을 얻고, 돌담병원을 폐쇄하려는 거대병원의 음모와 맞서게 된다. 현실에서 '김사부'와 '돌담병원'은 과연 한국의 의료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일부 독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는 매우 현실적으로 재구성돼 일반인 뿐 아니라 의료인에게도 공감대가 높다. 그 이유는 '낭만닥터 김사부'의 바탕이 된 제도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름아니라 '지방의료원 파견교수 제도'가 그 정체다.

전국 34곳의 등록돼 있는 공공병원은 그 경영 적자가 심각한 편이었다. 각 병원의 의료시설은 2012년 전에는'돌담병원'보다도 훨씬 낙후돼 있었다. 규모는 200∼300병상 사이여서 지역 주민을 위한 2차 병원으로서 기능하도록 하며 입원이 필요한 내과 및 외과적 질환과 분만취약지의 경우 분만을 하도록 기능하고 있다.

환자군은 일반 병원에서 기피하는 '문제 환자'인 경우가 많다. 술에 취해서 응급실에서 난동부리는 주취자들, 병원비를 낼 돈이 없는 저소득층이나 의료소외계층·장애인·행려 환자·정신질환자와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가족이 많다.

이 환자들은 공공병원이 아니면 다른 병원에서는 수술이나 입원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이런 병원들은 피부 관리·성형 등의 비보험 진료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진료비가 저렴하고 수익이 낮다. 운영을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여서 대부분의 공공병원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폐쇄당한 '돌담병원'이 있다. 2013년 폐업한 경상남도 진주의료원이 그 사례다.

이후 의사들은 공공병원 근무를 기피하게 됐으며 월급이 두세 달 체납되기 시작하자 그만두는 직원이 속출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공공병원 지원을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지원했으며 각 의료원들은 국가보조금을 받아서 낙후된 시설을 일부 리모델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공병원 개선을 위해서는 병원시스템 전반이 개선돼야 했고 그렇지 않고서는 적자가 지속될 뿐이었다. 가장 핵심은 '김사부'와 같은 혁신적인 의료 인력이 공공병원에 근무하게끔 하는 것 이었다.

5∼6년 전부터 각 국립대병원급의 3차 대학병원은 공공병원에 파견교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강원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중견 교수가 강원도 지역 의료원에서 근무한 것이었다. 필자도 서울대병원 파견 인력으로 적십자병원에 근무한 바 있다.

제도적 지원은 3∼4년 전부터 강화됐는데, 보건복지부에서 파견교수 임금의 50프로를 지원하며 지방의료원에서 나머지 50프로를 분담하는 것이었다. 이 제도를 '돌담병원 살리기' 혹은 '낭만닥터 김사부 보내기'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돌담병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이 필요한가?

첫 번째, 실력 있는 의사가 공공병원에 파견돼야 하며 이 실력이 유지돼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실력이라 함은 깊고도 광범위해야 한다. 언뜻 읽으면 와 닿는 글귀가 아닐 것이다.

드라마 중의 '김사부'는 외과·신경외과·흉부외과를 모두 집도할 수 있는 인력이며, 돌담병원 원장으로 나오는 '여운영' 또한 내과·소아과·가정의학과를 맡고 있는 1인 3과 의사이다. 간호 부장 '오명심'은 응급실·수술장·중환자실에서 동시에 일하고 있다. 30년 전에는 가능한 일이었다.

각 과의 분과 체계가 모호하고 각 외과의사는 여러 가지 수술을 집도할 수 있었으며 내과 의사는 신장·종양·호흡기 등의 특정 분과만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내과적 진료를 할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지만, 일부 수련과에서는 분과의 통합 움직임이 있어서-특히 내과의 경우-일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파견 인력이 높은 의료 기술수준을 유지하는 일이다. 심장 수술 등의 고난이도 수술의 마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4년 이상 집도해야 하는데(Hoper, 2007), 집도치 않으면 6개월∼1년 내의 기술 수준의 30프로를 잊어버리기 때문에 끊임없이 수술해야 하며, 수술할 케이스가 적은 경우는 모병원에서 6개월∼1년마다 재교육에 참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지원이 없이는 현실적으로 '김사부'의 존재는 불가능하다.

두 번째로 '김사부'를 지원하는 인력의 파견이다. '혁신의 확산(Diffusion of innovation, Rogers, 2003)'이론에서는 집단의 혁신이 구현되려면 2.5%의 혁신가와 적어도 구성원의 13.5%의 얼리어답터가 존재해 집단의 생각과 가치가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돌담병원'의 혁신이 유지되려면 보수안일파인 '여운영' 원장, '남도일' 마취과장, '장기태' 행정실장의 지지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외과의사 및 응급의학과 의사로 출연하는 '강동주'·'윤서정' 등의 열정 있는 의료 인력이 '김사부'를 뒷받침해야 한다.

결국 파견교수 한 명만 보내서는 병원이 바뀔 수 없다. 유관 분과 및 과의 교수진을 팀으로 파견하거나, 적어도 전공의 파견 등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전공의 파견은 교육의 목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인턴 및 전공의들은 '거대병원'에서의 첨단의료기술 습득과 소득 수준이 높은 환자만 진료할 뿐 아니라 지방 의료취약지역, 도시 빈민지역에 위치하는 '돌담병원'에서 몇 달이라도 수련을 받아야 의료취약계층을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진료하는 의사로 거듭날 것이다.

서울대병원 교수 및 직원들이 공공병원으로 자기인식을 하는 기저에는 시립병원인 보라매병원·인천의료원·포천의료원·의정부의료원 등에서 젊은 시절 저소득계층 환자를 다수 진료한 경험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이는 국립대병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립대병원도 마찬가지로 지향해야 할 수련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세 번째, '김사부'를 경영실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을 지양해야 된다. 현행 보건복지부 파견교수 평가에는 경영 실적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실적을 채우지 못해 계약 해지되는 파견교수가부지기수다.

이렇다보니 의료취약지나 도심 빈민가에 파견돼 진료하려는 똑똑하고 의욕 있는 인재의 지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파견된 인력은 필수 의료가 아닌 불필요한 진료를 하려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거대병원'인 모병원은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나 파견 교수를 위한 추가 지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영실적보다는 소외돼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의료서비스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했는가, 감염·정신·응급 등의 필수 공공의료 서비스를 성실히 수행했는가를 우선 순위로 평가해야 한다.

과연 '낭만닥터 김사부'들은 앞으로도 지방의료원을 이끄는 핵심 역량을 갖춘 인력으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 지면을 빌어서 오늘도 악전고투하고 있을 진정한 '김사부'인 그들에게 지속적인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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