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의견도 절반으로 갈려...의대협 "1일 시험 자체 반대는 아냐"
지난해처럼 사전 협의 없는 강행 반대, 응시료 19만원 이상 인하 요구
"다시는 의대생을 무시하지 마라."
이틀 동안 치러지는 의사국시를 하루로 단축하는 방안에 단단히 뿔났던 의대생들이 결국 이를 무산시켰다.
올해는 일단 기존대로 치러지지만, 한국보건의료원 국가시험원 바람대로 1일 시행안은 결국 이뤄지게 될까. 의대생들은 충분한 사전협의와 응시료의 대폭 인하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국시원은 의사국시 필기시험을 하루로 단축하는 방안을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다. 사유는 병원 의료진인 국시 출제위원들과 시·도 공무원인 감독위원들의 업무공백을 하루라도 줄여보겠다는 것.
다만 너무 서둘렀던 게 화가 됐다. 지난해 7월 국시원은 2017년 의사국시 일정을 올해 1월 6일과 7일로 공지했다. 그런데 보름 후인 8월 초 "내년부터 시험을 하루로 단축하자"는 의견을 의대협에 전달한 것이다.
국시원 측은 "시험문제가 400개에서 360개로 줄어들며 시험시간도 단축됐다"는 이유로 1일 시험안을 제안했다. 의대협은 "시험을 4개월 남겨두고 하루로 단축하는 안에 찬성할 수 없으며 사전에 의대협과의 충분한 논의도 없었다"며 크게 반발했다.
'심리·체력적으로 부담스러우며 갑작스러운 통보에 혼란스럽다'라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도 제시하며 의대생의 60% 이상이 반대한다는 점도 내세웠다. 논쟁 끝에 결국 무산됐으나 국시원은 여전히 1일 시험안의 추진 의지가 강한 상황.
18일 임종규 국시원 사무총장은 "문제 수가 더 축소된다면 전반적인 시험시간이 줄어들어 하루에도 시험을 치르는 게 가능할 것"이라며 "향후 의대생을 포함한 여러 이해 관계자들과 축소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지난해 대학별로 1일 단축안에 대한 찬반의견을 조사했다. 41개 대학 중 29개 대학이 응답했는데, 14개 대학은 찬성했고 15개 대학은 반대했다. 의대생 의견도 절반으로 나뉜 만큼 문항 수 조절을 통한 시간안배와 당사자간 의견수렴으로 1일 시험안을 추진해나갈 것"이라 했다.
의대협 측도 1일 시험안에 대한 니즈가 상당수 드러난 만큼 이를 전면 보이콧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류환 의대협회장은 "1일 시험 자체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작년처럼 시험 공지가 이뤄진 상황에서 갑작스레 일정을 바꾸려고 한다면 학생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주게 될 것이다. 의대생 의견을 수렴해 차근차근 진행해나가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1일로 줄인다면 보건의료직종 중 가장 응시료가 높은 치과의사 및 한의사 수준(19만 5000원)으로 인하가 선행돼야 의대생들도 1일 시험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응시료의 대폭 인하를 강조했다.
한편, 제82회 의사국시 필기시험 일정은 2018년 1월 9일과 10일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