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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20억 손배 마취과 공보의 소송 '기각'
20억 손배 마취과 공보의 소송 '기각'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7.3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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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회복실 퇴실 환아, 혼수상태·뇌손상
법원 "응급실 인계 뒤엔 주의의무 부담 없어"
▲ 서울행정법원

 환자를 회복실에서 퇴실, 다른 의료진에게 환자를 인계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에게 인계 이후의 경과 관찰 등 주의 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환아와 부모 및 가족이 정부와 B공중보건의사를 상대로 낸 20억 5514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A환아는 2015년 3월 19일 석회돌에 왼쪽 발이 깔려 16시 25분경 C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정형외과 전문의 D씨는 왼쪽 첫 번째 발가락 근위지골 골절과 족부 열상으로 진단, 발가락 뼈를 당겨 붙인 후 핀을 박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수술은 2015년 3월 20일 오전으로 예정됐으나 보호자들이 도착 지연으로 오후로 연기됐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인 공보의 B씨는 오후 2시 45분경 전신마취제 펜토탈소디움 200mg과 근육이완제 베큐로니움 6mg을 주입, 마취를 시작했다. 수술 진행 도중에는 분당 산소 3L·아산화질소 1L·마취가스 2.5를 투여했다. 수술은 오후 3시부터 3시 50분까지 이뤄졌다.
 
수술이 종료되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B씨는 오후 4시경 마취 유지를 위해 사용하던 마취가스·진통제 등을 모두 중지하고, 인공호흡기계를 끈 다음 손으로 인공호흡을 유지하면서 A환아의 복부에 자극을 주고 이름을 부르는 등으로 마취에서 깨웠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B씨는 A환아의 자가 호흡이 돌아오자 조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보비눌과 피리놀을 주사했다.
 
10분 후 A환아는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고, 눈을 뜨고 수술 침대에서 일어나려 머리를 들며 사지를 움직였으며, 수술 부위 통증을 호소했다. 당시 A환아는 분당 400ml의 자가호흡을 하는 상태였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B씨는 마취에서 충분히 깨어났다고 판단, 오후 4시 5분경 수술실 간호사 E씨에게 X-ray 촬영 등을 위해 회복실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응급실로 인계토록 하면서 '환자의 보호자들이 무통주사를 신청하지 않았으므로 울티바를 폐기하지 말고 그대로 유지해 달라'고 지시했다.
 
수술실 간호사 E씨가 이동침대로 이동하는 중에 A환아는 이름을 부르면 대답했으며, 마취에서 깨어 조금씩 움직이기도 했다.
 
수술실 간호사 E씨는 A환아를 회복실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응급실로 인계하면서 응급실 간호사F씨에게 '울티마를 유지해 달라고 하는데 자세한 것은 마취과에 확인해 보라'는 취지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B씨의 지시를 전달했다.
 
당시 A환아는 혈압 115/88, 맥박수 100, 호흡수 20, 체온 37.2℃로 모두 정상 범주에 있었다. 500ml 수액은 100ml 정도 남아 있는 상태로 주입되고 있었고, 울티바와 수액을 혼합한 용액은 100ml 중 약 절반 이상이 남은 상태로 달려있었다.
 
응급실 간호사 F씨는 2015년 3월 20일 오후 4시 30분경 A환아에게 청색증이 나타난 것을 발견, 의료진을 호출했다. 정형외과 전문의 C씨와 마취통증의학과 B씨 등이 응급실에 도착,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오후 4시 45분경 청색증이 사라지고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오후 5시 39분경 A환아는 혼수상태에 빠져 G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한편, 의료진이 호출을 받고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울티바 혼합액은 전부 주입된 상태였다.
 
A환아는 저산소성 뇌손상, 의식 혼미, 사지의 강직성 마비 등으로 인한 와상 상태에 있으며, 의식 회복은 어렵고 지속적인 보존 치료를 해야 생명 유지가 가능해 성인 1인의 개호가 필요한 상태다.
 
A환아의 부모와 가족은 수술 종료 후 주입을 멈춰야 하는 울티바를 계속 주입했고, 호흡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충분히 감독할 책임이 있음에도 수술 종료 후 10분 만에 응급실로 인계했으며, 응급실 간호사 등이 A환아의 상태를 충분히 관찰하지 않은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B씨는 수술이 끝난 후 울티바 주입을 중단했고, A환아의 상태가 회복실 퇴실 기준에 부합할 때까지 지켜보다가  응급실로 인계했으므로 과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2015년 3월 20일 오후 3시 50분경 울티바의 주입을 중단하고, 이러한 상태는 응급실로 인계될 당시까지 유지됐다며 이와 배치되는 응급실 간호사F씨의 증언은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3월 20일 오후 4시경에는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고, 수술로 인한 고통을 호소할 정도로 각성된 상태였다"며 "만약 수술 시와 동일하게 울티바를 지속적으로 정맥 주사했다면 이름을 부를 때 답하거나 통증을 호소하고, 15분 간 자발 호흡을 유지할 정도로 각성될 수 없고, 정상범주의 활력징후가 측정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피리놀과 모비놀의 길항적용으로 일시적으로 마취에서 깨어난 것일뿐 여전히 울티바가 주입되고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피리놀은 근이완 역전제이고, 모비놀은 서맥 등 피리놀의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약제로 마취 유도 및 진통제인 울티바의 효능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수술 종료 시 울티바의 주입을 중단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B씨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고, 회복실 퇴실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응급실로 인계한 조치에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5년 3월 20일 오후 4시 30분경 60ml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울티바 혼합액이 어떠한 경위로 응급실 인계 이후 주입이 다시 이뤄지게 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우나 적어도 마취통증의학과 B씨는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울티바를 폐기하지 않고 유지한 상태로 둔 것도 갑작스런 통증 호소 등 향후 필요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A환아의 나이·수술의 통증·무통주사를 신청하지 않은 당시 상황 등에 비추어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응급실에서 울티바 재주입 등과 관련된 다른 의료진이나 사용자인 병원의 운영자가 손해배상책임이나 사용자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들이 손해배상책임이나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소송을 기각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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