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따뜻한 여정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따뜻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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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0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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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원장(서울 강남·유봄성형외과의원)

인체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이정수 원장은 그의 바람대로 성형외과 전공의가 됐고, 1999년 개원 이후에도 바쁜 시간이 흘러갔다.

성형외과 의사로서 자리를 잡은 후 가끔씩 밀려드는 내적 공허감 때문에 발걸음을 옮긴 곳이 교회였고, 이를 계기로 신앙과 의료봉사의 삶이 시작됐다. 누군가는 개인적인 동기에서 시작한 활동이라고 이야기하겠지만, 성형외과 전문의가 이렇듯 봉사의 손길을 펼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외적 평가 기준에 의해 차별 받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이유로 아름다움을 추구해온 이정수 원장은 이제 전 세계 소외된 환자들의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1996년 이대목동병원 전공의 2년차 때 해외 의료봉사활동에 선배들을 따라나선 적이 있었다. 베트남 달라트 지역에서 아이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성형수술을 통해 밝은 웃음을 되찾아주면서 자신의 재능으로 하여금 다른 이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자부심과 희열을 느꼈다.

언젠가는 다시 이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사단법인 국제봉사단체 GIC까지 만들어 활동하게 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의료봉사를 해야겠다는 꿈을 구체화시킨 때는 유봄성형외과 개원 후 아이들을 낳으면서였다. 이정수 원장이 어렵사리 가진 아이들은 네 쌍둥이였고, 기형아 가능성을 이유로 낙태까지 권유 받게 됐다고 한다.

"너무 다행히도 네 아이들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그때 문득 세상의 모든 아이들, 기형으로 태어나거나 구순구개열로 태어난 아이들을 돌보아야겠다는 마음 속 울림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3월 출산한 네 쌍둥이를 뒤로 하고, 그 해 9월 이정수 원장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과 함께 우즈베키스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듬해 라오스 구순구개열 프로젝트에 동참했고, 2009년과 2010년에는 유봄성형외과 주관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구순구개열 수술을 진행했다.

"연휴 때마다 혼자 네 아이들을 돌보며 기도해주고 후원해줬던 아내의 응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에서 아이를 수술해주고 나면, 늘 죄책감으로 괴로워했던 환아의 엄마들에게도 환한 웃음이 피어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쁜 순간이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봉사를 꿈꾸다

이정수 원장은 해외 의료봉사 활동으로 지난해 보령의료봉사상을 수상한 박관태 선교사와 함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봉사를 약속하며 2010년 사단법인 GIC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이정수 원장은 에티오피아·베트남·마다카스카르·미얀마 등 구순구개열 수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특히 미얀마에서는 양곤을 비롯 만델레이·힌따다 지역 등에서 GIC와 고대의료원 성형외과, 서울드림교회가 연합해 2016년까지 14차 수술이 진행됐고 오는 5월 15차 수술이 예정돼 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307명의 구순구개열 환자들이 이 수술을 통해 웃음을 되찾았다.

2011년에는 아프리카 차드 정부의 허가를 받아 수도 은자메나의 외곽 지역인 암바타에 보건소를 세우는 일을 GIC의 이사 두 명과 함께 진행했다. 솔라발전시스템까지 구비, 하루 150여 명의 환자를 돌볼 수 있고 말라리아 등 여러 간단한 질병 치료와 산모 출산까지 가능한 이 보건소는 현지 의사와 간호사·조산사까지 상주하며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오는 3월 완공 예정이다.

"이 모든 일들은 해외에서 의료 선교를 하고 있는 의료선교사님들의 헌신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미얀마의 장철호 선교사님부터 마다카스카르의 이재훈 선교사, 특히 몽골의 박관태 선교사 등 의료선교사님들이 없다면 실현될 수 없었던 일입니다."

그저 거들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이정수 원장, 그럼에도 한 사람의 생애와 그 가족들의 행복을 위한 수술이기에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이 따뜻한 여정은 고단하기도 하지만 그 이후의 감동이 더욱 크기에 멈출 수가 없다.

