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인공심장판막 임상 완료…세계시장 진출 눈앞

국산 인공심장판막 임상 완료…세계시장 진출 눈앞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05.19 10:1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범 교수팀, 스텐트 시술에 특화된 자가확장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 개발
면역거부반응 최소화 제품으로 상용화 시 개당 수천만원 수입비용 절감 기대

김기범 교수
국산 인공심장판막의 세계시장 진출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김기범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팀(소아흉부외과 김용진·임홍국 교수)은 돼지의 심장 외막으로 만든 폐동맥 인공심장판막을 스텐트 시술을 통해 10명의 환자에게 적용하는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판막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앞두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자가확장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과 스텐트는 아직 상용화된 제품이 없어, 현재 한국과 미국·중국이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번에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국산판막이 상용화되면, 개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판막의 수입비용을 절감하고, 한국 의료기술의 세계화 및 국부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2004년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한 바이오이종장기사업단을 통해 돼지와 소의 심장 외막을 이용한 인공심장판막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후유증이 큰 가슴을 여는 수술 대신 간단한 시술로 판막을 이식하기 위해 태웅메디칼과 스텐트 개발도 동시에 진행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된 판막은 이종이식의 문제점인 면역거부반응이 '0'에 가까운 차별화된 장점을 가졌다. 이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판막보다 우수한 내구성 및 안정성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이 판막을 2011년부터 동물에 이식해왔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2015년 7월)를 받아 2016년 2월 첫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그리고 10년이 넘는 긴 여정 끝에 그해 10월 10번째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판막을 이식하고, 최근 6개월간의 추적관찰을 마쳤다.

김용진 교수는 "10년간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고, 해외 업체로 부터의 러브콜도 많았지만, 국산 판막의 세계화를 위해 연구를 지속했다"고 말했다.

폐동맥판막은 우심실이 폐동맥으로 혈액을 뿜어낼 때 혈액이 우심실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혈액의 역류가 나타나 심장의 펌프기능에 부담을 주고, 결과적으로 심장이 신체에 혈액을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자가확장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과 스텐트
이번에 임상시험에 참가한 판막질환 환자 10명은 6개월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심각했던 역류가 최소화됐으며, 면역거부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역류가 거의 사라지면서 우심실의 부피도 평균 32.1%나 줄었다.

또 가슴을 여는 수술 대신 스텐트 시술로 판막을 이식해, 중환자실을 거치지 않고 일반병실에서 4일 내에 퇴원했으며, 이식으로 인한 특별한 합병증도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인공심장판막 치료는 피부정맥에 도관을 삽입하고 도관을 따라 판막을 감싼 스텐트를 판막 부위에 이식하는 시술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고령층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개발된 타비(TAVI)라고 불리는 자가확장형 인공심장판막-스텐트가 상용화돼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스텐트와 판막은 폐동맥판막 질환에 특화된 것으로 차별성이 있다.

김기범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인공심장판막은 해외학회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며 "세계 최대 규모의 판막회사에서도 문의가 왔지만, 판막의 국산화를 위해 모든 기술을 국내 업체인 태웅메디칼에 이전했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지원을 비롯해 수많은 의료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국산 판막이 우리나라 의료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식약처로부터 희소의료기기로 최종 허가를 받으면, 모든 기술을 이전한 태웅메디칼에서 상용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5개 의료기관에서 다기관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보충설명>

* 자가확장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과 스텐트
연구팀이 개발한 차세대 인공심장판막 스텐트이다. 돼지의 심낭조직을 여러 단계에 걸쳐 특수 면역 및 화학 고정 처리해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 한 후, 인체의 심장판막과 똑같은 3가닥의 판막조직으로 가공했다.
인공심장판막과 스텐트는 자가확장형과 풍선형으로 구분한다. 자가확장형은 스텐트 자체의 팽창력을 이용해 확장하고, 풍선형은 외부의 힘, 즉 풍선을 이용해 확장한다.
현재 풍선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과 스텐트는 미국과 서유럽에서 상용화돼 사용되고 있다. 2년 뒤 국내 수입이 예상되며, 개당 수입가격이 3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풍선형은 크기의 제한으로 이미 수술로 판막이 이식된 사람에게만 적용 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김기범 교수팀이 개발한 자가확장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과 스텐트는 처음부터 수술 없이 스텐트 시술로 적용이 가능해, 현재 한국을 비롯한 미국·중국 등이 치열하게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다.

*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한 방법
기존의 인공조직심장판막과 기본 개념은 같다. 대개의 인공판막은 소나 돼지의 심장 조직으로 만든 판막을 특수면역처리를 해서 만들게 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판막은 돼지의 심장조직에 남아있는 세포를 제거하는 탈세포화 조직처리를 했고, 사람과는 달리 돼지 등 포유류에 많고 조직반응을 주로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진 '알파갈'이라는 단백질을 제거했다는 차별 포인트가 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