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ASCO에서 주목 받았던 임상연구는?

2017 ASCO에서 주목 받았던 임상연구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06.2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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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치료제의 재조명', 유방암·전립선암 관련 임상결과들 속속 발표
NGS 기반 맞춤 항암치료 세계적 추세지만 실제 선택 활용은 7% 불과

(왼쪽부터) 박인근 교수(가천대 길병원), 김정아 교수(인제대 서울백병원), 맹치훈 교수(경희의료원), 손주혁 교수(세브란스병원).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 기반의 항암 맞춤치료와 관련된 임상연구와, 표적치료제를 재조명하는 임상연구들이 주목받아, 앞으로 국내에서도 환자를 치료하는데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17 ASCO에서 발표된 암 치료 관련 주요 임상연구결과들을 소개했다.

강진형 대한항암요법연구회장(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은 "2017 ASCO는 '암 치료의 변화를 가져오다'라는 타이틀로 전 세계 3만명이 넘는 종양내과 전문의가 참석했다"며 "이번 ASCO에서는 총 2150개 이상, 온라인에서는 2890개의 초록이 발표됐고, 1년 사이에도 약 5000개 가량의 논문이 쏟아지듯이 전 세계는 암 치료를 목표로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는 ASCO에서 주목받고 향후 국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주제인 'NGS 기반 맞춤형 암치료'와 '표적치료제의 재조명'에 대해 소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손주혁 홍보위원장(연세의대 종양내과)은 "NGS는 올해 국내에서 선별 급여가 돼 ASCO에서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국내에서의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했으며, 두번째 표적항암제는 올해 ASCO 4개 전체 세션(plenary session) 중에서 2개가 표적치료제 임상으로 소개됐기에 재조명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주제 선정 이유를 밝혔다.

NGS 기반 맞춤 정밀의료는 세계적인 트렌드
다양한 유전자 정보 이용하기 위한 임상시험 지원 필요

첫번째 발표에서 맹치훈 교수(경희의대 종양혈액내과)는 "의료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의 발전, 이에 따른 비용 감소 등에 따라 개인 맞춤 암 치료 시대로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NGS 기반 맞춤 정밀의료는 기존 치료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NGS 검사는 환자의 종양 조직 및 혈액을 분석해 수 십에서 수 백개의 유전자를 확인, 암을 유발하거나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를 찾는 진단기술이다.

암 치료에 관련된 표적을 찾는데 있어서 NGS 검사가 활용되기 전보다 단시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NGS 검사는 국내에서 올해 3월부터 선별적으로 급여를 받게 됐다.

이번 ASCO에서 발표된 ProfilER 임상 결과를 보면,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지만 'NGS 결과 사용 가능한 치료제를 사용했던 환자군'과 '쓸 약이 없거나 있어도 못썼던 환자군'을 비교했더니 각 생존지표에서 앞의 환자군이 약간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맹치훈 교수는 "NGS 기반으로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찾을 수 있다면 치료 성적이 좋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1944명을 대상으로 NGS검사를 시행했지만, 실제 변이에 맞게 약을 썼던 환자는 이 중 7%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WGS, WES, WTS를 동원한 Mi-OncoSeq(Michigan Oncology Sequencing Program)에서도 전체 환자 500명 중에서 실제 환자의 변이에 맞는 항암제를 사용한 경우는 전체 대상자의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NGS 검사를 받더라도 실제 환자에 맞는 약을 투여 받는 사람이 예상보다 적고, 그마저도 임상연구나 오프 라벨 투여로 인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맹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는 미국국립암연구소(NCI) 지원하에 NCI-MATCH라는 약 6000명의 환자가 등록된 중요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조만간 결과가 발표되면 NGS검사를 통한 표적치료제가 임상에서 사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NGS가 각광받는 것에 비해 그 결과가 맞춤치료 선택에 실제 활용되는 비율은 적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NGS를 통해 얻게 된 다양한 유전 정보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다양한 임상시험의 활성화와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방암·전립선암 관련 표적치료제 임상연구들 주목받아
두번째 주제 발표인 '표적치료제의 재조명'에서 김정아 교수(서울백병원 혈액종양내과)는 유방암의 위험도를 높이는 BRCA1/BRCA2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해 설명하고, BRCA1/BRCA2 유전자 돌연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표적치료제 올라파립의 'OlympiAD' 임상을 소개했다.

