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기면병 연구·치료·교육 주도...초대 회장 홍승철 교수 선출
조기 진단·치료 위해 수면검사·양압호흡기 급여화 필요
아시아 5개국 수면의학 전문가들은 24∼25일 코엑스에서 '아시아 기면병·과수면증 학회' 창립 학술대회를 열어 아시아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공동 연구를 통해 기면병 치료법 개발과 정책 대안을 제시키로 했다. 초대 회장에는 창립 조직위원장인 홍승철 가톨릭의대 교수(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선출했다. 임기는 2년.
기면병은 순간적으로 참을 수 없는 병적인 잠이 엄습하는 질환. 국내 기면병 환자는 전체 인구의 0.05%(약 2만 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40억 명 인구를 고려하면 20만 명의 환자가 기면병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홍승철 초대 회장은 "기면병과 과수면증을 포함해 낮졸림증 환자는 인구의 약 10%에 달한다. 한국의 낮졸림증 환자는 400∼500만 명에 달하지만 의료기관에서 제대로 진료받는 환자는 72만 명에 불과하다"면서 "환자나 가족이 낮졸림증에 대해 병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병원을 찾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면장애 환자는 매년 10% 가량 증가하고 있다. 비만 인구와 고령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면장애로 인해 집중력 저하와 업무 성과가 떨어지고, 각종 사건·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0%가 졸음운전을 한다는 분석결과도 있다.
수면장애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손실 비용은 천문학적이지만 사회적 대책과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홍 회장은 "아직까지 수면장애 진단을 위한 수면다원검사와 수면잠복기반복검사 등은 물론 양압치료기에 대해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 것도 병을 키우는 원인"이라며 "낮졸림증 진단을 위해 필요한 검사에 대해 보험급여를 하지 않다보니 조기 진단이 늦어지고, 진료를 받더라도 환자가 100만 원이 넘는 검사비를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면병의 경우 2010년 희귀난치성 질환에 포함,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시한 심사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허탈박작의 병력이 없는 경우 평균 입면시간 8분 이하이고, 렘수면이 2회 이상이라는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희귀난치성 질환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도 수면질환으로 인한 문제점을 인식, 수면검사와 치료에 대한 보험급여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은 "기면병과 증상이 유사한 특발성 가수면증을 비롯한 수면질환은 여전히 연구도 부족하고, 국가나 사회보험에서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며 "낮에 참을 수 없이 졸리는데 비싼 약값 때문에 약을 먹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창립 학술대회에서는 세계 최초로 수면클리닉을 열어 기면병 환자를 진단·치료하고 있는 Christian Guilleminault 교수(미국스탠포드대학)와 기면증 환자에서 히포크레틴(hypocretin) 농도가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발견한 mignot 교수(미국 스탠포드대학)를 비롯한 수면의학 전문가들은 "수면질환은 조기에 진단해 치료를 받아야 할 질병"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기면병의 원인으로 손꼽히는 뇌에서 각성을 조절하는 기면병 유전자(조직적합항원·HLA DQB1*0602)와 수면 및 각성의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히포크레틴(hypocretin) 부족에 관한 연구를 비롯해 장기 예후·치료약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낮 졸림증을 감소하는 중추신경계 흥분제와 탄력 발작 치료제를 비롯해 기존 치료제에 비해 불안·심계항진·혈압 등 부작용이 적은 프로비질과 연구·개발 중인 히포크레틴 인공 합성 치료제 등에 대한 임상연구 성과도 공유했다.
"인구 고령화와 전립선 질환을 비롯한 질병은 물론 배우자 사망이나 과로 등으로 인한 수면 부족으로 업무·학업 능력 저하는 물론 각종 사건과 사고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홍 회장은 "아시아 기면병·과수면증 학회는 수면장애 관련 학회와 전문가들과 함께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바꾸고, 사회제도와 정책을 바꿀 수 있도록 근거와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 나갈 계획"이라며 "교육과 홍보에도 중점을 둬 수면치료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학회 창립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이정희 한국수면학회장(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수면질환은 정신건강의학과를 비롯해 신경과·이비인후과·내과·소아과·치과 등 관련 진료과 의료진이 다학제적으로 유기적인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며 임상·기초 연구자들의 협력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경기도 교육청이 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9시 등교운동에 높은 점수를 줬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청소년기 수면 패턴에 맞춰 등교시간을 늦추게 되면 낮 졸림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고 밝힌 이 회장은 "수면의 질이 높아야 낮데 덜 졸리고, 학습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