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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29 (목)
[신간] 의사로 산다는 것
[신간] 의사로 산다는 것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7.03.2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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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양 지음/수필과비평사 펴냄/각 권 1만 5000원

 
책 속에 묻혀 책과 함께 사는 일의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일까. 글자의 연속일 뿐이라면 굳이 책을 가까이 할 이유가 없지만 그 글자들이 모여 의미를 이루고, 그 의미들은 잘 짜여진 얼개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배한다. 지식은 물론 지혜를 얻는 기쁨에 취하고, 어느새 메마른 마음에 불현듯 찾아온 생기를 느끼며 희열을 누린다.

의사의 삶은 진료 외 분야에 그리 많은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 촌음의 여유를 책과 함께 채우는 이가 있다.

1998년 첫 수필집 <초대>로 제4회 '남촌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애양 원장(서울 강남·은혜산부인과)이 2010년 출간한 <의사로 산다는 것>에 이어 <의사로 산다는 것 2>를 펴냈다.

전편과 같이 이 책은 국내외 저명 작가들의 작품 가운데 등장하는 의사들의 삶을 좇는다. 이번에도 스물 네 편이나 된다. 무심코 잡은 책 속에서 의사를 만나게 되면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은 예의 충동이 일고, 반가움으로 정리한 글들은 차곡차곡 쌓여져 또 책이 됐다.

 
이 책은 스물 네 편 뿐만아니라 수많은 명작을 짧은 시간 안에 갈무리하는 풍요를 누리게 한다. 책 속에는 인술을 구현하는 '좋은의사'도 있고, 마음 속 경계를 삼아야 할 '나쁜 의사'도 있다. 저자는 이들 속에서 '환자들의 고통스러운 마음과 불안을 함께 치유할 수 있는 따뜻한 의사'를 노정시킨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명작 속 의사 열전'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간이 가고 보니 제가 쓴 글이 저에게 거울과 채찍으로 작용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라는 저자의 고백이 아르헨티나 작가 에두아르노 갈레아노의 <포옹의 책> 중 "포도가 포도주를 만드는 것이라면, 우리를 만드는 건 우리 자신이 한 말"에 맞닿아 있는 까닭이다.

저자는 글 속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에 조심스럽게 다가서며 세상과의 소통에 나선다. 우리 곁 누군가와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그들과의 인연을 통해 함께 만들어갈 의미있는 세상을 위해 사랑 속에서 희망을 찾고, 고뇌하고 번민하며 옮기는 한 걸음 한 걸음에 변화의 싹을 심는다. "사람은 좀체 변하지 않는다지만 살기 위해서는 변해야만 하는 것 아닐까?"라며….

책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에 삶에 대한 관조와 통찰을 입혀 원작의 작품성에 매력을 얹었다. 책 곳곳에 자리한 저자의 '리즈시절' 사진도 풍미를 더한다.

 
<의사로 산다는 것 2> 차림표다. <인간 요건>(그레이엄 그린) <세익스피어의 기억>(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진주>(존 스타인벡) <젊은 의사의 수기>(미하일 불가코프) <천국이냐, 지옥이냐>(마크 트웨인) <그 가을의 사흘 동안>(박완서) <결투>(안톤 체호프) <사랑의 사막>(프랑수아 모리아크) <티보가의 사람들>(로제 마르탱 뒤 가르) <시골의사>(오노레드 발자크) <보이체크>(게오르크 뷔히너) <벽>(장 폴 사르트르) <삼국지>(나관중) <오늘을 잡아라>(솔 벨로) <무기여 잘 있거라>(어니스트 헤밍웨이) <혼란>(토마스 베른하르트) <과학의 나무>(피오바로하) <동 쥐앙>(몰리에르) <아버지와 아들>(이반 투르게네프) <아벨 산체스>(미겔 데 우나무노) <죽음과 소녀>(아리엘 도르프만) <두 도시 이야기>(찰스 디킨스) <유의촌>(정을병).

이 책 출간과 함께 전편도 새 옷을 입고 모두 마흔 여덟편의 명작을 담은 <의사로 산다는 것>으로 새단장했다. '가장 슬픈 색'이라지만 슬프지 않은 블루 톤 양장본 케이스에 1, 2권이 나란히 꽂혀 품격을 더하며…(☎ 02-3675-3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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