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증진기금이 조성된지 20년이 됐지만 기금에 대한 회의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건강증진기금은 1997년 국민건강증진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자 건강증진기금법에 따라 설치됐다. 흡연자가 담배를 구매할 때 내는 세금으로 조성됐지만 국민건강증진법에서 명시한 '국민건강증진사업의 원활한 추진'이란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담금의 당사자인 흡연자에 대한 지원정책이 미미하고, 정부가 각종 사업수행시 일반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곳에도 곶감 빼먹듯 사용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민건강생활 실천 등 건강증진사업에 쓰인 기금 비율은 2014년 34.2%에서 2015년 34.1%, 2016년 31.2%로 오히려 줄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달리 건강보험가입자에 대한 지원은 2014년 50.9%, 2015년 55.9%, 2016년 59.4%로 증가추세다.
기금 수입은 2015년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4년 1조 6282억원에서 2015년 2조 4756억원, 2016년 2조 9629억원으로 늘었으며, 2017년에는 3조 671억원으로 3조원을 넘었다.
하지만 최근 열린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 발표에 따르면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금연지원서비스에 1468억원이 투입돼 전체 기금의 4.5%만 흡연자를 위해 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금연 효과를 높이겠다며 담배값을 인상했지만 결국 흡연자의 주머니를 털고, 정작 이들에게는 혜택이 가지 않고 있다.
이처럼 건강증진기금이 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길을 잃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기획재정부가 마땅히 예산을 배정해야 하는 사업에 예산을 주지 않고,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도 새로운 사업 수행시 손쉽게 기금에 손을 댔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지난해 국회 심의과정에서 삭감됐긴 하지만 원격의료제도화 기반 구축 사업 예산도 기금에서 편성한 것은 이같은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건강증진기금의 애초 목적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해 최근엔 이럴 바엔 아예 기금을 폐지하자는 급진적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마침 새 정부 들어 기재부와 보건복지부의 수장이 새롭게 인선된 만큼 건강증진기금 가운데 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 예산은 일반회계로 이관하고, '국민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데만 사용하도록 기금의 정체성과 안정화에 힘써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