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의료과실 채무, 병원 인수자 책임"
상법 조항 근거..."병·의원 인수 신중해야"
이전 병·의원장으로부터 의료기관을 인수받아 운영할 때 이전 의료기관명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이전 의료진 과실로 손해가 발생한 환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따른다는 한국소비자원 결정이 나왔다.
이전 의료기관의 채무를 인수받지 않기로 계약했더라도 배상책임이 따를 수 있으니 병·의원 인수시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10일 이같은 결정을 공개했다. 이번 건은 치과의원에 관련된 분쟁이었으나, 의원이나 병원 등 전체 요양기관에 적용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70대 남성환자 최모씨는 2009년 2월 A치과의원에서 상하악 부위 임플란트 및 보철물 시술을 받았으나 임플란트가 파절되고 보철물이 자주 탈락했다. 하지만 A치과의원장은 보완조치만 했고, 결국 최씨는 임플란트 매식체 제거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A치과의원은 2012년 6월 현재 사업자로 변경할 때 기존 환자의 정기검진과 사후관리에 관한 채무만 인수받았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소비자원은 A치과의원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다. 치과의원을 양수하면서 같은 장소에서, 종전과 동일하게 'A치과의원'이라는 상호로 영업했고, 기존 A치과의원의 환자 정보와 진료기록을 모두 넘겨받았으며, 소비자가 채무인수 여부를 알 수 없었던 사실 등을 참작한 것이다.
또 '상호가 동일하다면 소비자가 채무 인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양수한 사업자가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는 상법 제42조도 근거로 들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건은 치과분쟁에 관련된 내용이지만 전체 요양기관에도 적용될 수 있다"라며 "병·의원을 인수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하게 결정해야 한다. 또 인수 등으로 진료를 받는 동안 의사가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공지한다면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