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결정권 해당 안돼...설명의무 위반 여지 없어
수원지법, 1억 4997만 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기각
수원지방법원은 A환자와 가족이 B병원장과 C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1억 4997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A환자는 2012년 4월 21일 양측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B병원 정형외과에 내원, 양측 슬관절 퇴행성 관절질환 진단을 받고 5월 9일 오전 8시 50분경 척추마취 하에 좌측 슬관절 전치환술을 받고 오전 11시 31분경 병실로 돌아왔다.
수술 직후 의식은 명료했으며, 혈압 120/70mmHg, 맥박 70회/분, 산소포화도 96% 등 활력징후도 안정적이었으며, 구토·오심 증상은 없었다. 5월 12일 오전 8시 50분경까지 간헐적으로 수술 부위 통증 외엔 별다른 호소 사항은 없었고, 활력징후도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오전 8시 50분경 물리치료를 받던 중 가슴이 답답함과 흉통을 호소, 병실로 옮겼으며, 상복부 통증과 과호흡 증상을 보였다.
의료진은 비닐백 호흡을 시행하고, 오전 9시 35분경 빈맥과 산소포화도가 저하되자 산소마스크로 산소를 공급했다.
정형외과 의료진은 오전 9시 42분경 진찰 후 심근경색 지표검사를 시행하고, 생리식염수를 주입했으며, 내과에 협진을 요청했다. 내과 의료진은 오전 9시 45분경 혈액검사·심전도·동맥가스 분석검사 등을 시행, 심전도상 동성빈맥 소견을 제시했다. 명료했던 A환자의 의식은 점차 기면상태로 됐다.
오전 9시 55분경 동공 확대와 맥박이 측정되지 않고, 산소포화도가 45%로 저하되자 앰부배깅과 흉부 압박을 시행했으며, 9시 58분경 마취통증의학과 심폐소생술팀이 기관삽관과 제세동을 시행하며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에피네프린·도파민 등 응급약물을 투여하자 오전 10시 24분경 혈압 60/40mmHg, 산소포화도 87%로 다소 개선됐다.
B병원 의료진은 가족에게 A씨의 상태와 집중관찰 필요성을 설명하고,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을 권유했다.
오전 10시 46분경 C상급종합병원 응급실 도착 당시 A씨는 혼수상태였으며, 맥박·호흡 모두 측정되지 않았고 산소포화도는 50%였다.
C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의 응급처치로 오전 11시 34분경 잠시 자발순환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다시 심정지 상태가 된 이후 심폐소생술에도 반응이 없고, 무맥성 전기 활동 상태가 지속됐다. C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은 오후 2시 45분경 A환자에 대한 흉부압박을 중단하고, 오후 3시 30경 사망을 선고했다.
A씨의 가족은 B병원이 심전도·심초음파 검사상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으므로 추가검사를 통해 심장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거나 심질환을 적절히 조처할 수 있는 의료진과 시설이 있는 병원으로 전원했어야 함에도 수술을 감행한 과실이 있다며 악결과 예견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심질환 증상에 대한 처치상 과실도 주장했다.
C상급종합병원이 발행한 사망진단서에 직접 사인이 폐부종으로 기재된 데 대해서도 "폐부종은 질환이 아니라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원인 질환이 따로 있다"면서 "B병원 의료진이 심장질환이 없는 것처럼 잘못된 정보를 C상급종합병원에 제공해 적절한 처치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수술 전 어떠한 설명도 한 바 없고,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서 설명의무 위반도 덧붙였다.
C상급종합병원에 대해서는 사망진단서 오작성과 응급처치상 과실을 비롯해 진단명·치료방법·방치 시 예후·치료 위험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동성빈맥이라는 사실만으로 심질환이 있다거나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볼 바는 아닌 점, 전신마취가 아닌 척추마취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상대적으로 심장과 폐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점, 마취과와 내과의 협진 내용에 의하면 망인은 당시 심근경색을 의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에게 고령이라는 점 외에 심질환을 의심할 만한 기왕증이나 병력, 특이소견이 있었던 것도 아닌 점 등을 들어 B병원 의료진이 심질환을 의심해 추가 검사를 하거나 전문병원으로 전원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5월 9일 오후 6시 50분경 오심증상을 호소한 사실만으로 심질환을 예측하지 못한 데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5월 11일 오후 4시 이후 활력징후를 확인하지 않았을뿐 회진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망인의 상태를 관찰 및 확인했고, 특이 호소사항이 없이 수술 부위 통증도 완화되는 추세였다"면서 "B병원 의료진이 17시간 이상 A씨의 활력징후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 과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이를 과실로 보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의 상태가 갑작스레 악화된 이후 의료진의 처치에 대해서 재판부는 "의료진의 응급조치가 부적절했다거나 과정에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B병원이 C상급종합병원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설명의무에 대해서도 "A환자가 수술에 관한 동의를 가족에게 위임해 대신해서 설명을 듣고 수술에 동의했다"며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사망진단서 오작성 과실에 대해 재판부는 "직접 사인이 '폐부종'으로 기재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폐부종은 폐정맥 및 모세혈관 내에서 폐의 간질조직과 폐포로 체액이 빠져나가면서 폐포와 기도를 침범해 가스교환을 악화시켜 저산소증으로 호흡곤란을 야기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질환이 아닌 증상임을 알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같은 사실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인의 사인을 폐부종으로 기재한 것이 과실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를 과실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망인이 사망한 이후에 사망진단서의 사망원인이 잘못 기재되었다는 점만으로 원고들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부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C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재판부는 "내원 당시 혼수상태에 맥박·호흡이 잡히지 않는 위중한 상태였고, 의료진은 망인을 소생시키기 위하여 응급조치를 시행하며 그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를 진행하는 상황이었다"며 "망인의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의료진이 망인에게 관상동맥확장성형술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