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에 많은 종군기자들이 전투부대와 같이 배치되어 생생한 소식을 전하였던 것 이상으로 의사테니스대회는 종군(從軍)이 아니라 참전(參戰)기자로 본인을 비공식 임명하여 졸지에 관전기를 쓰게 됐다.
하지만 시합도 하랴 17개 코트에서 벌어지는 다른 경기도 관전하랴 정확한 관전기가 될지는 의문이다. 직접 보고 듣지 못하고 다른 분들을 통해 넘겨받은 소식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린다.
전날은 궂은 날씨를 보였지만 당일은 아주 화창하고 따뜻한 전형적인 봄날씨로 황사도 비에 씻겨나가고 날아가는 공의 숫자가 보일 정도(?)로 맑은공기 속에 운동하기에는 최적이었다.
참가선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 베테랑부에 21팀, 일반부에 26팀, 신인부에 무려 50팀이 참가하여 선수만 200명 정도에, 딸린 식구와 대회를 도와주기 위해 나온 인제의대 학생과 화이자직원등 총 300여명이 작년에 개장된 신목동구민테니스장을 가득 메웠다.
틈틈이 몸을 풀며 다른팀 전력탐색에 열중인 선수, 먹는 것이 남는 것이라고 수시로 특설 식음료장을 찾는 선수, 특설 놀이터(연만들기, 레고게임, 텀블링, 캐리커쳐 그려주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됨)에서 친구와 노는데 정신이 팔린 어린이, 소리높여 아빠를 응원하는 어린이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개회식에는 의사협회 신상진 회장을 대신하여 김건상 부회장, 한국화이자제약 커티스앤드류스사장을 대신한 성석제 부사장이 인사말을 하였고, 한국의사테니스연맹 박석산 회장이 대회사를 통해 '테니스를 죽도록 사랑하는 동호인'을 환영했다.
베테랑부는 역시 고수들의 게임답게 예선전부터 치열한 접전이 벌어져 21개팀 중 12개팀이 본선에 진출하였고, 4강에는 각 지역이 사이좋게 올라 수차례 입상경력이 있는 부산의 조만종(2002년 우승)-박병률(99년 우승), 허광렬(전북, 98년 우승)-임건식(경기, 92년 우승, 99년 준우승), 최형기(연세대, 2001년 우승)-최병창(서울, 2000년 준우승) 외에 권오필(대전)-방덕영(대전) 팀이 맞붙어 결승에서 화려한 전력의 부산 조만종-박병률 팀이 다크호스 대전의 권오필-방덕영 팀을 6:2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팀은 소감으로 "실력은 조금 모자라는데 운이 좋았다. 여태껏 부산팀을 이끌어 주신 서우영 원장님께 감사하고, 같이와서 끝까지 남아 응원해 준 다른 부산회원들께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알고보면 각 지역의사테니스회의 간부들이 대부분이었다. '조만종(부산총무), 권오필(대전회장), 허광렬(전북회장), 임건식(경기회장)'각 지역에서 열심히 운동하시는 분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매년 이 대회를 위해 애쓰시는 박석산 회장은 운동을 하드코트인 양재동에서 해 왔는데 이것이 무릎에 좋지 않았는데도 무슨 테이핑인가를 배워서 통증만 적게 해서 계속 운동을 해 상태가 악화되어 한 달 전 무릎수술을 받고 담당의사로부터 당분간 운동을 쉬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인데 '의사가 제일 말 안 듣는 환자'라는 통설대로 이번 대회에도 출전을 강행하였다는 후문이다.
일반부는 필자와 같은 하수가 보기에는 베테랑부나 다름이 없어 보이는 출중한 실력의 소유자들이 많았다. 워낙 선수층이 두터우니 여러 해 베테랑부에서 무관으로 지내시던 분들이 일반부로 낙향하여 입상을 노리기도 했다.
필자가 아는 바로도 정철현(인제대) 선수가 하현권(울산대,서울 총무) 선수와 짝을 이뤄 도전하였지만 예선에서 작년에 신인부 4강에 올라 올해는 일반부로 출전한 정문수(전남)-윤영철(전남)팀(이팀은 작년에 신인부 예선리그에서 필자를 패배시킨 악연(?)이 있음)에 일패를 당해 일반부가 만만치 않음을 실감하고 2위로 본선에 올라 간신히 4강에 턱걸이함으로써 체면치레를 하고 내년부터는 베테랑부로 다시 올라가게 됐다.
또 한 분은 오명호 선수로 과거 베테랑으로 출전하였었으나 군에 장기로 근무하면서 파트너를 구하기가 어려워 최근에는 입상을 못하고 이번에 일반부로 출전하였지만 우승한 팀에 막혀 4강 문턱에서 좌절했다.
심한 cellulitis로 다리를 절름거릴 정도라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파트너에게 미안해서 말을 못하고 대회에 출전한 대구 모 선수의 무용담(?)도 이 대회에 대한 선수들의 열기를 말해주는 듯 하다.
