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으로 인한 2000년 초유의 의사파업은 의료인은 물론 우리 국민들이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대해 근본적 성찰의 계기가 됐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급속한 속도로 전국민의료보험을 성취한 이면에 환자 본인부담률이 46%에 이르러 할인보험이란 자랑스럽지 못한 이름이 붙어다니는 실정 더욱이 지속적인 의료보험 급여확대로 인한 만성 적자 상태에 돌입하고, 의약분업으로 인한 재정부담이 늘어나면서 급격히 악화된 보험재정, 그리고 이 테두리에서 진료해야 하는 의사들의 갈등, 시장 경제원리에 따른 치열한 병원간의 경쟁 등은 '의료'를 사람과 사람(의사와 환자) 사이의 특별한 의사소통관계에서 하나의 객체화와 상품개념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애초에 아픈 이를 치료한다는 의료의 본질은 사라진 듯 하다.
이런 의료의 본질에 대한 역사성과 의사의 사회적 위치를 재조망하는 도서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평소 환자와 의사와의 의사소통관계에 많은 관심을 가져온 대표적 의료인 10명이 공동저서로 내놓은 '의료의 문화사회학'은 의료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질문과 의료의 본질을 찾기 위한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애썼다.
한국의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의료인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일상사의 주요 관심사로 자리잡은 '의료'라는 사회적 제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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