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포부 밝혀..."현장·실무효율 중점"
의원급과 감염병 예방·대응 연계 강화...'안아키 사태' 우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며 컨트롤타워 수장으로서 요구되는 역할과 의무를 하고, 결과에 대한 평가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정 본부장은 6일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보건소 공무원에서 시작해 질본관리본부장이 되기까지 소회를 밝혔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답게 앞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토대로 실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질병관리본부를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 본부장에게 메르스는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이다. 그러나 대책본부 실무반장으로서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는 평가에도 메르스 조기 대응 미흡에 대한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남 탓하지 않고 주어진 업무를 묵묵히 수행했다.
정 본부장은 "메르스 사태 당시 초기에 질병관리본부가 대책본부를 꾸렸지만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보건복지부, 총리실 등으로 컨트롤타워가 이관됐다. 지금은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타 부처 등에서 지원 필요성이 있을 경우 질병관리본부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거버넌스를 만들었다. 감염병 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확실하 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특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권한을 갖게 되면 책임도 당연히 따른다. 질병관리본부가 감염관리 전문가로서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감염관리 거버넌스가 구축된 만큼 현장에서 실질적인 일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일차의료기관의 감염병 감시 또는 예방 기능에 대한 고민도 토로했다.
정 본부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일차의료기관의 감시, 발견 등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메르스와 지카 바이러스 확산 사태 등을 겪으면서 일차의료기관의 감염병에 대한 인식과 경계심이 이전보다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충분한 수준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에서 자체적으로 유입 가능성이 높은 해외 감염병, 결핵 등 갑자기 발병하는 감염병, 계절별 유행하는 감염병 등에 대한 정보 등을 의협과 MOU를 통해 문자서비스로 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이메일 서비스를 했는데 수신율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로 바꾼 후 수신율이 더 좋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평가 조사를 통해 수신율 제고 등 효과를 비교해 보고, 지속해서 보완할 생각"이라고 했다.
아울러 "약 10년 전 OCS(처방전달시스템)와 연동되는 감염병 자동보고시스템 시범사업을 한 적이 있는데 최근 예산을 확보해 일부 의료기관에 해당 모듈을 설치하기 시작했고, 향후 대상 기관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질병관리본부는 이외에도 빅데이터 등 세계에서 가장 앞선 한국의 의료IT를 활용한 감염병 감시 등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부모들이 자녀들에 대한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안아키 사태'에 대한 우려도 토로했다. 정 본부장은 "안아키 사태가 있었음에도 아직도 예방접종이 필요 없다는 도서가 베스트 셀러에 오르고 있다더라. 예방접종 외에 다른 질병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다. 우선은 사례들에 대한 현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보건소 관리 의사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책임감을 느낄 때마다 항상 어렵고 힘들지만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있다. 공무원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정 본부장은 1989년 서울의대 졸업하고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경기도 양주군보건소 관리 의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8년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보건연구관(현 보건사무관)으로 질병관리본부와 연을 맺은 정 본부장은 당시 홍역을 비롯한 각종 감염병 발생 때마다 방역 전담부서인 역학담당관으로 활동했다.
이후 서기관으로 승진하면서 보건복지부로 자리를 옮겼다. 혈액장기팀장, 질병정책과장과 보건산업기술과장, 응급의료과장 등을 거치며 내부에서 전문성과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보건산업기술과장 시절에는 연구중심병원 선정 기준 청사진을 설계했다. 응급의료과장 시절에는 '당직전문의 비상진료체계(on-call)' 시행에 따른 의료계의 반발을 응급의료기관 행정처분 3개월 유예 조치로 극복했다.
국장 승진 후 질병관리본부로 복귀한 정 본부장은 질병예방센터장 시절 메르스 사태를 맞아 대책본부 실무반장으로서 당시 총괄반장이던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을 충실히 보좌했다. 그러나 사태 종식 후 '정직' 징계를 받았다가, 인사혁신처 징계심의위원회 소명 후 '감봉'으로 한 단계 감경된 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