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이냐 방패냐' 경남에서 진검승부 펼친 의협회장 후보들

'창이냐 방패냐' 경남에서 진검승부 펼친 의협회장 후보들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8.03.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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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사회 주관 후보자 토론회서 상호 간 '송곳 질문'
지역 합동 토론회 막바지...후보들 선거운동 열기 고조

ⓒ의협신문
경상남도의사회 주관으로 10일 삼성창원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40대 의협회장 후보자 합동 토론회 전경 모습. ⓒ의협신문

의협회장 후보들에 대한 지역 의사회의 자질 검증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다. 3월 5일 경기도의사회부터 시작된 시도의사회 주관 합동 토론회는 6일 충청남도의사회, 7일 광주광역시·전라남도의사회, 8일 대전광역시의사회에 이어 10일 경상남도의사회로 이어졌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삼성창원병원 행정동 대강당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후보자간 치열한 상호 공방이 두드러졌다. 후보들은 상대 후보의 날 선 질문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노련함을 보였다.  

임수흠 후보는 문재인케어를 막아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대응하는 긴급한 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최대집 후보)을 받았다. 임 후보는 "의협의 모든 회무를 제쳐놓고 문케어를 막는데 올인하겠다. 회무를 잠깐 멈추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막겠다"고 강조했다. 

문케어에 대한 소극적 대응으로 불신임 임총이 열려 비대위까지 구성됐는데, 다시 회장이 되면 적극 대응하겠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임수흠 후보)을 받은 추무진 후보는 취임 1년 내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공약으로 맞섰다.

추 후보는 "작년 8월 9일 문케어에 대해 의협이 내건 6가지 전제조건이 현재 비대위 입장과 동일하다"면서 의협 집행부의 대처가 부족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추 후보는 특히 "회장에 당선되면 모든 책임을 지고 투쟁과 협상에 전념하고, 1년 이내 전 회원으로부터 중간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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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후보는 충남의사회 토론회에서 '미투 운동'에 대해 발언한 내용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용민 후보)을 받았다. 당시 최 후보는 성추행의 기준을 너무 광범위하게 확대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최 후보는 "권력의 지위를 남용한 성범죄는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으며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게 당시 발언의 핵심이었는데, 이 부분은 쏙 빼고 뒤에 덧붙인 내용만 문제 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 후보는 "성추행, 성폭행 등 성범죄도 무죄 추정의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해야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다. 범죄행위에 대한 엄밀한 기준을 통해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막고, 이 같은 바탕 위에 남녀 간의 교제, 출산, 세대의 영속 등 소중한 가치가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이 내 발언의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기동훈 후보는 대한공보의협의회장 시절 회비 납부율을 10%대에서 70%대로 급상승시킬 수 있었던 방법을 묻는 질문(임수흠 후보)을 받았다. 질문의 이면에는 회장 혼자만의 역량으로 이룬 성과는 아니지 않으냐는 비판적 의미가 깔려있다. 

기 후보는 회원에게 감동을 주는 서비스와 비전을 보여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회비를 내지 않더라도 대회원 서비스를 제공해 신뢰를 쌓고, 변화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납부율을 높일 수 있었다. 물론 회장 혼자만이 아닌 집행부와 함께 이룬 성과"라며 "공중보건의사에 관한 법률안을 추진해 보건소의 진료 기능을 없앨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준 것도 회원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주효했다"고 밝혔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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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불거진 현안에 대한 돌직구성 질문도 눈에 띄었다. 의협 비대위가 의정실무협의체 협상단 해체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최대집 후보는 "의협 집행부가 작년 10월 말 보건복지부에 80개 항목의 예비급여화를 요구했고 이 중 36개 항목에 대한 고시가 4월 1일자로 예고됐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추무진 후보는 "(그런 내용의 기사를 접하고) 깜짝 놀라 확인했으나 집행부는 그런 적이 없다. 해당 언론사도 정정보도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보장성 강화에 대한 모든 전권은 비대위에 있고, 집행부는 12억 8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등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널과 청중 질의는 더욱 날카로웠다. 이날 토론회 패널은 최주용 진주시의사회장, 김윤규 창원시마산의사회장, 박정규 김해시의사회장이 맡았다. 

