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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역사의 아픔을 보듬다"
"굿, 역사의 아픔을 보듬다"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7.04.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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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과 연극 기획전 마지막 제주도 무혼 굿 <초혼>
연희단거리패 30스튜디오…5월 7일까지 무대올라
 

종로구 명륜 3가에 위치한 연희단거리패 30스튜디오에서 봄을 맞아 굿과 연극 기획전 <초혼>을 5월 7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이윤택 연출의 이번 굿 기획전 연극 <초혼>은 장일홍 작가의 원작 <이어도로 간 비바리>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연희단거리패 대표배우 김소희·김미숙·윤정섭 등이 무대에 오른다.

특히 이번 기획전은 굿이 무속인들의 구복신앙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의 현실을 반영, 굿극으로서 굿의 원리를 극의 원리로 적용시킨 다양한 연극적 시도라 볼 수 있다.

이들이 선보인 굿극 첫번째 작품 <씻금>은 진도 씻김굿을 극화시킨 작품이었다. 개인사와 사회적 비극이 맞물리는 연극성으로 동시대의 아픔과 적극적으로 만나는 공연이다.

두번째 작품 <오구>는 동해안 별신굿을 모티브로 한 연희단거리패의 대표 레퍼토리로서 오랜만에 소극장에서 공연되며 더욱 생생한 연극성과 화제를 모으며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 굿과 연극 기획전 마지막 작품은 제주도 무혼굿을 소재로 한 <초혼> 이다.

우리 현대사의 커다란 비극인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하면서 현재 제주가 처한(혹은 우리사회가 처한) 여러 문제들을 조명하고 있다. 어쩌면 기획전 가운데서도 가장 스케일이 큰 이 작품은 역사와 현실을 아우르는 하나의 제의가 될 듯도 하다.

 

▲ 그동안 선보인 굿과 연극이 만난 공연으로는 진도 씻김굿을 극화시킨 작품 <씻금>과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동해안 별신굿을 모티브로 한 <오구> 등 이 있다.

제주도의 무혼굿은 두 종류가 있는데 산에서 죽은 넋을 위한 '산신맞이'와 바다에 빠져 죽은 넋을 위한 '요왕맞이'가 그것….

<초혼>에서 하는 굿은 '요왕맞이' 굿이다.

잠녀(해녀)들이 바다에 제를 드리며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요왕맞이' 굿을 하는 와중에 주인공 가족이 당면한 문제들을 통해 지금 제주의 문제와 더불어 제주 4.3 사건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뤄진다.

역사의 비극과 현대의 비극이 맞물리면서 굿은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동시에 진정한 화해에 이르는 제의가 되는데, 제주의 들불놀이가 역사의 비극을 태우는 불씻김(불로 맺힌 것을 태워냄)으로 극의 대미를 장식한다.

희곡 <이어도로 간 바리>의 원작자 장일홍 작가는 "'요왕맞이' 굿을 씨줄로, 한국현대사의 최대 비극은 4·3 사건을 날줄로 엮은 작품이다. 특히 4·3사건의 진행과정에서 3만여 명의 무고한 양민이 희생됐다. 이 억울한 원혼들의 맺힌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 해원굿이 필요했다. 희곡의 대사로 원혼들의 한을 풀어줄 수 없으므로 굿을 통한 해원(解寃)의 의례를 대행케 한것이다."라며 연극과 굿이 만나는 그 지점, 즉 '굿 따로 극 따로'가 아닌 굿이 극 속에 적절히 용해되도록 유의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한편, 이윤택 연출은 "우리가 꿈꾸었던 연극은 결국 '우리의 연극' 이었다. 여기서 우리란 말은 결국 한국적이란 의미였고, 한국 연극의 독자적인 공연양식을 탐색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굿이 바로 우리의 연극 원형이었다'는 선언적인 글을 썼고, 이제 나름의 숙제를 제출하게 됐다."라며 이번 연출의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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