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관·제규정 개정 벌써부터 '난항' 예고

의협 정관·제규정 개정 벌써부터 '난항' 예고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7.03.0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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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해임, 선거운동 범위, 선거권 확대 '쟁점'
공청회서 이견 충돌...내달 총회 통과 '미지수'

 ▲ 5일 의협 정관 및 제규정 개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정관을 비롯해 선거관리규정·중앙윤리위원회규정에 대한 대대적인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지만 실현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일부 민감한 조항에 대해 이견이 속출해 중론을 모으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협은 5일 공청회를 열어 정관개정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가 마련한 정관·선거관리규정·중앙윤리위원회규정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들 개정안은 지난해 4월 제68차 의협 대의원총회 의결에 따라 같은 해 6월 구성된 정관개정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가 최근까지 6차에 걸친 회의 및 워크숍을 거쳐 마련한 것이다.

논란이 된 부분은 우선, 의협 회장에게 상근부회장·상임이사에 대한 해임 권한을 부여토록 한 정관 개정안이다. 현 정관은 회장이 상근부회장·상임이사를 임명(任命)하고 대의원총회 인준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개정안은 '상근부회장 및 상임이사는 회장이 임면(任免)하고 대의원총회에 보고한다'고 규정했다.

개정안은 회장의 회무 추진력을 높이고, 지난해 강청희 전 상근부회장의 해임을 둘러싼 내부 논란과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홍순원 한국여자의사회 총무이사는 "상근부회장 뿐만 아니라 나머지 부회장들도 회장이 '임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개정안에 힘을 실었다.

이에 반해 김교웅 서울특별시의사회 부의장은 "상근부회장은 한 번 더 숙고하는 의미에서 총회 인준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중앙대의원도 "회원 직선제로 선출되는 대의원의 위상을 고려하면 단순히 총회 보고 보다는 인준을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의협 회장 선거 후보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컸다. 선거관리규정 개정안은 후보자에게 선거인명부 사본을 교부하되 이메일주소·휴대폰 번호는 제외토록 했다. 회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이학승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선거운동 시간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이메일주소와 연락처를 빼고 주면 선거운동이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근 경상남도의사회 대의원도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개정안대로 선거가 진행됐을 때, 후보자가 선관위 제공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얻은 유권자 연락처로 전화한 경우, 상대방이 개인정보 문제를 제기하면 더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운동 자격 확대에 따른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공개된 선거관리규정 개정안은 의협 산하 시도지부 등 단체와 관련 조직의 임·직원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 정관은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학승 중앙선관위 위원은 "개정안대로라면 시도의사회장이 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하면 해당 의사회 임직원 모두가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선거운동 과열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공의·공보의 회원의 선거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의협회장 선거일은 '임기만료일 직전 3월 세 번째 수요일'로 시기를 못 박고 있다. 이에 대해 기동훈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3월에는 전공의 4년차와 공보의들이 훈련소 입소하는 시기라 투표할 수가 없다. 600여 명의 전공의, 800여 명의 공보의 합쳐 약 1500명의 선거권자가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 회장은 국방부에 협조를 요청해 부재자투표가 가능토록 하던지, 선거 날짜 조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 회원의 대의원 진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홍순원 한국여자의사회 총무이사는 "의협 회원의 약 24%, 젊은 층의 40%가 여성"이라며 "의협 대의원 250명 중 여성 대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 의학회·협의회에 책정된 고정대의원의 25%는 여성으로 할당토록 정관에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선 이밖에 선거권·피선거권 부여의 기준이 되는 회비 납부 기준을 더욱 강화하자는 의견과 오히려 완화해야 한다는 반대 주장이 맞섰으며, 불법선거에 대비한 '공정선거' 관련 규정 신설, 전자투표의 신뢰성 향상을 위한 방안 마련, 현행 전자투표·우편투표 외 기표소 투표제도 신설, 총회 출석 의무화 등 대의원 자격 요건 강화, 협회 임원의 겸직 제한 규정 신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한편 이날 공개된 정관 개정안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대의원의 재선거·보궐선거 규정의 신설이다. 현행 정관에는 대의원이 사퇴·사망 등으로 인해 궐위가 발생해도 충원 규정이 없어, 해당 지역·직역 대의원은 공석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개정안은 대의원의 재선거, 보궐선거도 각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후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와 같은 방법으로 실시한다고 규정해 대의원이 항상 정수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았다.

선거관리규정 개정안에서는 시·도지부 임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선거운동 때 유권자에게 문자메시지·이메일을 보내는 경우 반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하도록 명시한 규정도 부분이 앞으로 논란 가능성이 있다.

중앙윤리위원회 규정 개정안에서는 '제3자 진술권'을 도입한 부분이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 '피심의인이나 변호인은 위원회 허가를 받아 제3자를 증인으로 신청해 진술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회원 권리 정지 범위에 '연수교육'을 새로 포함한 부분이 의료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으며, 회원 징계 결정 사실을 의협신문에 의무적으로 공고하도록 한 규정이 회원에 대한 인격 훼손 논란도 예상된다.

개정안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4월 23일 열리는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의협 대의원회 법령·정관심의분과위원장을 지낸 정지태 중앙윤리위 위원은 "정개특위에서 심도 깊게 심의한 개정안이 총회에 올라가면 다시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부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총회가 '의결'할 사항과 '심의 의결'할 사항을 분리해야 한다. 정관 개정안은 총회 심의 없이 통째로 의결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권건영 정관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임수흠 대의원회 의장, 추무진  회장

이날 공청회에 앞서 권건영 의협 정관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짧은 기간이었지만 형식적인 절차를 대폭 줄이고, 가능한 위원들이 많이 소통하면서 소위원회별 축조심의 활동과 전체 조정모임을 통해 충분한 논의과정을 가지려 했다"고 위원회 활동 경과를 밝혔다.

또 "집행부·선관위·중윤위 등에 공문을 보내 개정에 관련한 의견을 받아 검토했다. 오늘 공개하는 개정안은 최종안이 아니며 회원의 의견을 수렴해 앞으로 보완할 예정"이라며 "공청회 결과를 갖고 정개특 집중회의(워크숍)을 한 차례 더 거친 후 오는 4월 개최되는 제69차 정기대의원총회에 최종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수흠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한 조직을 지탱하는 정관과 규정들은 그것을 준수하고 활용하는 회원의 의지와 바람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오늘 공개된 정관·제규정 개정안은 의협 정관개정특별위원회가 집행부·중앙윤리위원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 회의를 거쳐 가다듬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정안에는 다수 회원의 의지와 대표성이 반영돼야 하며 일부 회원의 의견도 참조해야 한다"며 "결국 정개특이 얼마나 중심을 잡고 수임받은 사항을 제대로 인식해 어떻게 올리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무진 의협회장도 "올해 창립 109주년을 맞은 의협은 그동안 정관을 비롯한 여러 규정을 부분적으로 개정하기는 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변화하는 사회상과 의료계 현실을 총체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정관 개정작업이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대의원 직선제 변경에 따른 보완 규정으로 대의원 재선거 및 보궐선거제도 도입, 임원 임면 절차 변경 등을 포함한 정관 개정은 그동안 협회 실정에 맞지 않았거나 미비했던 규정과 비효율적으로 운영돼 온 제도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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