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중환자실 사망 사건…곪았던 게 터졌다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 사건…곪았던 게 터졌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2.07 06:47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리불감증 걸린 정부의 잘못된 제도가 한몫…규제보다 지원 더 늘려야
정부지원에도 원가보전율 55.6%…돈 안드는 단기대책 보다 중장기 대책 마련 필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6일 오후 2시 서울성모병원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감염의 발생원인과 환자안전 확보방안' 보건의료 포럼에서는 제2, 제3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규제중심의 단기대책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이 보장된 중장기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의협신문 이정환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6일 오후 2시 서울성모병원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감염의 발생원인과 환자안전 확보방안' 보건의료 포럼에서는 제2, 제3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규제중심의 단기대책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이 보장된 중장기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의협신문 이정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나라 신생아 중환자실 자체가 '중환자'일수밖에 없는 시스템적 한계가 있으므로, 의료인 개인의 책임으로 사건을 처리해서는 안되고, 제도적인 문제도 함께 짚어봐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또 신생아 중환자실의 원가보전율은 55.6% 밖에 되지 않은 상황인데,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감염 관련 문제들이 그동안 곪아있던 것이 터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6일 오후 2시 서울성모병원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감염의 발생원인과 환자안전 확보방안' 보건의료 포럼에서는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감염관리의 문제, 그리고 의료관련감염 예방을 위한 정책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신생아 중환자실 지원 정책에도 인력운영 여전히 부족
이날 포럼에서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진료하는 의료인력을 더 충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최병민 고대안산병원장은 "그동안 신생아 중환자실에 대한 지원이 있었지만, 수가인상에도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고위험 신생아 치료에 대한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추는 등 신생아 중환자실 진료의 양적·질적 성장은 이뤘으나, 환자의 안전과 병원감염에 대한 관리는 관심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병원장은 "20개 병상 미만의 신생아 중환자실을 갖고 있는 의료기관은 54.6%이고, 소규모 지역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효율적인 인력 및 시설·장비의 활용이 원활하지 못하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은 적자의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모순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인력 충원과 관련 최 병원장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전담 전문의가 2명 이하인 의료기관은 약 82.5%이고, 1명이 근무하고 있는 의료기관도 약 43.3%(43/97) 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또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수 대 간호사 수를 따져봤을 때 1등급 의료기관은 29.6%밖에 되지 않다"며 "병원이 전문 의료인력을 더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채만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대한중환자의학회장)도 "간호사의 인력이 많을수록 중환자실에서의 교차감염 건수가 감소한다는 여러 연구결과들이 있다"며 "간호사 인력을 더 늘릴수록 중환자실이 적자를 보는 구조는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호주는 중환자실에 24시간 전담전문의가 상주하도록 하고, 일본은 최고등급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도록 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를 '둘 수 있다'로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환자실의 경우 전담전문의 1명당 44.7명의 환자 담당하지만, 호주는 8∼15명. 일본은 10명 정도"라며 "중환자실에 대한 원가보전을 통해 인력을 더 충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특히 신생아 중환자실의 경우도 원가보전을 통해 의료관련감염을 감소시키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관리는 지속적 노력 필요…중장기적 목표 제대로 세워야
의료관련감염은 단 시일내에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100% 감염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단기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갑 한림의대 교수(강남성심병원 감염관리실장)는 "최근 병원 내 감염, 그리고 의료기관 관련 여러 사건들을 보면서 그동안 감염관리와 환자안전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던 것이 쌓이고 쌓여서 한꺼번에 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의료계에서도 삼풍백화점과 같은 안전관리 소홀에 따른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하고, 의료관련감염이 갈수록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의료분쟁과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주사제를 여러번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분명히 따져봐야 할 것이고, 병원이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문제를 따지기보다 주치의·전공의·간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의료인들이 자괴감을 갖지 않도록 전향적이고 구체적인 장기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일 울산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은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내고, 개벌 원인들에 대한 개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급하게 대책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충분히 문제점을 검토하고 분석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은병욱 을지의대 교수(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발생한 후 정부 후속 대책은 지나치게 규제와 처벌 중심이라"며 "단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중장기적인 대책을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병철 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의료관련감염은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에 이를 꾸준히 추진하기 위해 감염전문가와 정부뿐 아니라 병원, 환자 등이 모인 민관협의체를 만들고 주기적인 평가회의를 통해 지속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관협의체가 지속적으로 운영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중장기 과제가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정부는 돈이 별로 들지 않는 단기 해결과제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정은영 과장(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은 "정부는 그동안 논의했든 단기대책을 발표한 것"이라며 "단기대책이 손쉬운 것이라는 지적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중장기대책은 유야무야되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관련감염 대책 마련을 위해 TFT를 구성해 실태조사를 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중환자'인 중환자실 살리려면…규제보다 정부 지원 더 많아야
정부 정책이 규제보다는 지원과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정책제안들도 나왔다.

임채만 교수는 "우리나라 중환자실에 대한 지원이 더 많았더라면 사망률도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의 싸구려 의료정책 때문에 치명적이고 난해한 질병을 가진 중환자들이 초년의사와 비숙련 간호사에게 맡겨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건은 보건복지부의 자기 고백서"라며 "정부의 싸구려 정책은 우리나라 중환자실을 '중환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가 중환자실에 대한 지원을 더 늘리는 정책을 만들어야 제2, 제3의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은철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 앞으로 종합병원, 그리고 의료기관 규모별로 의료기관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중환자실·수술실·응급실에 대한 규제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단,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병원이 경영에 부담을 갖지 않도록 지원은 더 많이 해줘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박 교수는 "보건복지부 지출 규모를 보면 총 63.2조원 중 보건의료 부문은 2.4조원(3.9%)에 불과하며, 특히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금은 400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보건의료 부문에 대한 지원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는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신생아 중환자실 원가보전율은 55.6%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힌 뒤 "수가를 최대한 보전해주고 적정성 평가도 제대로 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신생아 사망사건으로 의료기관의 윤리성만 문제삼지 말고, 제도를 잘못 만든 정부의 윤리성이 더 큰 문제라는 것도 이번 기회에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