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감염...항생체 투약에도 폐렴·패혈성 쇼크
법원, 사망과 의료진 과실 상당인과관계 인정
수술 후 감염으로 폐렴·패혈증 쇼크가 발생해 사망한 가족이 대학병원 대표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의료진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A씨와 가족이 B학교법인 이사장을 상대로 낸 1억 7218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30%의 책임을 인정, 5965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소송비용의 2/3는 원고가, 1/3은 피고가 부담토록 했다.
A씨는 2014년 10월 1일 B대학병원에 입원, 후종인대골화증에 의한 척추관 협착증 및 척수신경근병증 의심 진단하에 복용 중인 아스피린을 중단하고 경과 관찰 후 수술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A씨는 10월 5일 고열 증세를 보이고 CRP 수치가 상승했다. 의료진은 세균배양검사를 의뢰, 스테노트로포모나스 말토필리아(Stenotrophomonas Maltophilia)를 확인하자 10월 9일부터 항생제 세파메진을 투여했다.
2014년 10월 13일 경추 3내지 7번간 후방 감압술 및 유합술을 시행하던 중 경막이 손상되자 외부에 지혈제 Tachocomb을 부착해 복구한 후 배액관 2개를 삽입했다.
2014년 10월 15일경 A씨가 경부 통증을 호소하자 의료진은 진통제 트리돌을 투여했으며, 뇌척수액 누출을 의심, 신경외과 의료진에 협진을 요청했다.
2014년 10월 23일 수술부위를 소독할 때 뇌척수액 누출이 지속되자 세균 배양 검사·소독·추가봉합과 함께 항생제를 세파메진에서 반코마이신으로 변경했다. 10월 24일에는 항생제 타조페남을 추가 투여했다.
10월 26일 헛소리·의식변화 등 신경학적 이상증상을 보이자 중환자실로 전원했다. 뇌 MRI 촬영 결과, 급성 뇌경색 및 뇌수막염으로 진단, 뇌실외 배액술 등을 실시했다.
10월 27일 수술부위 뇌척수액 세균배양검사 결과,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Acinetobacter baumannii)이 검출되자 Colistin, Rifodex를 잇따라 투여했다.
A씨는 10월 28일 중추신경계 감염으로 인한 경련을 보였으며, 기계호흡을 시작했다.
계속적인 항생제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은 A씨는 통증에만 반응하는 의식상태로 일반병실과 중환자실을 오가며 치료를 받던 중 2016년 1월 8일 폐렴과 간질 발작으로 인한 급성신부전증으로 패혈성 쇼크가 와 사망했다.
A씨의 가족은 수술 과정 중 과실로 경막에 천공이 발생했고, 봉합을 하면서 뇌척수액 누출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수술 이후 관리상 과실로 감염 위험을 증가시키고, 뇌척수액 누출을 확인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다.
수술 전 후종인대 골화증 수술의 경우 경막 손상 발생 위험성이 높고, 뇌척수액 누출 및 감염 발생 가능성과 경막 손상으로 인한 합병증과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2007다76290, 2008년 3월 27일 선고)를 인용, "의료행위에 의해 후유장애가 발생한 경우, 그 후유장애가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하는 때에도 , 당해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거나 또는 그 합병증으로 인하여 2차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의료행위의 내용이나 시술과정, 합병증 발생 부위, 정도 및 당시의 의료수준과 담당 의료진의 숙련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그 증상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는 한, 그 후유장애가 발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진료기록 감정에서 후종인대골화증의 특성상 후종인대가 경막과 맞닿아 있고, 골화가 진행되면서 후종인대가 경막가 유착되는 경우가 흔하며, 척수 후방 경막이 황색인대와 추궁과 맞닿아 유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힌해 골화된 후종인대 및 황색인대, 추궁을 신경감압을 위해 제거하는 목적으로 수술하는 과정에 경막 손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흔하다고 지적한 점에 주목, 이 수술로 경막에 천공이 생겼다고 해서 의료진의 술기상 과살로 인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요추배액관 삽입 지연과 적극적 경막봉합술 미시행에 대해서도 의료진의 과실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항생제 변경이나 증량·협의진료 등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는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디.
수술 전 수술 합병증·감염·위험성에 관해 설명한 점에 비춰어 설명의무를 위반한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진료기록 변조와 관련, 대법원 판결(94다39567, 1995년 3월 10일 선고)을 인용, "의사측이 진료기록을 변조한 행위는, 변조이유에 대해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법원으로서는 이를 하나의 자료로 하여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의사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다"면서 "망인의 뇌척수액 누출을 의심했거나 누출 사실을 확인했으면 역행성 감염에 대비, 지속적인 누출부위 검사 및 세균배양검사, 혈액검사 등 감염관련 검사를 면밀히 시행해 뇌척수액 누출이 악화되거나 감염이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적절한 항생제 투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찰 내지 관리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수술 후 뇌척수액 누출이 지속되는 가운데 역행성 감염으로 뇌염 등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의사저하가 초래됐으며, 침상에 누워있는 의식 저하 환자로서 중추신경계 감염 외에 폐렴과 요로감염 등의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결국 폐렴이 발생해 해혈성 쇼크와 사망에 이르렀다"며 "사망과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수술 과정에서 경막 손상이 발생하고, 재수술을 위한 봉합을 시행하지 않은 것 등은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고, 경막 손상 발생시 뇌척수액 누출 및 역행성 감염 발생자체는 예상할 수 있는 합병증의 범위 내에 있는 점, 의료진의 과실 정도·수술 당시 망인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기왕증·의료진이 기울인 노력의 정도 등을 감안, 손해배상 책임을 3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