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교사들 "장애학생 검진 수가 인상" 요구

특수학교 교사들 "장애학생 검진 수가 인상" 요구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4.2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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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노력 서너 배 들지만 일반 학생과 검진비 같아...장애인 검진 가로막아
26일 장애학생 건강검진 국회 토론회...정부·공단 '인식' 바꿔야

▲ '특수학교 장애 학생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는 조태준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교사, 학부모, 의료계 등의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참여했다.ⓒ의협신문 김선경
"제 몸조차 가누기 힘든 지체 장애 학생과 병원을 공포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장애 학생을 진료하려면 서너 명의 의료진과 보조인력의 지원을 받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수학교 장애학생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참석한 장애 학생 부모와 특수학교 교사 등 참석자들은 "특수학교 장애 학생이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서는 서너 배의 시간·노력·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단가는 일반인과 같다"면서 "장애 학생 검진을 병의원의 자발적인 봉사 정신과 교사들의 투철한 사명감에 맡겨 놓은 채 사실상 내버려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2016년 현재 전국 170곳 특수학교에서 공부하는 장애 학생은 8만 7950명. 이들 학생은 학교보건법에 의해 일반 학교와 똑같이 초등학교 1, 4학년·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 때 검진을 받아야 한다.

검진 비용은 보건복지부 고시에서 검진 항목·학년·비만 여부에 따라 최저 1만 5680원에서 최고 3만 3230원까지 정해 놓고 있다.

서너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장애 학생의 검진비가 일반 학생과 똑같다 보니 민간 의료·검진 기관은 물론 공공기관마저도 피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실과 서울대병원 공동주최하고,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는 의료진·특수학교 교사·학부모·언론계 등이 참석, 장애학생 건강검진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경기도 특수학교 보건교사협의회 소속 교사들은 "공공의료원에서 실시하던 출장검진을 예산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중단했다"면서 "출장검진기관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공청회 참석자는 "서울지역은 2007년부터 서울시교육청과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이 서울시 특수학교 장애 학생 출장 건강검진 사업을 10년째 계속하고 있어 일부 특수학교를 제외하고는 검진이 이뤄지고 있지만 나머지 지역 장애 학생의 검진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장애 학생 부모는 "검진항목도 일반 학생을 기준으로 만들다보니 시각·청각·지체·정신 등 장애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장애 학생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검사를 받기 힘들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검사방법이 필요하지만 학교보건법에서 정해 놓은 수가와 항목 외에는 인정하지 않다보니 제대로 된 검진을 받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청력·시력·치아 등 장애 학생 검진은 협조가 가능한 경우에만 할 수 있는 만큼 중중 장애 학생에 대해서는 학부모에게 증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설문형식으로 진행한 후 증상에 맞춰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옥경 특수학교 보건교사협의회 대표는 "지방의 경우 특수학교 장애 학생의 출장 검진을 하겠다고 나서는 병원이 없다"면서 "지방 상급종합병원이 장애학생의 검진을 책임지고 진행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날 토론회에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과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을 비롯해 조태준 서울대어린이병원장, 김연수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장, 김은숙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장 등이 참석, 특수학교 장애 학생의 건강검진 개선방안을 찾았다.

김계형 서울대병원 교수(공공보건의료사업단)는 "장애인은 일반인보다 의료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적고, 만성질환이 조기에 발병하며, 이차적인 기능장애가 발생하기 쉽다"면서 "일반인에 비해 만성 통증은 16배에 높고, 심혈관질환은 6.5배, 당뇨병과 관절염은 3배가 높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아동의 경우 성인 장애인보다 중증도가 높으므로 소아청소년과·소아신경외과 연계가 가능한 지역 국립대병원·상급종합병원 등이 참여해 특수학교 건강증진학교모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증도가 너무 높아 가정에 머물 수밖에 없는 장애아동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애 학생이 조기에 적정한 검진을 통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제도부터 장애인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지 가톨릭의대 교수(대전성모병원 재활의학과)는 "의사소통이 안 되는 미취학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순음청력검사가 불가능하므로 수면제 등으로 진정한 후 검사를 해야 하지만 건강보험에서는 수술이나 시술이 아니면 진정료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원인불명의  복합장애나 대사 장애 아이들에게 진정요법을 시행했다가 생길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의료진의 몫이고, 건강보험에서는 허가사항 외 진료행위로 치부해 의료급여비용을 주지 않거나 페널티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 교수는 장애학생 검진 항목에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건강의학 분야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점도 강조했다.

장애 학생을 진료하는 주치의로서의 고민도 내비쳤다. 학부모의 이해와 협조도 당부했다.

이 교수는 "신생아 청력검사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에게 왜 재검사가 필요한지 설명하고, 검사 절차·위험성·비용 부담에 대해 설득해 검사를 진행하지만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을 때 쓸데 없는 검사를 했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면서 "검사 과정에서 심각한 합병증을 겪거나 부모의 강력한 항의와 민원을 경험하면 더는 어려운 절차를 진행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고 의료진이 겪는 고충을 털어놨다. 

박종혁 충북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장애인의 건강권을 포괄적·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급성기 치료 이후 이차 장애·합병증 발생 위험도를 고려한 의료-복지 전달체계 모형을 개발해 검증해야 한다"며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건강주치의·장애인검진기관 및 장애인 시설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오는 12월 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 건강권법)에 장애인 건강검진사업과 건강검진기관 지정이 포함돼 있다"면서 "국가에서 장애인 검진기관으로 인증받은 의료기관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시범사업을 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장애인 건강권법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사업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장애인 건강검진사업 및 건강검진기관 지정(보건복지부 장관) ▲의료기관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이동 편의 제공·건강보건통계사업에 필요한 자료 제출(의료기관) ▲방문진료사업(국가 및 지자체) ▲건강보건 연구 및 정보 사업(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 ▲건강보건관리(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건강교육(장애인·가족) ▲건강권 교육(의료인·장애인 관련 시설 종사자 및 보조인력·장애인 업무 담당자) ▲재활운동 개발 및 프로그램 제공(보건복지부 장관)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국가 및 지자체) ▲의료비 지원(국가 및 지자체) 등을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 건강권법 시행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는 예산이나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는 규정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건강권법 시행에 대비, 하반기에 재활의료기관 지정을 위한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등 보건의료 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 장애인 건강권에 관한 교육도 한다. 의료진이 장애인을 진료할 때 장애인의 건강권과 의료접근권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장애인 진료 원칙·유의 및 주의 사항 등을 교육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장애인 건강권법은 오는 12월 30일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명시했지만 아직까지 세부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장애인 건강권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일선 병의원에서 호응이 없다면 쓰레기 같은 법률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한 특수학교 보건교사협의회 관계자는 "검진단가를 현실화하고, 검진 항목도 장애 특성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재활병원을 지자체 장애인복지시설과 연계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장애학생을 검진하기 위해서는 서너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수가는 일반 학생과 같다. 검진 항목도 장애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있어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식 지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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