기동훈 후보는 자신의 공약인 '모바일 사원총회'가 현 대의원회의 해산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원총회 규정을 정관에 넣으려면 대의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대의원들이 대의원회 해산안에 동의할 리가 있냐는 의미다. 

기 후보는 "대의원회 해산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고 "전체 의사 회원의 약 70%가 20~40대이지만, 현 대의원회는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구조가 아니다. 전 회원의 총의를 물어야 하는 중대 사안이 발생할 때 모바일을 이용한 의결 과정을 거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젊은 의사들이 많이 참여해야 변화하는 사회를 따라갈 수 있다. 최근에 선출된 한의협회장은 47살이다"라고 덧붙였다.    

회장이 되면 자신보다 많은 연배의 회원을 어떻게 설득하고 하나로 모을 것이냐는 현실적인 질문에 "의협회장은 회원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 후보는 "여러 직역의 일을 해오면서 논리적, 이성적으로 제안하면 귀 기울이는 선배들이 더 많았다. 젊다는 것은 오히려 치우침 없는 균형감에 강점이 있다"면서 "경륜 있는 선배들의 조언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소통하겠다. 서번트 리더십(섬기는 리더십, servant leadership)으로 의협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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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 후보는 최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한의약 육성을 위한 조례안을 두고, 사전 대처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다. 현재 서울시의사회장을 맡고 있는 김 후보로선 뼈아픈 질문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조례가 통과된 사실을 언론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다만 "조례에 대한 의견 조회 과정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통상적인 절차인 공청회조차 열리지 않았다"면서 "서울시 상황은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에서 지하철 역사 내에 의원을 입점하는 계획도 사전에 파악해 끝까지 막아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의약 육성 조례가 시행되려면 정부 예산이 있어야 하는데, 의협회장이 되면 정부 예산을 반드시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또 할 것이냐는 질문도 받았다. 여당 공천을 원하면서 문케어를 어떻게 막겠냐는 의미다. 

김 후보는 우선 "내가 공천 신청한 적 없다. 공천 제의는 그쪽(더불어민주당)에서 해온 것"이라고 바로 잡았다. 이어 "나는 정치성이 별로 없다. 여당·야당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 출신 국회의원 한 사람이라도 더 늘어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의사 권익을 찾는 것, 그것만이 나의 목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민 후보는 의협이 여러 악법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의협 내 신속대응팀'을 구성하겠다는 공약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 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지금까지 자신이 무얼 어떻게 했다고 자랑하는데, 그렇게 잘 했으면 지금 의료계가 이런 처지겠나"라며 "회장이 되면 대관, 대국회 라인을 풀가동하겠다. 전담 부회장을 두고 신속대응팀을 상설화해 국회 입법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낙선돼도 새 집행부에 합류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을 받은 최대집 후보는 "그럴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이유에 대해선 "문케어가 국가 정책으로 대두된 이후 개인적으로 너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 대표 일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라며 "새 집행부에 상근임원으로 들어가면 다시 의원을 폐업해야 한다. 개인적 피해가 너무나 크다"고 답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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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케어에 대한 대국민 설득 논리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는 질문에 후보들은 정책의 실체를 정확히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도 함께 재정을 부담해야 하고, 필연적으로 의료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동훈 후보는 "지금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보장성 강화가 아니라 안전성 강화라는 점을 설득할 것"이라며 "문케어는 정부가 국민건강에 돈을 쓰지 않겠다는 '의료비 절감 정책'이라는 진실을 분명히 알리겠다"고 말했다. 

임수흠 후보는 "문케어는 재정부담을 감당 못 해 결국 의료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부분을 알릴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국민 100%의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면서 "이제는 분명한 근거와 명분을 갖고 전문가단체로서 판단해야 할 단계다. 정부의 책임도 분명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회장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임수흠 후보는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결선투표제는 필요하다"며 "모바일투표로 진행하면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민 후보는 자신의 공약에 결선투표제 도입이 이미 들어 있다고 밝혔다. 추무진 후보도 동의를 표했다. 그러나 최대집 후보는 "결선투표제는 부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일 뿐, 장점 있는 제도는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기동훈 후보 역시 "결선투표가 해법은 아니다. 회비 납부와 무관하게 모든 회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역 의사회 주관 의협회장 후보 합동 토론회는 14일 대구광역시의사회·경상북도의사회 토론회를 끝으로 모두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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