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꽃
마른 꽃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8.03.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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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꽃

한 때는 따듯하게 젖어 있었다 
살아있는 목에는 세상의 꽃다발이 묶여 있고 그 일들을 풀어내느라 시간을 달리기 시작했다 혈관들은 아이들이 학원으로 사라진 골목처럼 점점 메말라갔다 화분 안에서 뿌리들은 물을 마시느라 여념이 없었고
그 끝 너머까지 가보고 싶었다 
꽃은 피를 흘리며 노래를 불렀지만 소리는 점점 가늘어져서 담을 넘지 못했다 생화의 날들은 그늘진 마당에 갇혀서 나날이 시들어 가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고
평생 앉아 일했던 의자가 사실은 내 등짝이었다는 것을 마른 꽃이 된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것을 이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허준
허준

 

 

 

 

 

 

 

 

울산시 서울산보람병원 소아청소년과장 / <시와사상>(2016) 신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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