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폐이식팀, 성인에만 시행되던 폐이식 2세미만 영유아 성공
김영태 교수, "장기기증 활성화로 더 많은 생명이 살아날 수 있길 바래"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은 지난달 간질성 폐질환으로 앓고 있는 정 모양의 폐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12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고 밝혔다.
수술 당시 환아 정 양은 생후 22개월, 체중 9.5kg로 국내 최연소·최소체중 폐이식술로 기록됐다.
폐이식은 간이식, 신장이식과는 달리 법적으로 생체이식을 할 수 없어 반드시 뇌사 기증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소아 환자 뇌사는 매우 드물다.
성인 뇌사자 폐는 체중 차이 때문에 소아가 이식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어렵다. 또 10kg 이하 소아에게는 기증받은 폐를 절제해 이식하는 것도 쉽지 않아 국내에서 그동안 시행된 적이 없었다.
국제심폐이식협회에 2015년 등록된 전세계 4226명 폐이식 수혜자중에서도 5세 미만은 12명에 불과할 정도이다.
서울대병원 폐이식팀은 지난 2007년, 폐기능 소실 환자를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기)로 연명시키면서 기증자를 기다리다 이식하는 에크모 연계 폐이식을 국내 최초로 시행한 바 있다. 이후 고위험 폐이식을 중점적으로 시행하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아 폐이식 수술을 준비해 왔다.
수술팀은 호흡기내과·흉부외과·마취과·감염내과·장기이식센터를 비롯해 어린이병원의 소아청소년과 호흡기, 감염 및 중환자치료팀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던 중 올해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오랫동안 준비했던 응급 폐이식이 진행됐다. 기증자 역시 40개월 밖에 안된 소아로 상태가 위독해지면서 뇌사 상태가 되자 가족이 기증 의향을 밝혀 여러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났다.
지난 5월 4일 저녁부터 시작된 수술은 다음날 새벽까지 약 9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며, 정 양은 크나 큰 어린이날 선물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이번 수술은 집도한 김영태 교수(흉부외과)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됐기에 모든 단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며 "장기기증 활성화로 좀 더 많은 생명이 살아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