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개선방안 -
2017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첫째, 비급여 해소 및 발생차단을 위해 모든 의학적 비급여는 건강보험으로 편입하고, 3대 비급여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며, 새로운 비급여의 발생을 차단할 것이란 것과, 둘째, 개인 의료비 부담 상한액을 적정 관리하기 위해 취약계층 대상자별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소득수준에 비례한 본인부담 상한액을 인하하는 것이며, 셋째, 긴급 위기 상황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제도화하고, 제도 간 연계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은 1977년 국민건강보험이 출발한 이래로 계속되었던 의학적 비급여를 없애고자 하는 것이며, 이에 그치지 않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비급여 또한 관리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를 모두 급여 또는 예비급여를 통해 급여화하고, 3대 비급여(선택진료·특실·간병)에 대한 조치와 함께 신포괄수가를 확대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소득 하위 50%에 대해 본인부담 상한제 금액을 인하하고, 재난적 의료비의 경우 심사를 통해 선별 지원한다는 것이다. 급여 확대에 대한 동반 조치로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일차의료 강화, 적정한 수가 보상 등을 제시했다.
재원 마련과 관련 보장성 강화대책에 소요되는 재정을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으로 추계했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 추진, 보험료 부과기반 확대 등 수입기반을 확충하고, 사후관리 강화, 예방중심 건강관리 등의 재정절감대책도 병행해 보험료 인상률은 통상적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44번째 과제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예방중심 건강관리 지원'에 포함돼 있는데, 이 과제중 절반에 해당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발표일정까지 연장하면서 직접 발표했다. 그 만큼 문재인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
■ 10여년간 진행된 보장성 강화 정책 종지부 찍을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9월 암 보장성 강화로부터 시작돼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 이르기까지 진행된 과제임에도 문재인 정부는 의학적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 함으로써 십여년간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종지부를 찍으려고 한다.
이는 십여 년간 비급여를 급여했으나 보장성은 답보상태였는데 비급여를 급여화한 만큼 기존 비급여와 새로운 비급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비급여의 증가는 비급여를 주로 하는 진료과목으로의 쏠림현상을 가중시켜 의료의 왜곡을 유발하고 있으며, 급여를 주로 하는 외과·흉부외과 등 진료과목의 발전을 저해해 장기적으로 의료의 질을 감소시킬 것이다.
또 비급여의 증가는 비급여 진료를 받는 환자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대통령 선거시 다른 후보들도 유사한 공약을 제시해 이런 문제인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문재인 케어는 형평을 강조하는 시민단체들의 '건강보험 하나로'라는 오래된 구호와 일치한다. 민간의료보험의 가입률이 70% 이상이고 주로 중산층 이상 국민들이 가입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에 기인하므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면 민간의료보험의 역할이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입원 보장률 60%를 90%까지 올린다'는 공약을 변경해 2017년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2012년 공약은 신규로 12조원(2010년 기준)이 소요된다고 발표했으나, 2017년 정책에는 신규 6조 6000억원(2015년 기준)이 소요돼 필요한 재정 규모가 감소하고, 의학적 비급여를 관리할 수 있는 기전을 지니게 되므로 장기적으로는 그 효과가 적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2017년 대선에서 다른 후보들도 유사한 공약을 제시했기에 보장성 강화라는 대의명분에 대해서 야당도 반대하기 어렵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의학적 비급여가 전면 급여화되면 저수준인 급여수가로 인해 의료기관의 운영에 위협이 되고, 환자들의 본인부담의 감소로 인해 대형병원의 쏠림현상이 예상되므로 '의료전달체계 개편 및 일차의료의 강화', '적정수가 보상'을 제시했다.
