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요양급여 91일·의료급여 57일 정지 처분 소송 기각
"국민건강 큰 위험성·보험체계 근간 흔들어...엄격 통제·관리해야"
서울행정법원은 A한의사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91일 요양급여 업무정지 처분과 57일 의료급여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행정 소송을 기각했다.
행정법원 재판부는 "무자격자의 의료행위는 국민건강에 큰 위험성을 초래하고, 부당청구는 국민건강보험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실화를 도모하고, 운영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요양급여비용을 엄격하게 통제·관리할 공익적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A한의사는 2011년 6월 15일 경남 함안군에 B한의원을 개설·운영했다.
2012년 4월경 국민건강보험공단은 B한의원에 대한 현지확인 결과, 무면허자가 구술(뜸)·부황·온냉경락요법 등 한방 시술을 한 사실을 확인, 보건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했다.
B한의원은 현지확인을 받은 뒤 2012년 11월 30일 폐업, 2012년 12월 18일 서울시 강남구에 C한의원을 개설·운영했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7월 17∼19일까지 2011년 7월∼2011년 12월 및 2014년 3∼5월까지의 기간을 정해 B·C한의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현지조사 결과, A한의사는 2011년 7월 1일∼12월 31일까지 무자격자인 D씨가 한방 시술을 했음에도 193만 원의 의료급여와 3498만 원의 요양급여비를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C한의원에 대해 2016년 6월 13일 요양기관 업무정지 91일(2016년 9월 12일∼12월 11일),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57일(2016년 9월 12일∼11월 7일) 처분을 했다.
A한의사는 현지확인이 고지의무·사전통지·중복조사 금지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 B한의원에서 2011년 7∼12월 이루어진 무자격자 시술행위에 대해 2012년 4월경 현지확인을 했음에도 2016년 6월 13일까지 4년 동안 아무런 행정처분을 하지 않아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갖게 된 데 대한 법적 안정성을 침해했다는 점도 짚었다.
아울러 B한의원을 개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방 시술행위의 준비가 단순한 보조행위로서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며, B한의원이 격오지에 위치,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고용하기 어려웠고, 무자격자 D씨는 2012년 6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현지 확인 이후 무자격자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업무정지 처분 기준을 최고한도로 정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항변했다.
건보공단의 내부지침인 요양기관 방문확인 표준운영지침에는 방문확인을 할 때 사전에 방문확인 근거·목적·방문인원 등을 통지하고, 방문일정을 사전에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요양기관이 방문확인을 거부할 경우에는 방문확인 없이 관련 자료를 문서로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방문확인을 협조·거부할 경우에는 대표자 등에게 관련 서류를 제시·설명하고 이에 대한 확인서를 징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A한의사가 건보공단으로부터 현지확인이 임의절차라는 고지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방문확인 표준운영지침은 건보공단 내부지침에 불과해 임의절차임을 고지할 법규상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현지확인 당시 임의로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주장을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현지조사의 사전통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요양기관 현지조사 예정사실을 통지할 경우 요양기관이 관련 자료를 소급해 작성하거나 관계인들의 진술을 맞추는 방법으로 현지조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증거인멸 등으로 행정조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무자격자 시술에 대해 재판부는 무자격자 D씨를 비롯해 E·F·G 씨 등에 의해 한방시술이 이루어졌고, 이들이 현지조사 당시 스스로 확인서에 서명한 점, A한의사도 문답서와 실확인서를 작성해 제출한 점을 들었다.
2016년 10월 27일 이 사건과 관련한 의료법 위반 형사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증거불충분)을 받은 데 대해서도 "형사절차에서 범죄의 증명은 행정사건에서 위반사실의 증명보다 정도가 더 엄격해야 한다"면서 "불기소처분 수사는 A한의사의 친척인 D씨와 H씨의 진술에만 근거하고 있고, 수진자들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무자격자가 시술을 한 적이 없다는 수진자들의 진술서는 당초의 진술을 뒤집을 만큼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업무정지 처분이 4년 만에 이루어졌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현지조사 시점부터기산하면 정지처분까지 2년이 채 경과하지 않는다"면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6개월 동안 약 3700만 원의 요양·의료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한 데 대해서도 기간이 짧지 않고, 금액도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당비율도 13.26%와 11.43%로 낮지 않다며 업무정지 처분이 재랑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