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과잉진료 논란은 한국인 특성 때문

'갑상선암' 과잉진료 논란은 한국인 특성 때문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4.06 11:5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순한 갑상선암, 오진 시 전이 위험...국제전문가위 기준 오류
서울성모병원 정창권·배자성 교수팀, 한국인 환자 6269명 연구

▲ 국제전문가위원회와 서울성모병원 교수팀 연구결과 주요 쟁점
한국인 갑상선암은 서양인과 다른 특성이 있으며, 새로운 기준에 따라 진단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갑상선암의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를 둘러싼 논란을 종식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갑상선암센터 정찬권(병리과)·배자성(유방갑상선외과) 교수팀은 2008∼2014년까지 7년간 서울성모병원에서 유두갑상선암종으로 진단받은 환자 6269명를 대상으로 국제전문가위원회에서 만든 기준에 맞춰 '유두암종 세포핵을 지닌 비침습갑상선소포종양(non-invasive follicular thyroid neoplasm with papillary-like nuclear features, NIFTP)'을 재분류한 결과, 전체의 2%인 105명만이 NIFTP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창권·배자성 교수팀은 NIFTP 분류를 기준으로 한국인 갑상선암 환자는 2%에 불과, 10∼20%에 달하는 미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교수팀은 암발생과 관련된 주요 유전자의 돌연변이 분석을 통해 국제전문가위원회에서 제시한 NIFTP 진단 기준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도 발견, 이를 보완한 새로운 진단 기준을 제시했다.

정창권·배자성 교수팀은 "보다 더 엄격한 진단 기준을 적용해 재분류한 NIFTP라 할지라도 95명의 NIFTP 환자 중 2%는 림프절 전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NIFTP를 단순히 양성 종양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면서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NIFTP를 진단하지 않으면 타 장기로 전이할 수 있는 암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 NIFTP는 서구에서 흔하다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전체 갑상선암의 2% 미만으로 드물게 발생하며, 종양이 있는 한쪽 엽만 절제하는 수술로도 완전 치료가 가능해 추가적인 수술이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불필요했다.

NIFTP라는 새로운 용어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우리나라는 갑상선결절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고 있어 NIFTP 환자들이 불필요한 치료를 받은 경우는 거의 없고, 서구에서 시작된 갑상선암 과잉 진단 논란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갑상선암 과인 진단·치료를 둘러싼 논란은 2016년 4월 미국 국립암연구소 의뢰로 구성된 국제전문가위원회가 "갑상선유두암종의 상당수가 암세포와 모양은 비슷하지만 성질은 달라 위험하지 않다"면서 "갑상선암의 10∼20%는 단순 종양 절제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 암이라고 부르지 말고, 추가 수술이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불필요하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국제전문가위원회는 '갑상선유두암종'이라는 진단명 대신 '유두암종 세포핵을 지닌 비침습갑상선소포종양(NIFTP)'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오는 5월 WHO 종양 분류법 제4판 개정판에 반영할 예정이다.

국제전문가위원회 발표를 계기로 국내에서는 갑상선암 과잉 진단·치료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의 갑상선암 환자수는 2011년 약 4만 명(인구 10만 명당 81명)으로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중단하는 등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만를 대상으로 비교적 적은 수의 제한된 환자로부터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바꿀만한 명확한 근거를 가졌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갑상선암센터 정찬권(병리과)·배자성(유방갑상선외과) 교수팀
정찬권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예후가 매우 좋은 갑상선암 환자에게 불필요한 추가 치료를 받게 하거나, 반대로 암이 있는데도 필요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새로운 진단 및 치료 기준을 마련하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배자성 교수(유방갑상선외과)는 "대한갑상선학회 최근 진료 권고안은 초음파 검사로 확인된 갑상샘 결절(혹)이 크기가 1cm이상이면서 추가 검사결과 암으로 진단되면 수술하라는 것이 주 내용"이라며 "크기가 작고 위치 등 예후가 좋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환자와 상의해 시간을 갖고 지켜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연구를 통해 NIFTP의 정확한 질병 특성을 밝힌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포스트게놈 다부처유전체(인간유전체 이행연구-중개이행연구)사업과 미래창조과학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공동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결과는 북미 병리학회 공식학술지 <Modern Pathology>(영향력지수 5.485) 정식 게재에 앞서 3월 온라인판에 실렸다(Molecular correlates and rate of lymph node metastasis of non-invasive follicular thyroid neoplasm with papillary-like nuclear features and invasive follicular variant papillary thyroid carcinoma:the impact of rigid criteria to distinguish non-invasive follicular thyroid neoplasm with papillary-like nuclear features).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