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폐이식 환자 2명 중 1명 세브란스 거쳤다

한국 폐이식 환자 2명 중 1명 세브란스 거쳤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04.0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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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백효채 교수팀, 국내 최초 폐이식 수술 200례 달성
까다로운 장기특성, 법적제약과 의료인 홍보 부족 한계 극복이 과제

200번째 폐이식 수술 환자와 흉부외과 백효채 교수(사진 오른쪽)
세브란스병원이 1996년 폐이식 수술을 처음으로 시행한 이후 21년만에 200례를 달성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폐이식 수술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로 세브란스병원이 폐이식 분야에서 독보적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폐는 활동에 필요한 산소를 받아들여 세포에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과정을 주관한다. 인체 내 여러 장기 중 가장 크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갈비뼈가 외부 충격으로부터 튼튼하게 보호한다.

하지만, 간이나 심장, 신장과 같이 폐도 기능이 저하돼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경우가 있다. 약물과 수술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의 폐를 가져오는 '폐이식 수술'에 희망을 걸게 된다.

아쉽게도 여타 장기와 달리 폐이식은 매우 까다로운 제약이 따르기에 이식 빈도수가 낮다. 2016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에서 신장이식은 2233건, 간이식은 1469건이 시행됐으나 폐 이식은 겨우 89건만 이뤄졌다. 빈도가 드문 것으로 알려진 심장이식 156건의 57% 수준이다.

폐이식 수술이 자주 시행되지 못하는 이유는 공여 받는 장기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폐이식은 현행 장기이식법상 오직 뇌사자에게서만 얻을 수 있으며 간이나 신장과 같이 건강한 공여자로부터 직접 장기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기에 수술 자체에 제한점이 많다. 그리고 어렵게 뇌사자로부터 폐를 기증받는다 하더라도 이식을 위해 장기를 살펴 보았을 때, 이식 가능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최종 뇌사 판정과 보호자 동의가 이뤄지기까지의 상당한 시간 동안 모든 뇌사자들이 인공호흡기를 착용한다. 그러나 인공호흡기를 장기간 사용하면 폐렴과 같은 합병증을 동반하기에 이식 대상으로는 폐의 상태가 적절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악조건을 이겨내고 폐이식 수술을 시행하더라도 여타 장기 이식에 비해 환자 생존율은 낮은 수치를 보인다. 다른 장기와 달리 이식수술 직후부터 이식된 폐는 외부 공기에 노출돼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균 같은 유해요소와 직접 접촉하게 되며 이식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투여 받기에 감염에 의한 위험성은 대폭 높아진다.

대한민국 폐이식 수술의 역사는 지금부터 21년 전인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세대학교 영동세브란스병원(현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이두연·백효채 교수팀이 처음으로 일측 폐 이식수술에 성공했다. 이후, 1년에 평균 1∼2 차례 시행될 정도로 더딘 걸음을 걷던 폐이식 수술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활성화 됐다.

이식 수술에 필요한 장비와 술기의 발전과 더불어 백효채 교수를 중심으로 한 폐이식팀의 경험축적에 따른 팀워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수술 건수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백효채·이진구 교수/흉부외과, 박무석·김송이·송주한 교수/호흡기내과), 정수진 교수/감염내과)이 최근 '대한민국 최초 폐이식 수술 200례 달성'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기록했다.

폐이식팀은 지난 2월 말, '간질성폐질환' 으로 고농도 산소치료로 연명하던 63세 여성 환자에게 폐이식을 시행했다. 폐에서 산소의 교환이 일어나는 간질 부위에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이상이 발생했으며, 타 병원에서의 잦은 입·퇴원에도 불구하고 진행이 점차 진행된 상태였다.

환자는 2016년 10월부터는 고농도 산소치료에 의존해 호흡을 겨우 할 수 있을 정도였고, 폐이식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라는 결정에 따라 올 해 1월 세브란스병원을 통해 폐 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환자는 이식대기자 등록 35일 만에 나타난 기증자로 부터 이식에 적합한 폐를 공여 받았으며, 백효채 교수팀으로부터 양측 폐 이식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약 5시간 만에 완료됐으며 수술 후 4일째 되는 날 환자는 인공호흡기의 도움 없이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있었다.

이식수술에 따른 감염우려로 6일간의 중환자실 집중치료를 받은 후, 환자는 일반병실로 옮겨졌으며 수술 후 8일 만에 산소호흡장치 없이 걷기 운동을 시작했고 빠른 회복 속도를 보여 이식 수술 25일 만에 퇴원했다.

역사적인 폐이식 수술 200례를 달성한 백효채 교수는 "흔치 않은 폐이식 수술을 200건이나 시행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 성과는 개인이 아닌, 수많은 의료진들이 긴박함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걸어 온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직접 수술을 시행하는 흉부외과 의료진 뿐 아니라 장기이식지원센터를 비롯해, 호흡기내과·감염내과·순환기내과·영상의학과·재활의학과·중환자실·마취통증의학과·간호국·물리치료실·사회사업팀·정신건강의학과 등 폐이식 팀에 소속 된 수많은 교직원들이 '다학제 진료'를 기반으로 평소 의견을 교환하고 언제든 수술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완벽히 갖췄기에 가능하했다.

백 교수는"일부 환자들은 이식 수술을 받기 전까지 여느 의료인에게서도 폐이식 치료방법에 대해 설명을 받은 적이 없어 오랫동안 호흡곤란으로 큰 고생을 했다는 것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여타 장기이식에 비해 덜 알려진 폐이식 분야에 대해 의료인을 대상으로 교육 및 홍보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과 같이 폐도 간이나 신장처럼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직접 공여 받는 생체이식이 시행되면 더욱 효과적일 것 같다"며 "여기에 국내법으로 묶여 있는 심정지 상태 환자에 대한 폐 적출과 이식이 가능해진다면 폐이식 분야의 발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은 2017년 3월말 현재, 총 205건의 폐이식 수술을 시행해 대한민국 전체 의료기관에서 시행된 폐이식 수술의 약 50%를 담당하고 있다.

축적된 수술 경험과 노하우를 발전시켜 과거 약 400분 이상 소요되던 수술시간도 최근에는 평균 315분 정도로 단축시켰다. 빨라진 수술 소요시간은 수술관련 합병증과 환자의 체력 부담을 줄임으로써 이식수술 후 회복력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된다.

한편, 백효채 교수는 대한민국 폐이식 수술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 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3월 28일, 대한의학회로부터 '제 13회 바이엘임상의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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