"2012년 마다가스카르 동부 레인포레스트 지역에서 구순구개열 봉사를 했을 땐 잊을 수가 없죠. 산에서 텐트를 치고 수술하는데, 설상가상으로 태풍까지 들이닥쳤습니다. 벌레가 들어오고 식염수도 구하기 힘들었어요. 감사하게도 아무 감염 없이 환자들이 치유됐습니다."

전문성과 최선을 향한 GIC의 노력

▲ 수술중인 이정수 원장

"GIC는 수술에 있어서 전문성을 지향하고 최선의 결과를 추구합니다. 그러다 보니 후배들에게 기회가 별로 가지 못하는 듯한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후배들을 많이 투입시켜서 경험치를 쌓게 하는 것이 저희의 새로운 계획이기도 합니다. 후배들에게 전공의 때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시야와 지경을 넓히면 나중에 기회가 찾아올 때 좀 더 실행에 옮기기 쉬울 것이라는 당부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GIC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해외의 많은 다른 병원들의 사례와도 마주하게 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국에서 건립해준 에디오피아의 큐어병원. 큐어병원에 몸담고 있는 로지스틱 매니저는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환자들을 스스로 찾고, 단계별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세팅한다.

세계 각지의 봉사하는 의사들이 건너와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수술과 치료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GIC에게는 일종의 롤모델이다. 마다카스카르에서는 스위스 헬리미션팀이 환자들을 모아주고 연합해 수술을 진행했다. 봉사자들이 적극적으로 환자들을 찾아나서는 모습을 보며, 이정수 원장은 의사로서의 자부심과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하곤 한다.

"의료봉사에 가장 필요한 것이 자금력과 네트워크인 것 같아요. GIC는 이사회비와 각종 후원금으로 활동비용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인력 역시 중요한데, 앞서 말씀 드렸듯이 앞으로 후배들의 참여 기회를 점점 늘려가려고 하고요. 아프리카 차드에 보건소를 세운 것이나 미얀마에서 구순구개열 환자들의 수술을 진행해온 것처럼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을 찾으려고 합니다."

GIC는 가난한 나라에 의료분야뿐 아니라, 교육과 문화 등 수혜의 폭을 넓혔다. GIC의 아이티 프로젝트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6회에 걸쳐 이뤄졌다.

2012년 GIC 대표 프로젝트 중 하나는 아이티의 심장병 환아들을 한국에 초청해 수술한 것으로, 아이티에서 심장병 전문의와 심폐기 등 수술에 필요한 장비의 부재로 인해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9명의 아이들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으로 데리고 와서 치료했다.

마다카스카르에 악기와 성악을 지도하는 아미음악학교가 세워진 것처럼 문화와 교육 지원까지 진행한다. 2015년 8월부터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정수 원장은 의료 수혜뿐만이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의 도움과 지역사회의 개발 역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 강조했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재능을 부여 받고 살고 있을 텐데요. 아프리카 아이들은 그 재능을 발휘한 만한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땅에 그림 그리는 아이들에게 크레파스를 선물하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마다카스카르와 2015년 네팔 지진 후 절망에 빠진 아이들에게 미술대회·공연·벽화봉사 등을 지원한 그는, 문화를 통해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구순구개열 환아들의 수술을 통해 그가 찾아준 것은 보기 좋은 입술이 아니라 보기 좋은 웃음이다. 한 사람과 그 가족들을 일생을 찾아주는 보람은 그에게 늘 특별한 경험이 된다.

"봉사는 제게 축복의 통로이고 혜택입니다. 의료적으로 취약한 나라의 소외된 사람들, 기형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좋은 이웃이 되고 싶어요."

겉으로 보이는 외모로 평가 받고 차별 받는 것이 싫어서, 외모 개선을 통해 도움을 주는 보람으로 성형수술을 한다며 소신을 밝히는 이정수 원장. 늘 환자들의 일생을 함께 고민하기에 더욱 정성을 다하는 그를 찾는 환자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참 많았다.

바쁜 시간 짬을 내어 인터뷰하면서도 정성을 들이며 얘기해준 그에게 감사를 전하며,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그의 따뜻한 여정이 앞으로도 아름답게 지속되길 바란다.

글=정지선 보령제약 사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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