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사회, 실태 진단·개선책 모색 심포지엄 개최
"보수적 문화 바꾸고, 대응 매뉴얼·교육 확충 절실"
특히 성차별·성폭력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정서·제도적 여건 역시 수준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2017 대한민국 국제병원의료산업 박람회'에서 한국여자의사회 주최로 개최된 '의료기관에서 양성평등의 현재와 미래' 심포지엄에서는 최근 의료계의 양성평등 및 성폭력 관련 이슈들에 대한 검토를 통해 의료계 내 양성평등 확립과 성폭력 근절 대책을 모색했다.
신현영 여자의사회 국제이사는 젊은 여의사가 직업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의료계 내에서 역할을 제고하기 위한 현실적 어려움을 진단하는 한편 최근 발생한 의료계의 성폭력 이슈를 소개했다.
신 이사에 따르면 2011년 고려의대에서 남학생 3명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하고, 카메라 촬영한 사건. 가해자들은 각각 2년 6개월과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대학에서도 출교 처분을 받았다.
최근 한양의대에서 남학생이 단체 식사 자리에서 여학생의 신체에 손을 올려놓아 성추행 의혹을 사기도 했다.
양산부산대병원에서는 남성 교수가 전공의를 대상으로 수년간 성추행과 성추행을 했고, 피해자들이 병원과 대학, 노조 등에 투서를 보냈다. 그러나 병원 측에서는 투서를 가해 교수에게 전달하고,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 해당 교수는 결국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해임됐다.
서울대병원에서는 남자 선배 교수가 여자 후배 교수와 회식 후 성추행을 해 인사위원회에 회부됐고, 6개월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의대 겸임교수 직위도 해제됐다.
신 이사는 양성평등 문제도 지적했다.
신 이사는 "여의대생 수의 지속적인 증가로 의료계 내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보수적 분위기의 의료계 내에서 여의사로서 남성 의사와 동등하게 경쟁하고 평가받는 데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여건들이 산재해 있다"고 전제했다.
신 이사는 특히 "여의사가 취직, 승진, 사회적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지 의학적 전문성과 리더십의 문제뿐만 아니라 일과 가정의 양립과 균형이라는 전제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지영 이화여대 간호대학 교수는 의료기관 내 간호사 성희롱 실태를 소개했다. 차 교수는 "국내에서는 간호사 성폭력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정확한 피해 규모에 대한 파악이 어렵고 실효성 있는 대책과 정책 개발이 부족하다"고 개탄했다.
이어 "특히 간호사는 한국사회에서의 영성과 성에 대한 사회·문화적 배경, 의료기관 내에서의 권력 구조,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케어 제공자로서 위치 등으로 성폭력 피해를 보고도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의료계 내에서의 의료인 성폭력 피해에 대한 민감도 증가와 의료기관 내에서 성폭력 예방 및 대처 시스템, 조직문화 변화를 위한 전략적 정책 수립과 의료기관의 성폭력 피해 지침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인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현재 활동 의사 중 30%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그에 비해 의료계 리더로 활동하는 여성 의사가 많지 않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어느 조직이건 어떤 특성을 갖거나 의식을 공유하는 구성원이 30% 이상 일 때 내부의 의식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면서 "의료계 내에서도 여성 차세대 지도자 양성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폭력 근절에 대책으로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의료기관 내에 성폭력 또는 성추행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서 공유하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당사자가 아닌 주변 구성원들이 조력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내실화된 지속적인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의전원 교육 과정에 젠더 폭력과 성 인식 관점 교육을 꼭 편재해 주기 희망한다. 그리고 의료 현장 진입 사전 연수과정에 젠터 폭력 감수성 훈련을 강화하고, 의료계 종사자 연수과정에 젠더 폭력 관련 교육을 정례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