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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판도라상자 여는 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판도라상자 여는 꼴"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7.11.0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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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내과 전공의들, 대국민 서신 "한국 의료 위기"

젊은 내과 의사들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입법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 위기를 지적하고 나섰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의 위험성이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지만 의료정책은 집단의 이익과 정치적 계산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 수련병원 소속 내과 전공의들은 8일 '위기시대의 불합리, 그리고 회복'이란 제목의 대국민서신을 통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질타했다.

내과 전공의들은 "한의사들은 환자를 위해 X-ray를 사용하면 환자들에 좋은 것 아니냐며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지만 이는 지나친 자만"이라며 "흉부 X-ray를 수십 년간 봐온 호흡기내과 교수들도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때론 영상의학과와의 협진으로 진료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X-ray 사용은 검사결과를 환자의 임상양상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그 결과를 적절히 대처해 진료에 활용하는 기기다. 한의사들은 질병에 대한 이론적 기반이 현대의학과 전혀 달라 적절한 교육, 실습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검사 결과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예를들어 등 쪽의 통증이 있어 정형외과 진료를 본다고 해도 X-ray에서 기흉이 발견된다면 즉시 또는 전원해 당장 기도삽관 등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이는 한의사들이 몇 시간, 많아야 몇 개 과목을 수강하는 정도로 소양을 갖출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내과 전공의들은 "욕심에 기인한 자만은 한의원에서 어린이 대상 불법 성장판 측정 기계사용,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초음파 기계사용 등을 통해 언론에 조명됐으며 한의사들의 불법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결국 고가의 한약 판매로 귀결되는 민낯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설픈 영상소견을 앞세워 전 세계 어느 학회에서도 발표된 바 없는 엄청난 암치료 성적을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으로 홍보하고 있는 한의원들은 환자의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늦춰 고통속의 환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내과 전공의들은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환자들의 상처에 모래를 부비는 일'로 규정하고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을 야기할 것을 경고했다.

그들은 "왜곡된 의료시스템으로 상처입은 대한민국 의료는 지성과 이성, 합리성을 통해 회복해야 한다"며 올바른 정책과 함께 의사는 의사로서, 한의사는 한의사로서, 간호사는 간호사로서 각자의 영역에서 국민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온 사회가 건강해 진다"며 "내과 전공의들은 무거운 사명감으로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 대국민서신을 매조졌다.

이하 대국민서신 전문. 

<위기시대의 불합리, 그리고 회복>

대한민국의 의료는 위기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의사들은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을 원하고,
조무사들은 간호사의 업무를 원하며,
약사들은 의사와 수의사의 처방권을 원하고 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말기 암 환자들을 현혹하여 산삼 약침과 같은 고가의 불법의료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당국의 단속은 전무하고 환자들은 수천만 원의 돈을 '용하다'는 치료에 지불하고 가산을 탕진하는 참혹한 현실을 보면 위기의 시대는 이미 우리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심장이 멎은 환자를 알리는 '코드블루(Code blue)'에 가장 먼저 땀 흘리며 달려가는 내과 전공의로서 합리가 사라지고 국민건강이라는 대의가 소멸된, 결국 의료정책이 집단의 이익과 정치적 계산에 의해 결정되어버리고 마는 작금의 '야만성'을 그저 바라만 볼 수 없습니다.

한의사들은 환자를 위해 X-ray를 사용하면 환자들에게도 좋은 것 아니냐며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현대의료기기의 '사용'만 있을 뿐 기기의 사용에 필수적인 '기본소양'과 검사결과에 대한 '책임'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의료기기의 사용은 그렇게 무책임한,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X-ray검사를 시행하려면 의대에 입학하여 기본적인 현대의학의 도구(수학, 물리, 생물)를 익힌 후 생물, 생리, 해부, 조직학 등을 통한 정상 인체에 대한 생물학적인 이해 위에 병리, 영상의학 등 각 임상과목 학습 및 2년간의 병원실습으로 환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고시를 통과하여야 비로소 진료 중 적절한 시기에 환자에게 해가 될 수도 있는 영상검사의 시행을 최소한의 방사선이 사용되는 한에서 결정하고 그에 따른 치료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한의사'는 질병에 대한 이론적 기반이 현대의학과 전혀 다릅니다. 그들은 현대의학에 대한 적절한 교육, 실습을 받지 않았으며 따라서 검사 결과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지 않았습니다.

