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0억 원씩 삭감당하는데 제2의 이국종 나올까?

매년 50억 원씩 삭감당하는데 제2의 이국종 나올까?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7.12.0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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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중증외상체계 긴급진단...유승민 "입법·예산 대안 마련"
외상계, 외상인력 등 확보·지원 촉구...복지부 "옥석 가려 지원"

 

▲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장 효과로 중증외상체계 개선이 사회적 쟁점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증외상 전문가들이 전문인력 확보, 중증외상센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예산 지원을 촉구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종합적인 지원책을 내년 초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제 기능을 하는 센터에는 지원하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센터는 보조금 취소, 센터 지정 취소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의협신문 김선경

이국종 교수(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장)가 총상을 입은 북한군 병사를 회생시키면서 열악한 중증외상체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외상계가 전문인력과 장비 확보, 외상센터 안정적 운영을 위한 예산 지원을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외상현장의 예상 등 지원 요구에 공감을 표하고, 내년 초 종합적인 중증외상지원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화답했다. 다만 기존 중증외상센터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해 제 기능을 하는 곳에만 지원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정치권과 의료계 역시 외상계 지원 요구에 동조하며, 필요한 입법과 예산 확보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국회 차원에서 입법과 예산 확보 등 중증외상체계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7일 '긴급진단, 중증외상체계 이대로 좋은가'란 제목의 정책간담회를 주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례적으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실에서 열렸다. 유승민 대표는 물론 주요 당직자와 당 소속 의원들이 간담회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등 중증외상체계에 대한 바른정당의 관심을 가늠케 했다.

 

유 대표는 "중증외상체계에 대해서 당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이슈다. 국회 차원에서 입법과 예산에 관해서 빠른 시일 내에 대안을 내도록 하겠다. 그 대안을 통해 정부를 설득, 선도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외상계 "전문인력 확보·운영 예산 지원 절실"
간담회에서 이강현 대한외상학회장, 김남렬 고려대 구로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외상체계 전문가들은 현재 중증외상체계의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전문인력과 예산 확보 등을 위한 대안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우선 "중증외상센터는 전문의료인력이 언제 내원할지 모르는 환자를 위해 24간 대기하는 구조로 수익성이 취약하다. 국내 최고 수준의 빅5 병원들이 중증외상센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다"라면서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면 중증외상센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13년∼2017년 경기도 중증외상센터들은 연평균 44억원, 환자당 251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전국 9개 외상센터는 연평균 50억원의 진료비를 삭감 당하고 있다. 의식이 없는 환자의 CT를 찍었는데 명확한 사유가 발견되지 않아 삭감되거나, 한 번의 개복으로 여러 부위를 수술했음에도 한 부위 수술 외에는 삭감되는 식이다.

전문인력 부족도 큰 문제다. 전문의료인력 계약직 고용에 따른 고용 불안과 교수직 등 장래성이 없다는 점, 업무량은 과중한데 임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 높은 근무 스트레스 등으로 전문인력을 안정적으로 고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의 20명 이상 확보 기준에 부합하는 외상센터가 전무한 실정이며, 전문의를 최대로 확보한 외상센터의 전문의 수가 6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간호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대부분 중증외상센터는 간호등급제 2등급을 유지하고 있는데, 일반 환자보다 중환자실 입원, 일반 입원 기간이 길고 손이 더 많이 가는 환자를 돌보기에는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이외에도 전문교육을 통한 전문의료인력 배출 및 훈련, 이송체계 개선을 통한 골든타임(사고 발생 후 중증외상센터 도착까지 1시간) 확보 등도 중증외상환자의 '예방가능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요소로 꼽았다.

 

김남렬 고대구로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빅5 병원이 모두 있는 서울시의 중증외상체계의 허점을 지적했다.

 

현재 신촌세브란스병원과 고대구로병원 등 2곳인 서울시 중증외상센터가 법적 근거가 없어 외상 세부전문의 수련비용이나 인건비 등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제 기능을 수행하기 힘든 상황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권역별중증외상센터가 아닌 서울시에 적절한 외상체계 구축 모델 정립(필요 외상센터의 형태, 규모, 위치 및 수에 관한 연구 필수) ▲기존 의료시설에 원내 외상체계 설치 및 운영 지원 ▲실제 외상진료 담당하는 기관에 같은 외상수가 적용 ▲외상 전문 의료인력의 안정적 확보 ▲병원 전 단계 처치 및 이송체계 개선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복지부 "내년 초 종합대책 발표...당근과 채찍 포함"

 

▲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보건복지부는 중증외상센터가 안정적으로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일률적 지원은 피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요구되는 중증외상센터의 기능을 잘 하는 곳은 인센티브·수가 인상 등을 통해 지원하겠지만, 제 기능은 하지도 못하면서 지원 예산만 받아 챙기는 일부 센터의 도덕적 해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중증외상체계 해결을 핵심은 전문인력 확보다. 그래서 상급종합병원과 연구중심병원 지정 기준에 외상인력 기준을 포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외상외과 의사도 정교수의 길이 열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중증외상센터 17곳 중 6곳이 국립대병원이다. 그런데 경북대병원 같은 경우는 도덕적 해이 등으로 공공성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무서운 시어머니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보다 내용을 잘 아는 보건복지부의 관할권을 강화해 확실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실무책임자 입장에서 환자도 제대로 안 보는 곳에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이다. 아주대병원처럼 역할을 잘 하는 곳은 지원해야 하겠지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곳에는 보조금 취소, 지정 취소 등 상응하는 처분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가 심사기준 개선작업도 진행 중인데, 중증외상 치료에 맞게 틀을 바꾸겠다"고 덧붙였다.

권 정책관은 이외에도 119 지침 개정,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확장, 닥터헬기 운행 개선 및 지원 등도 포함한 중증외상체계 지원 종합대책을 내년 초에 밝힐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의협 "의대 추가 설립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잘못"

 

▲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중증외상체계 개선 시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추 회장은 "최근 이국종 교수 때문에 중증외상센터의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증외상센터는 일정 인력과 시설을 갖춰야 하고 365일 24시간 진료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데, 낮은 수가 등으로 어려움이 크다. 외상전문의들은 스스로 '3D+드림리스(Dreamless)'라고 자조하고 있다"면서 "중증외상체계의 활로를 찾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넘쳐나는데 중증외상은 하지 않는 근본 이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가 그 이유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특히 최근 국회에서 목포의대 설립 타당성 조사를 위한 예산 3억 원이 가결됐다. 사실상 의대 신설을 전제한 예산 편성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공공의료 확충해야 하니까 의대 하나 늘리고, 중증외상체계 개선해야 하니까 의대 하나 늘리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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