일반부에는 26팀이 7개 조의 예선리그를 거쳐 14팀이 본선에 올랐고 이병진(서울)-박용래(성균관대)팀과 홍삼남(제주)-조동규(부안)팀, 하태선(충북대)-김석제(청주)팀과 정철현(인제대)-하현권(울산대)팀이 준결승 대결을 벌였다. 특이한 것은 하태선-김석제 팀을 제외하고는 모두 예선은 2위로 올라왔고 그만큼 실력들이 쟁쟁하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다른 경기는 직접 보지를 못하였고, 결승전은 필자가 직접 심판을 보았는데 하수가 고수들 시합을 판정하려니 긴장이 되는데다 경기내용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 이어졌다. 처음 2:2로 사이좋게 출발을 하더니 먼저 치고 나간 팀은 하태선-김석제 팀으로 4:2, 5:3으로 한 게임만 이기면 우승을 거머쥐게 되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그러나 이병진-박용래 팀이 반격을 시도, 5:5 동점을 만들고 나아가 6:5로 역전시킨 상황에서 마지막게임을 0-40로 몰리다가 듀스까지 치고 올라가는 투혼을 발휘했다. 한 게임을 내줘 6:6이 됐지만 타이브레이크까지 가서 결국 힘겨운 승리를 맛보았다. 이 게임이 워낙 오래 걸려 신인부와 베테랑부의 결승전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우승을 차지한 박용래-이병진 선수는 5사단 군의관으로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으며, 최근에는 같이 운동을 못하고 있다가 함께 출전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기뻐했다. 박용래 선수는 귀걸이를 한 신세대패션에 백핸드를 양손으로 강력하게 구사하는 것이 일품이었다.
실력의 고하를 차치하고 보면 가장 많은 팀이 출전하여 가장 치열하고 아기자기한 것이 신인부이다. 테니스 인구의 저변을 넓힐 목적으로 2001년 대회부터 도입된 신인부에는 총 50팀이 13개조로 예선리그를 벌이고, 상위 2팀씩 예선을 통과하면 32강의 본선토너먼트에 임하게 되어 우승으로 가는 길은 월드컵보다 더 바늘구멍이다.
예선 1조에서 올해 팔순의 박순배(서울,한국의사테니스연맹 박석산 회장의 부친)-장영길(서울)팀은 심한(?) 노련미로 인천팀을 6:0으로 이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지만 나머지 팀의 패기에는 당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학생 때부터 시작한 운동을 평생 유지한 점이 뭇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올해 신설된 최고령 선수상을 수상했다.
신인부에는 대학병원 중에 테니스회가 상당히 활발히 활동 중인 필자의 인제대(주로 상계백병원)의 전,현직 선수들이 5팀이나 출전했는데 그중 3팀이 본선에 오르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으나 김명환-양근호 팀만 16강에 진출하는데 그쳤고 입상은 하지 못했다.
테니스입문 6개월의 이진호(상계백병원 내과) 선수도 김성준(건강관리과) 선수와 팀을 이뤄 과감히 도전하였고 비록 전패의 선행(善行)을 하였지만 매게임 0패는 하지 않는 투지를 불태워 타의 모범이 됐다. 실력자 만이 아니라 그야말로 신인 또는 여성도 참여하는 대회가 되길 바란다. 실력이 모자라는데 출전한다고 흉잡힌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만만한 팀이 같은 조에 편성되면 속으로 기뻐하며 표정관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도 레슨은 안받고 그저 병원에서 주말에만 운동하면서 3년째 출전하여 지난 2년간은 1승도 못거두는 기쁨조로만 역할을 하였는데, 올해는 같은 조에 대학동기가 낀 구자남(인천)-민병훈(인천)팀을 제물로 첫승리의 기쁨을 맛보고 엄청나게 공격적이었지만 실수가 많았던 국군청평병원의 임종우-최정호(테니스코치처럼 서브, 백핸드까지 강력하게 구사함)팀까지 내친김에 이기고 본선까지 진출하였지만 본선 첫경기에서 이영창(경기)-한승태(전북)팀의 완벽한 개인기에는 당하지 못하고 완봉패를 면치 못했다.
상대팀의 5살쯤 되는 아들은 아빠가 실수를 하면 "아빠, 차근차근히 해!"라고 코치하여 좌중을 웃게 만들며 제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종수(울산)-전희재(부산백병원)팀, 김영운(대전)-윤덕영(대전)팀, 고태욱(김해)-김천은(김해)팀, 이영창(경기)-한승태(전북)팀이 준결승전을 벌였고, 결승전에서는 이종수-전희재 팀이 고태욱-김천은 팀을 6:1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팀은 모두 흉부외과 전공이고 이종수 선수는 6년전부터 출전해 오고 있지만 전희재 선수는 이번에 처음 출전하여 우승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의사테니스대회의 특기할 만한 점이 바로 패자전인데, 예선 탈락자만 선착순으로 신청받아 베테랑 또는 일반부 출전자 한 명에 신인부 출전자 한 명을 뽑기로 매칭시켜 새로 팀을 구성케하는 방식이라 여기서 입상하는 것은 실력뿐 아니라 운이 상당히 작용하는 매력이 있다. 필자도 2년전 첫 출전시 예선에는 탈락하고 패자전에서 4강에 들어 푸짐한 상품을 받은 일이 있어 하수들이 입상할 수 있는 좋은 길이 되고 있다.
김학성(서울)-민병훈(인천)팀이 박흥순(천안)-박순원(대구)팀을 누르고 비아그라상(상이름이 의미심장하다)을 차지하였고, 한만식(대구)-구자남(인천)팀과 강준민(연세대)-김형석(수도병원)팀이 3위를 하였다. 김학성 선수는 97년 장년부 복식에서 3위를 차지했던 베테랑 선수이고 민병훈 선수는 3년째 신인부에 참석해 오고 있다고 한다.
김학성 선수는 경기 후 "실력은 모자라는데 운이 좋았다. 내년에는 더 기량을 연마하여 본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민병훈 선수는 "파트너를 잘 만나서 우승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더욱 정진하여 내년에는 더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폐회식 시상은 한국화이자제약 김영환 전무가 하였으며, 수상자 수에 비해 적은 인원만 참석한 것이 다소 아쉬웠다. 끝으로 본대회의 준비를 위해 애쓰신 박석산 회장과 한국의사테니스연맹회원들, 한국화이자제약의 임직원 및 의협신보 관계자들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저작권자 © 의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