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정의를 바꾼 디자이너, 루이지 꼴라니
3월 25일까지 DDP에서…100여 작품 및 드로잉 전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3월 25일까지 자연의 형태를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디자이너, 즉 '바이오디자인'의 창시자로 불리는 루이지 꼴라니의 대규모 작품전이 열려 눈길을 끈다.
독일 출신의 산업 디자이너 루이지 꼴라니는 1928년생으로 올해로 90살인 노령의 디자이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 대해 "나는 10년에서 15년을 앞서 돌진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그가 지난 세월동안 그려낸 수 많은 드로잉이나 프로토타입들이 그 말을 증명한다. 2∼3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그 제작연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그의 작품에는 미래지향적 시선이 담겨져 있다.
여기에는 그의 엔지니어적 능력이 큰 몫을 한다.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에서 본격적인 미술교육을 받은 루이지 꼴라니는 프랑스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공기역학을 공부하며 조형능력 못지않게 엔지니어적 능력을 키웠다.
제아무리 멋진 디자인의 자동차를 만들어도 높은 속도에서 제대로 달리 수 없다면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생물학이고 유체역학이다.
자동차를 디자인한다고 하는 디자이너들 대부분이 '기체역학'이라는 단어조차도 제대로 쓸 줄 모른다는 것에 꼴라니는 유감을 표한다.
이와 함께 항상 그는 '이것은 왜 이래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정원을 거닐면서 자연의 생물들을 관찰하고, 그곳에서 보이는 작은 풍뎅이에게서 혹은 식물에게서 해답을 찾는다. 때문에 그의 작품들 속에는 자연의 형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것이 그가 남긴 명언 "90%는 자연에서, 10%는 멍청한 번역가 꼴라니에서"라는 말의 배경이다. 이러한 자연을 통한 영감이 오늘날 그를 '바이오디자인'의 창시자로 부르게 됐다.
이번 전시는 크게 4가지 주제로 나뉘고 있다.
▲ 첫 번째 파트에서는 자연으로부터의 영감, 바이오디자인 창시자인 꼴라니의 작품 철학을 조명한다. 공학적인 문제와 사용의 편리, 형태의 아름다움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그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 할 수 있다.
▲ 두 번째 파트는 '3D 철학자' 꼴라니가 생명을 불어넣은 작품 6000점 가운데 '캐논 T90'·'미래형 스포츠카 T600' 등 디자인을 해석하는 방법 자체를 변화시킨 혁신적인 작품을 소개한다.
▲ 세 번째 파트는 찻잔·물병 등의 소품에서부터 거대한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디자인 영역을 섭렵한 디자이너 루이지 꼴라니의 디자인 역사를 아우르는 공간이다.
▲ 네 번째 파트는 자연에 가까운 건축물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와 자연으로부터의 영감을 중시한 바이오디자인의 창시자 루이지 꼴라니의 작품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그들의 철학이 맞닿은 진정한 의미의 콜라보레이션을 구현한다.
루이지 꼴라니는 1928년 스위스 출신의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영화세트 건축가로, 어머니는 대본 프롬프터로 유명 감독인 막스라인하르트의 극장에서 일했다. 이러한 배경의 부모밑에서 자란 꼴라니는 어려서 부터 창의력이 풍부했다. 그의 부모는 어린 꼴라니에게 장남감을 주는 대신 자신만의 공작실을 만들어줬다. 그 안에서 4살박이 꼴라니는 창조의 세계와 만난다.
유년 시절의 공작 활동이 바탕이된 꼴라니는 1946년 베를린 예술대학의 조형·회화과에 진학 한다. 이후 1949년 파리 로이주해 1952년까지 소르본 대학에서 공기역학을 공부 했다. 예술가이자 엔지니어로 교육을 받은 그는 학업을 마친후 바로 현장으로 나간다. 그 첫 직장인 캘리포니아 항공 우주 제조업체인 더글러스에어크래프트사에서 소재연구팀의 팀장으로 그의 전문지식인 혁신소재 응용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한다.
다수의 직장들을 거친 그에게 디자인 주문이 쇄도했다. 여러 대학에서는 교수 타이틀이 주어졌고 그의 혁신적이고 초현대적인 작품들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피아트 후속 모델를 위한 '프로토타입 인 피아트 110'으로 1954년 제네바에서 '황금장미상'을 받았다. 또한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캐논 T90'으로 1986년 '황금카메라 어워드'를 수상했고 2004년에는 뮌헨의 근대 미술 박물관을 위해 개발된 그의 전시 컨셉이 상을 받았다.
그는 엔지니어로서 디자인을 두 가지 방식으로 풀어나갔다. 첫 번째는 소르본 대학에서 공부한 공기역학이고, 두 번째는 인체공학이다. 루이지 꼴라니의 공학적인 접근법은 과학적이고 공학적인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인 것 같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자연이라는 하나의 점으로 수렴한다. 자신의 디자인을 자연에 일치시키기 위해 공학적인 내용을 도구로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