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방가르드 영화의 거장 '요나스 메카스: 찰나, 힐긋, 돌아보다'

미국 아방가르드 영화의 거장 '요나스 메카스: 찰나, 힐긋, 돌아보다'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8.01.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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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앤디 워홀·오노 요코 등 플럭서스에 영향 준 독립영화의 대부
3월 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14편 작품 선보여 예술 세계 조망

전시장 전경.
전시장 전경.

미국 아방가르드 영화 역사를 개척한 리투아니아 출신 작가 요나스 메카스의 아시아 첫 회고전, '요나스 메카스: 찰나, 힐긋, 돌아보다'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6전시실에서 3월 4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전시명인 '요나스 메카스: 찰나, 힐긋, 돌아보다'처럼 요나스 메카스의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영화의 형식과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 

요나스 메카스는 통상 초당 24프레임을 갖는 영화 장면을  3개 또는 4개의 프레임으로 축소 촬영해 마치 인상파의 그림처럼 이미지들이 시간의 비약을 드러내며 움직이는 듯한 '싱글 프레임' 기법으로 일상을 꼼꼼히 기록했다. 이같은 그의 '필름 다이어리'는 지나간 시간들을 살아있는 이미지로 재창조했다. 

이번 전시는 찰나에 사라지는 이미지를 추상적인 영화 형식으로 발전시킨 거장 요나스 메카스의 인생을 돌아보는 동시에 그의 작품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는데 촛점을 뒀다. 그의 필름 및 비디오설치 작품들은 서펜타인 갤러리·퐁피두센터·MoMA·카셀 도큐멘타·쾰른 루드비히 미술관·에르미타주 미술관·베니스 비엔날레 등에 널리 알려진바 있다.

이번 전시에는 베니스영화제 다큐멘터리부문 수상작 '영창(1963)'·'앤디 워홀의 삶에 관한 기록(1990)'·'조지 마키우나스의 삶에 관한 기록(1992)'·'우연히 나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2000)'·'국가의 탄생(2007)' 그리고 '덤플링 파티(2012)' 등 그의 주요작품 14점이 소개된다. 

'영창(1963)'은 요나스 메카스가 20대 초반 경험한 제 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뉴욕의 한 극단 '리빙 시어터'가 무대에 올렸던 동명의 연극을 기록한 것으로 1964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부문 수상작이다. 

요나스 메카스가 1960∼70년대 독립 영화계에 끼쳤던 영향력은 '뉴 아메리칸 시네마 그룹'의 주요 인물 40명의 초상 이미지가 전시돼 있는 '국가의 탄생'에서 잘 드러난다.

그리고 '앤디 워홀에 관한 기록'에서는 앤디 워홀의 팩토리를 비롯해 1964년 뉴욕에서 결성된 록그룹 벨벳언더그라운드의 루 리드, 니코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플럭서스 운동의 창시자인 조지 마키우나스와 당시 아티스트들의 모습이 담긴 40개의 스틸컷으로 구성된 '플럭서스 가족'도 선보인다. 1960∼70년대 아방가르드를 이끌었던 오노 요코·앤디 워홀 등은 요나스 메카스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할 정도로 작가와 플럭서스와의 관계는 매우 밀접했다. 

요나스 메카스의 이미지에 대한 탐구는 16mm 필름 매체의 예술적 실험을 거쳐 디지털 매체의 특성을 활용한 미디어 설치 작업으로까지 확장된다.

 

전시장 전경
전시장 전경

이번 전시에서 12개의 모니터를 통해 상영되는 '365일 프로젝트'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퍼포먼스로 작가 자신의 홈페이지(www.jonasmekas.com)에 올린 매일 한편의 비디오 다이어리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비롯한 그의 초상화 시리즈·영화 등은 퐁피두 센터(2012), 서펜타인 갤러리(2012), 베니스 비엔날레(2015), 도큐멘타14(2017) 등 많은 갤러리와 비엔날레에서 소개됐다. 

그리고 '행복한 삶의 기록에서 삭제된 부분'은 2012년 작가의 90번째 생일을 몇 달 앞두고 완성된 작품으로 1960년에서 2000년 사이에 제작됐던 그의 이전 필름들에서 사용되지 않은 장면들로 구성돼 있다.

이 작품은 삶의 모든 순간, 가장 하찮은 순간 까지도 그 자체로 의미 있으며 축복할 필요가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한순간에 모든 기억들이 돌아오다'에는 꽃·일몰·길 잃은 개와 같은 평범한 이미지들과 작가 그리고 친구인 바바라 루빈을 비롯해, 고조 요시마스·살바도르 달리 등의 초상 이미지가 함께 담겨있다.

관람객은 32개의 유리 패널 속 768개의 프레임을 통해 영화감독 요나스 메카스의 인생과 60년에 걸친 긴 작품여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와 더불어 2월 25일까지 서울관 MFV 영화관에서 '요나스 메카스 회고전'이 상영된다. 44편의 장·단편 영화가 소개되며 상영작 중 일부 영화는 16mm 필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요나스 메카스
요나스 메카스

▶ 요나스 메카스
그는 1922년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났다. 현재는 뉴욕에서 거주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4년 요나스 메카스와 그의 남동생 아돌파스 메카스는 비엔나로 도피할 준비를 하지만 독일군에 체포돼 독일 엘름스호른에 있는 강제노동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1945년 강제노동수용소를 탈출한 메카스 형제는 UN난민수용소에 머물게 된다. 이때 메카스는 독일 마인츠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한다. 1949년 메카스 형제는 미국으로 이주한다. 미국으로 이주한지 몇 달 후 요나스 메카스는 16mm 볼렉스 카메라를 구입해 직접 삶의 섬광같은 순간들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요나스 메카스는 영화에 대해 활발하게 토론하고 글을 쓰는 일련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1955년에 '필름 컬처 매거진'을 창간한다. 또한 1962년 필름메이커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후에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로 성장하게 되는 필름메이커스 시네마테크를 1964년에 창설하며 '뉴 아메리칸 시네마 그룹' 운동의 촉매역할을 한다. 이렇듯 그는 1960년대 아방가르드 영화 운동의 선두에서 영화비평과 문화를 이끌어가면서 동시에 직관적인 카메라 움직임을 따라 포착되는 일상의 기록 같은 '필름 다이어리' 형식의 영화들을 발표한다. 
 그는 평생에 걸쳐 시를 쓰고 영화를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20여권 이상의 산문집과 시를 발표했으며 이 서적들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리투아니아어로 쓰인 그의 시들은 현재 리투아니아 고전 문학의 일부가 됐고 그의 영화들은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소장돼 있다. 특히 그가 발전시킨 일기체 형식의 영화는 현대영화 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메카스는 또한 학자로서 뉴욕의 뉴스쿨·인터내셔널 센터 포 포토그래피·쿠퍼 유니언·뉴욕 대학교·MIT 등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요나스 메카스는 16mm 볼렉스 카메라가 포착하는 순간 이미지들의 순수한 본질을 드러내는 방식을 찾고 발전시켰던 것처럼 영화적 매체의 변화를 읽고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온라인 디지털 매체의 특성을 이용해 그의 작업방식을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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