■ 예정된 의료계 반발 적정수가 보장 '관건'
그러나 문재인 케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대통령의 발표가 있던 당일인 8월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정부에서 첫째, 단계적인 전환, 둘째, 적정수가와 합리적인 급여기준 마련, 셋째, 대형병원 쏠림현상 대책 마련, 넷째, 신의료기술 도입 위축 대책, 다섯째, 재정확보 방안, 여섯째, 이를 논의할 장관 직속 기구를 신설할 것을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문재인 케어에 대해 의학적 비급여를 단계적으로 적용, 합리적인 급여기준 마련, 신의료기술 도입 위축에 대한 대책, 재정확보 방안 마련과 장관 논의기구 신설 등을 타당하게 제시했다. 그런데 문재인 케어에서 밝히고 있는 적정수가와 대형병원 쏠림현상 대책을 다시 언급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사안인데도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다시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적정수가 보장 여부에 대한 의문 때문일 것이다. 의료계가 바라보는 적정수가와 정부가 바라보는 적정수가가 동일하지 않을 수 있고, 동일하다 하더라도 적정수가로 인상해 줄 것인가에 대해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형병원의 쏠림현상 대책은 1989년 전국민 의료보장이 되기 이전부터 최근까지 논의되고 있는 과제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정책과제이기에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편 및 일차의료의 강화를 대한의사협회는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한의사협회는 9월 16일 임시대의원 총회를 개최해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결의하고 12월 10일 문재인케어(기만적 비급여 전면급여화정책) 반대 및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의사 총궐기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불충분한 보장성 문제 해결 신중하게 접근해야
문재인 케어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지니고 있던 오랜 정책과제인 불충분한 보장성(under insured)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됐다. 이 문제는 건강보험 출범과 함께 해 온 문제로 40년이 된 문제이기에 그 해결방안에 신중함이 필요한 정책과제이다. 건강보험의 급속한 확대로 인해 국민건강보험이 지니고 있는 저부담-저급여-저수가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풀리는 과제이다.
그리고 오래된 비급여로 인해 국민부담 뿐만 아니라 의료의 왜곡과 의료의 질 저하를 개선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은 급성진료에 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료의 질을 지니고 있다. 대장암 5년 생존율이 OECD 국가 중 1위이고, 출혈성 뇌졸중·허혈성 뇌졸중·자궁경부암 5년 생존률은 OECD 국가 중 5권 이내이다.
그러나 일차진료와 정신진료는 OECD 평균 이하인데 이런 현상은 비급여가 기여한 부분이 있다. 즉, 의료기관들은 낮은 급여수가를 보충하기 위해 비급여를 활용했으며, 의료기관은 이를 재투자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재원으로 활용해 왔다. 문재인 케어로 인해 높은 수준인 급성진료의 질 수준이 하락되지 않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비급여를 급여화하면서 현재 급여와 관련 없는 비급여는 현재의 관행수가만큼 보상해 줄지라도, 급여와 관련 있는 비급여(현재 일부 급여화되고 있는 MRI 등)의 관행수가는 인하될 것이다. 관행수가의 인하분 만큼 급여 수가에 반영해 준다면, 의료계 전체적으로는 수익의 변화는 없겠지만 진료과목별 및 의료기관별로 차이가 날 것이다.
즉, 일부 진료과목(또는 의료기관)은 비급여가 급여화되면서 인하된 만큼 다른 급여 수가의 인상분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선택진료를 감축하면서 이미 경험한 바 있기에 정부는 배분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 의료 배분 문제 발생 예상…어떻게 해결할까
문재인 케어는 2022년까지 2015년 기준으로 신규 6조 6000억원과 누적 3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현재 20조원이 넘는 국민건강보험 적립금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까지는 재원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2006년 실시한 6세 이하 무상 입원비 정책은 급격한 재정확대로 인해 2008년 본인부담을 10%로 축소했고, 2006년 시행한 병원식대 본인부담 20% 급여정책 역시 2008년 본인부담률을 50%로 인상했다.
한국은 2012년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래방문횟수를 보이고 있으며, 의료의 접근도에 관련된 모든 지표가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급속한 노령화로 인한 추가 재원과 본인부담 하락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를 감안하면 재정에 대한 대책은 보강돼야 한다.
전체적이고 장기적 측면에서 문재인 케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종합적 접근이 부재한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국민건강보험체계의 종합적 개편방안이 없다.
건강보험은 현재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는데 저출산·고령화, 국가의 저성장 시대, 통일에 대한 대비, 소비자의 기호변화, 비감염성질환 시대로의 진전 등이 그 원인이다. 건강보험 도입 40주년인 올해, 건강보험체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인식되고 있음에도 건강보험체계에 대한 전체적 개편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국민건강보험의 종합적 개혁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대책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정책의 긍정적 측면과 함께 그 정책이 가져올 어두운 측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건강보험의 대증적 조치뿐만 아니라 근원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