올라파립의 OlympiAD 임상연구는 호르몬수용체 양성 혹은 삼중 음성(에스트로겐수용체 음성,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음성, HER2 음성)이고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유방암환자 302명을 대상으로 한 오픈 라벨, 다국가, 무작위 3상 연구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치료군은 올라파립 300mg 을 하루 2회 복용했고, 표준요법군은 의료진 재량에 따라 카페시타빈·비노렐빈·에리불린 중 한 가지 항암제를 사용했다. 1차 종료점은 무진행 생존기간으로 잡았다.

추적관찰 중위값은 14개월이었으며 올라파립 치료군이 표준요법 치료에 비해 유방암 진행위험률을 42%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전체생존기간에는 차이가 없었다.

올라파립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7.0개월로 항암치료군은 4.2개월에(95% 신뢰구간, 0.43-0.80, P=0.0009) 비해 약 3개월의 연장을 보였으며, 반응률은 60%로 치료군의 29%에 비해 2배로 나타났고 완전반응이 9%로 치료군의 2%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올라파립의 부작용으로 오심 50%, 빈혈 40%, 구토 30%, 백혈구 감소 27%로 나타났으며, 환자의 입원과 삶의 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grade 3 이상의 백혈구 감소는 표준치료군의 26%에 비해 올라파립이 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주목할 만한 두번째 임상은 전립선암 표적치료제 아비라테론의 'LATITUDE' 임상으로, 새로 진단된 고위험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요법인 안드로겐 차단요법(ADT)과 여기에 아비라테론/프레드니손을 추가한 요법을 비교하는 다국적, 이중맹검, 무작위 배정 3상 연구다.

이 연구에 포함된 고위험군이란 Gleason score 8이상, 뼈 전이 3개 이상, 내장 전이라는 3개의 요인 중 2개 이상 보유한 전립선암 환자로 정의했다. 총 1199명의 환자가 포함됐고 이 중 597명이 아비라테론군으로, 602명이 표준요법군으로 등록됐다.

실험군은 아비라테론을 매일 1000mg 1회, 프레드니손 5mg 1회 복용하면서 ADT를 투여 받았고 표준치료군은 ADT만 투여 받았다. 1차 종료점은 전체생존기간과 영상학적 무진행생존기간(radiographic PFS, rPFS)으로 잡았다.

추적관찰 기간은 중위 30.4개월이고 아비라테론+ADT은 표준요법에 비해 사망위험률을 38%(95% 신뢰구간, 0.51-0.76, P<0.0001) 감소시켰으며, 표준요법군이 중위 전체 생존기간이 34.7개월인 반면 아비라테론+ADT군은 아직까지 중위값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됐다.

아비라테론+ADT군에서 영상의학적 무진행생존기간(rPFS)은 33.0개월로 ADT표준요법의 14.8개월에 비해 2배 이상 연장됐고(95%신뢰구간, 0.39-0.55, P<0.0001) 연이어 다음 치료를 받을 위험도를 58% 감소시켰다.

또 병 진행의 증거 없이 혈중 PSA 만 증가하는 PSA progression 위험도는 70% 감소시켰으며 통증발생 위험도 역시 3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 발생 빈도는 두 군 간에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grade 3/4의 고혈압이 20%, 고칼륨혈증이 10%, 심장질환이 3% 정도로 아비라테론 치료군에서 더 자주 발생했다.

김정아 교수는 "유방암과 전립선암은 여성과 남성에서 유병률이 각각 1위, 3위를 차지하는 암종으로, 이환 기간이 길어 장기간 암과 싸워야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방암에서 BRCA1/2 돌여변이가 있는 환자는 기존 표준치료 실패 후, 올라파립이라는 새로운 표적치료제 사용이 가능해져서 유방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전립선암의 경우는 1차 치료제로 아비라테론이 포함된 치료법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33개월까지 연장돼 독성이 적고 매우 효과 훌륭한 1차 치료제가 탄생하는 중요 연구였다고 생각된다"고 임상의 의의를 밝혔다.

한편 국내 대표적인 항암약물치료 임상연구자 그룹인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1998년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들이 주축이 돼 설립, 다기관 공동 임상연구를 통해 국내 현실에 맞춰 국민들에게 효과적인 암 치료 방법에 대해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102개 의료기관에서 750여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으며, 데이터센터, IRB, PRC를 포함한 7개 위원회와 암종 별 10개의 질병분과위원회로 구성돼 활발한 다국가, 다기관 임상연구를 수행 중이다.

강진형 회장은 "세계에서는 훌륭한 임상연구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임상연구결과에 근거해 치료제를 사용하는데 매우 제한적"이라며 "이제는 병원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이 급여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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