X-ray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X-ray 시행의 의미는 원하는 진료에 도움이 되는 것만 보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X-ray의 시행은 검사 결과를 환자의 임상양상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그 결과에 적절히 대처하여 진료에 활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등 쪽의 통증이 있어 정형외과 진료를 본다고 해도 X-ray에서 기흉이 발견된다면 즉시 또는 전원하고, 환자 컨디션상 당장 기도삽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즉각적으로 적합한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임상적인 판단 및 대처는 단순히 기계의 사용법에 대한 숙지로는 다가갈 수 없는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문제입니다. 의사인 히포크라테스는 '인생(life)은 짧고, 예술(art)은 길다.'라는 말을 통해 환자의 '생명(life)'은 경각에 달려있는데 의사가 '의술(art)'을 익히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림을 표현한 바 있습니다.

흉부 X-ray 를 수십 년간 봐 오신 호흡기내과 교수님들도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때론 영상의학과의 협진을 통해 진료를 보고 계십니다. 그런데 몇 시간, 많아야 과목 몇 개를 수강하는 것 정도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소양을 갖출 수 있다니...이것은 지나친 자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욕심에서 기인한 자만은 한의원에서 어린이 대상 불법 성장판 측정 기계사용,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초음파 기계사용 등을 통해 이미 언론에 조명되었으며 불법적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결국에는 고가의 한약 판매로 귀결되는 민낯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환자 개개인의 금전적 손실, 의료재정의 고갈도 큰 문제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불법적이고 부정확한 의료기기 사용에 의해 질환이 없는데도 한약이 투여되거나 검사를 받고도 오진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어설픈 영상소견을 앞세워 전 세계 어느 학회에서도 발표된 적 없는 엄청난 암 치료 성적을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으로 홍보하고 있는 한의원들은 환자의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늦춰 고통속의 환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입니다.

생명을 다루는 일은 이렇게 쉽지 않고 엄중한 일이기에 면허를 통해 관리하고 있으며, 이것은 쉽게들 말하는 밥그릇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닌 사회의 약속이자 일종의 안전망입니다. 이 안전망에 사람의 죽고 사는 것이 달려있기에 면허는 소중히 다뤄져야 합니다.

'구당 김남수 선생이 한국의 화타라고 불리며 침을 아무리 잘 놓는다 해도 무분별한 진료권의 확대가 가져올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진료는 안 된다'가 한의사들의 공식입장이며 최근의 대법원 판결인데,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침에 대해서는 비전문가인 우리 의사들이 침을 놓을 수 없는 것과도 같은 이치입니다. 따라서 우리 내과전공의들은 더 이상 면허를 통한 안전망의 훼손을 바라보지 않을 것입니다.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리기 위해 우리나라 의료의 일선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우리 내과 전공의들은 더 이상의 혼란은 불가피한 희생양을 낳을 것이며 이는 죄 없는 우리의 환자들이 될 것이 자명하다는 것에 동의하며 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공통의 의견에 도달하였습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성분 표기도 되어있지 않은 산삼약침이 전국의 한의원에 유통되어 정맥에 주사되고 있음이 지적된 바 있으며 이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산삼약침에 대한 전수조사와 성분 분석을 시행하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가능케 하기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에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 과정에서 억대의 한의사협회 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어 계좌추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이미 많은 상처를 받아왔습니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환자들의 상처에 모래를 부비는 일이며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을 야기할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리는 행위입니다.

왜곡된 의료시스템으로  우리의 상처 입은 의료는 지성과 이성, 합리성을 통해 회복해야 합니다.

올바른 정책과 함께 의사는 의사로서, 한의사는 한의사로서, 간호사는 간호사로서 각자의 영역에서 국민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국민, 그리고 사회가 건강해질 것입니다. 건강한 의료 환경이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 젊은 내과 전공의들은 무거운 사명감으로 국민과 함께 할 것입니다.

2017년 11월 8일
대한민국 내과 전공의 일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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