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반 재활의료체계 세워야 병원 전전하는 '재활난민' 예방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장 "가정복귀율 높여야 고령사회 대비"
"중증 질병이나 외상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남아 있는 신체기능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재활의료입니다. 집중 재활치료를 받으면 누워서 지내야 하는 환자가 앉을 수 있고, 휠체어를 타야 하는 환자가 목발을 짚고 걸을 수 있습니다."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장은 "뇌졸중이나 교통사고 환자들이 급성기병원에서 1∼2개월 동안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은 후 6개월 이내에 회복기 집중재활 치료를 받느냐 받지 못하냐에 따라 가정이나 사회 생활로 복귀 여부가 결정된다"면서 "하지만 현행 의료체계와 보험수가는 회복기 집중 재활치료를 인정하지 않을뿐 아니라 2∼3개월이 넘으면 입원료의 절반 가까이를 삭감하고 있어 '재활 난민'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회복기 집중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권역별 재활병원 6곳, 국토해양부가 운영하는 국립교통재활병원 1곳, 재활의학과 전문병원 10곳, 근로복지공단이 인증한 53곳 등 70곳에 불과하다.
연간 10만 명의 뇌졸중 생존환자 가운데 가정으로 퇴원하는 4만 명을 제외한 6만 명은 회복기 집중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이들 재활병원이 커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집중 재활치료를 받지 못한 채 1400여개 요양병원에서 입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입원 기간은 길지만 집중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다보니 가정이나 사회로 복귀하는 비율은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능을 회복하지 못한 환자들은 급성기병원과 요양병원을 오가면서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적지 않은 의료비용과 사회비용도 지출해야 합니다."
우 회장은 "하루 속히 급성기-회복기-만성기 재활의료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결코 장기입원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할 수 없다"면서 "재활병원 시범사업을 계기로 한국형 재활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활환자의 가정복귀율을 높이기 위해 "가정복귀율이 높은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낮병동 제도'를 활성화 해 환자의 가정생활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힌 우 회장은 한 방안으로 "뇌척수·골절·심폐 질환별로 집중재활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수가를 지원하고, 대학병원에 회복기 재활치료를 할 수 있도록 병동 단위의 회복기 집중재활치료수가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우 회장은 지난 5월 12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남로 1960에 아이엠재활요양병원을 개원했다.
연면적 1만 2076㎡(약 3660평)에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로 245병상을 갖췄다. 650평 크기의 재활치료실에 로봇재활 장비를 비롯해 집중재활 의료기기를 도입했다.
5명의 의사와 치료사 45명·간호사 50명이 운동·작업·인지·연하·언어·도수·체외충격파 치료를 비롯해 무통신호요법·비수술 척추재활운동요법 등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병상은 환자 1인당 평균 9㎡를 확보했으며, 일상생활동작 수행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병실마다 식탁을 배치했다.
"고령사회를 맞아 수요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재활치료 환자들을 위해 일본과 같이 급성기-회복기(아급성기)-유지기(만성기) 형태의 의료전달체계를 도입하고, 아급성기에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통해 장애를 최소화함으로써 조기 회복을 촉진하고, 가정 복귀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우 회장은 "지역사회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재활의료를 제공하는 민간재활병원의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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