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궁절제술·추간판절제술 후 포도알구균 감염
법원 "수술 당시 감염 예방 위한 주의의무 위반"
척추 수술을 하면서 감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의료진에게 의료상 과실이 있다며 인과관계 책임까지 물은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척추 수술 후 포도알구균에 잇따라 감염된 A, B씨와 가족이 의료진을 상대로 낸 3억 8797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40%의 책임을 인정, 1억 5233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8월 9일부터 허리·엉덩이·다리 통증으로 C병원에 내원, 요추 5-6번 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받고, 2014년 9월 11일 오전 11시 4분경 D의사에게 미세현미경 추간판제거술을 받았다. A씨는 수술 당일인 9월 11일부터 15일까지 정맥주사용 항생제 레포스포렌 1.0g을 1일 3회 투여받았다.
A씨는 수술 후인 9월 14일 체온이 37.4도로 상승했으며, 9월 15일 혈액검사 결과 적혈구 침강속도(ERS) 27mm/hr(정상 1∼15). C-반응 단백(CRP) 9.5mg/dl(정상 0∼0.5)였다.
D의사는 항생제를 시포로사신 주사로 교체, 200ml를 1일 2회 및 설바실린 주사 1500mg을 1일 2회 투여했으나 9월 18일부터 수술 부위 발적과 진물이 흘렀다.
9월 29일 수술 부위 배양검사를 시행했으며, 9월 30일 수술 부위 염증을 눌러 짜고, 국소 마취 후 3∼4바늘을 봉합했다. 배양검사에서는 메치실린 내성 응고효소 음성 포도알구균이 검출됐다.
10월 13일 요추 MRI 검사 결과, 5번부터 1번 천추까지 감염성 척추체-추간판염 소견이 관찰됐다.
11월 17일 요추 MRI 검사에서도 감염은 호전되지 않았고, 오히려 종판이 녹아내리고 추간판 공간 협착 소견이 추가 관찰됐다.
12월 1일 CRP수치 0.51mg/dl이 되어 12월 2일부터 항생제를 리포덱스 405mg 1일 1회, 셀트린 1일 2회, 세파크러캅셀 250mg 1일 3회로 교체 투여했다.
A씨는 2015년 1월 30일까지 4개월 넘게 치료를 받고 C병원에서 퇴원했다.
A씨는 2016년 9월 신체감정에서 VAS=5 정도의 요통 및 척추 고정으로 인한 요추 운동범위 감소 후유증과 허리통증으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됐다.
B씨 역시 2014년 7월 11일 제3-4번 요추간 척추간 협착증과 추간판탈출증으로 미세현미경 후궁감압술·척추간 유합술 및 고정술을 받았으나 허리와 양쪽 엉덩이 부위 통증이 계속됐다.
9월 11일 내원, MRI 검사 결과, 요추 3-4번 추간판 탈출증 재발 진단을 받았다. B씨는 9월 11일 입원, 같은 날 요추 3-4번에 대해 2차 미세현미경 추간판제거술을 받았다.
2차 수술 후 9월 15일 퇴원할 당시 CRP 수치는 0.56mg/dl였다.
퇴원 후 통증이 악화되자 9월 29일 내원해 혈액검사를 받은 결과, ERS 55mm/hr(정상 1∼15), CRP 6.65mg/dl(정상 0∼0.5)였다.
D의사는 10월 13일 혈액검사에서 ERS 95mm/hr, CRP 8.53mg/dl로 나오자 신경주사를 처방했다.
B씨는 10월 25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심한 통증이 발생하자 E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의료진은 척추 감염이 의심되니 MRI 검사를 받으라고 권유했다.
B씨는 10월 27일 C병원에 내원, 혈액검사에서 ERS 78mm/hr, CRP 5.08mg/dl로 관찰되고 MRI검사 결과, 요추 3-4번까지 척추체-추간판염, 경막과 척수 주위 염증·농양 등이 관찰됐다.
B씨는 10월 28일 척추체-추간판염과 농양 치료를 위해 3-4번 전방 경추 경유 추체간 유합술 및 고정술을 받았다.
D의사는 10월 31일부터 B씨에게 레포스포렌 1.0g을 1일 3회 주입했다.
11월 18일까지 치료를 받은 B씨는 세프라딘 1일 3회 14일 처방을 받고 퇴원했다.
B씨는 2016년 9월 현재 VAS=4 정도의 요통 및 척추 고정으로 인한 요추 운동범위 감소 후유증이 남았고, 허리 통증이 계속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신체감정을 받았다.
A, B씨는 수술 중 감염을 유발해 결과 회피의무를 위반했고, 척추 감염에 대한 진단·치료를 지연한 과실이 있다며 사후 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수술 이후 척추 감염이 발생한 데 대해 수술 전 시행한 검사에서 발열 등 추간판염이 의심될만한 소견이 관찰되지 않은 점, 무혈성 조직인 추간판은 혈액을 통해 추간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드문 점, 연령·비만도·당뇨·면역상태 등 특이 소견이 관찰되지 않은 점, A씨 수술 후 B씨에 대해 2차 수수술을 시행한 점,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수술에서는 멸균된 수술기구를 사용하고, 수술 중 감염 예방을 위해 의료인·환자 등에 대한 무균적 처치가 요구되는 점 등을 들어 수술 등에 의한 세균의 직접적 오염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후궁절제술을 시행함에 있어 감염가능성을 100%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면서도 "원고 A, B가 같은 수술을 연이어 받은 후 감염이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수술 당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A씨에 대한 수술 이후 추간판염 진단 및 치료에 대해서는 과실이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B씨에 대해서는 "2014년 9월 29일 당시 수술 부위가 깨끗하고, 징후가 없어 경과 관찰을 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10월 13일 내원했을 때 추가적인 검사를 하거나 경험적 항생제를 사용해야 함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 B씨에 대한 수술 중 관리상 과실과 추간판염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수술 이전 추간판 탈출증으로 상당한 통증이 있었던 점, A씨의 수술 후 조치에는 특별한 과실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수술이 내재하는 위험성, 건강 상태·기왕증·의료진이 기울인 노력의 정도 등을 종합,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D의사와 사용자인 F병원장은 공동으로 A씨에게 1억 1995만 원과 A씨 배우자에게 50만 원을, B씨에게 3138만 원과 B씨 배우자에게 50만 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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