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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목련이 피어난다
청진기 목련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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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0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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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헌 원장(서울 강서·연세이비인후과의원)
▲ 홍지헌 원장(서울 강서·연세이비인후과의원)

목련을 다시 보는 것은
새봄의 즐거움
활짝 피어난 흰 여인을 찬미하자  

저 목련,
털로 덮인 외투는 언제부터 준비했나
추위 속에서 얼마나 기다렸나
때 이른 봄바람은 어떻게 참았나
때 늦은 눈발은 어떻게 견뎠나

전략적 인내 뒤의 개화

사랑스런 여인이기보다
마침내 꽃피운 승리자의
흰 웃음이 활짝 피어난다

- 홍지헌

아들이 군사 훈련을 받고 있는 요즈음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시작된 것이다. 바람이 불든 말든, 강추위가 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지내다가 갑자기 바깥 날씨에 민감해진 것이다.

날씨에 관계없이 시간은 흐르고, 군사훈련은 끝나고, 아들은 일상으로 복귀하겠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변화된 상황에 사로잡혀 마음이 흔들리는 탓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 인간보다는 나무들이 더 차분하게 흔들림 없이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 나뭇가지를 스쳐가는 바람 끝이 매서운 추운 겨울인 때부터, 머지않아 봄바람이 불고 다른 나무들과 함께 어우러지게 꽃을 피워야 할 때를 잘 맞추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나무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고, 햇볕이 잘 드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에도 약간의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아파트 화단이나 크리닉이 있는 공항동 근처 주택의 목련은 벌써부터 털이 보슬보슬한 모습의 큼직한 꽃눈을 나뭇가지마다 주렁주렁 달고 있다.

보이는 눈들이 모두 꽃눈인지, 일부는 잎눈인지 알 수 없지만 생각보다 일찍 계절을 준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꽃눈을 감싸고 있는 껍질에 솜털이 붙어있는 것은 보온 때문일 것이지만 다른 나뭇가지에 생긴 눈에는 솜털이 없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신분을 과시하는 두툼한 모피 코트 같이 보이는 저 솜털 껍질은 무슨 역할을 할까 혼자 생각해 보다가, 다른 나무에 비해 꽃눈이 일찍 생겨 추위에 오래 노출될 수밖에 없고, 크기도 서너 배나 크기 때문에 추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까닭에 냉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졌다.

추운 겨울과 일기불순하고 변덕스러운 환절기를 견디기 위해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세상에 나온 셈이다. 추위를 이겨낸 후에 다른 나무 보다 일찍, 훨씬 더 탐스러운 꽃을 피워야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다른 나무에 비해 신분이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외투를 벗고 자태를 드러내는 목련은 과연 감탄을 금할 수 없게 한다. 흰 목련은 흰 목련대로 우아하고 아름답고, 자목련은 자목련대로 품위 있고 고귀해 보인다. 피부가 뽀얗고 목이 긴 사랑스러운 연인의 이미지라기보다는, 찬미해야 할 공주마마나 복종을 맹세할 수밖에 없는 여왕 폐하의 이미지이다.

이런 이미지는 목련의 아름다움이 화려함 보다는 우아한 탓도 있겠지만, 온갖 시련과 유혹을 이겨내고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철에 맞추어 꽃을 피워낸 인내와 극복의 이미지가 덧붙여진 결과일 것이다. 목련, 그녀의 키 워드는 때가 올 때까지 참으며 끝까지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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