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조' 의혹 논문 철회 요청 '응답하라'

'변조' 의혹 논문 철회 요청 '응답하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10.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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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치료병행 했음에도 한약만 투여한 것처럼 논문 작성
바른의료연구소 "논문철회 요구했지만 3개월 째 묵묵부답"

▲ '한의약 경도인지장애 관리사업 보고서' 중 일부. 한약 외에 침·뜸·영양식·영양제(비타민 C·E)·웃음치료·원예작업치료 등을 함께 시행했음을 알 수 있다.

한약 이외에 다른 치료를 병행했음에도 한약만 치료한 것처럼 변조한 논문은 연구윤리를 위반한 만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해당 학술지 편집위원회는 연구논문 철회 요구를 받은 지 3개월이 넘도록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연구논문은 2013년 대한한의학회지에 발표한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조등산·당귀작약산 등 처방'.
 
이 논문 연구자는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65세 이상 노인 40명을 대상으로 6주간 '조등산'·'당귀작약산' 등 한약을 투여한 결과, 인지기능 및 우울척도가 유의하게 개선됐다고 보고했다. 한의계는 경도인지장애를 비롯한 치매 예방에 한의 치료 효과가 검증됐다면서 이 논문을 인용했다.
 
경도인지장애란 인지기능의 저하는 있으나 일상생활능력은 보존된 상태로 치매의 전단계로 여겨지고 있다. 정상 노인의 연간 치매이행률은 1∼2%인 반면,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10∼15%로 매우 높다. 의학계에서도 경도인지장애 치료법을 찾으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히 치료 효과가 입증된 연구논문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19일 "이 논문에서는  한약만으로 치료해 경도인지장애를 호전시킬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한방치료와 관계없는 다른 치료가 함께 시행됐다"면서 논문 연구자의 언론 인터뷰와 의정부시 보건소의 사업보고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연구결과를 훼손할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연구윤리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경도인지장애자에게 치매예방관리를 위한 이론적 교육을 비롯해 한의사의 진단에 따른 한약처방, 인지기능향상에 도움이 되는 미술치료요법, 노년기 영양 불균형 관리를 위한 영양식 제공, 정서적 안정을 위한 웃음 치료요법, 전반적 행태개선을 위한 한의사와의 면대면 상담 등 다각적이며 총체적으로 접근·관리함으로써 치매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2013-12-05일자 ○○신문)
 
"사업은 크게 한의약적 치료, 한의약적 교육, 영양사업, 인지재활, 사후관리프로그램으로 구성하였습니다." (2013-12-20일자 ◇◇신문)
 
"경도인지장애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한의약적 관리(한약, 침, 양생교육, 기공체조, 영양식, 인지재활프로그램 등)를 통해 치매로 넘어가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4-01-13일자 ◇◇신문)
 
바른의료연구소는 "의정부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한의약 경도인지장애 관리사업 보고서>에도 한약 외에 침·뜸·영양식·영양제(비타민 C·E)·웃음치료·원예작업치료 등을 함께 시행했다는 내용을 밝히고 있다. 한약치료 이외에 한방과 무관한 다양한 치료를 병행했음에도 이 논문 저자들은 오로지 한약치료만 시행한 것으로 보고했다"면서 "인지기능 개선이 한약의 효과인지, 아니면 침·뜸·한의약 집단교육·영양사업·인지재활프로그램·영양식·영양제·원예작업치료·웃음치료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전체 프로그램의 효과인지, 아니면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방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인지재활프로그램·웃음치료·원예작업치료 등 보조적인 요법으로도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인지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논문은 수도 없이 많다"고 밝힌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러한 치료에 의해 인지기능이 호전되었을 가능성이 큼에도, 마치 한약에 의해서만 개선된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했을 개연성이 대단히 크다"면서 며 "연구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는 연구부정행위 중 '변조'를 "연구 재료·장비·과정 등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연구 원자료 또는 연구자료를 임의로 변형·삭제함으로써 연구 내용 또는 결과를 왜곡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한약과 함께 시행한 다른 치료가 버젓이 있음에도 논문에는 이런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한약만 투여한 것처럼 기술하고, 한약이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것은 출판윤리를 위반한 연구부정행위"라면서 "이 논문은 연구방법을 임의로 삭제해 연구결과를 왜곡했으므로 연구부정행위 중 '변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연구대상자가 2012년도에 경도인지장애를 갖고 있었더라도 사업을 본격화한 2013년 3월에도 경도인지장애 상태였는지에 대한 평가가 없는 점 ▲연구에 사용한 평가도구(MMSE-DS)로는 치매와 경도인지장애를 감별할 수 없는 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인간대상 연구임에도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를 거치지 않은 점 등도 짚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6월 13일 대한의학회지 편집위원회에 해당 논문이 학문적인 근거가 없음을 알리고, 논문철회를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고, 대한한의학회는 7월 20일 '논문게재 철회 요청과 관련하여 차기 편집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회신했다"면서 "이후에 아무런 회신이 없어 수 차례 독촉 메일을 발송했으나,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묵묵부답"이라고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연구·출판윤리에 모범을 보여야 할 대한한의학회지가 논문게재 철회 요청에 대한 판단을 상당 기간 유예한 것은 학술지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고 지적한 뒤 "변조 의혹이 있는 연구논문을 근거로 치매국가책임제에 편승하려는 치졸하고 졸렬한 작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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