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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논리·대안 품은 '변화 촉진자' 위해…

창의·논리·대안 품은 '변화 촉진자'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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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19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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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1주년 기념특집
4차 산업혁명 의료를 바꾼다

양은배 연세의대 교수(의학교육학)
양은배 연세의대 교수(의학교육학)

많은 사람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얘기한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인공지능·가상현실·사물인터넷 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다.

리처드 서스킨드와 대니얼 서스킨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에서 기술 혁신은 전통적인 업무 방식을 간소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전문직 개념을 해체할 것이라고 했다.

의료를 포함한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인간의 인지, 감정, 작업, 윤리적 능력은 상당부문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하버드 대학 총장을 역임한 래리 서머스가 다가올 25년은 지난 75년의 변화를 합친 것보다 클 것이라고 했음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의학교육 혁신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초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오늘날 의학교육은 18세기에 형성된 프러시아 교육 모델을 닮았다. 지식은 과목 단위로 조직되고, 과목은 다시 독립된 단원과 학습 목표로 세분돼 현실 세계와 동떨어져 있고, 강의실과 임상실습 현장에서 학생의 경청은 최고의 미덕이다. 비판적 사고는 허용되지 않거나 요구되지도 않는다.

특정 의학지식과 술기에 대한 학생의 기억력을 정해진 시간에 일괄적으로 확인하는 표준화된 시험은 가장 가치 있는 판단의 기준이다.

나이에 따라 학년을 나누고 수업을 50분 단위로 구분하며 학생에게 번호를 부여하는 것까지 프러시아 교육 모델과 같다.
전통적으로 '가르치는' 개념에 기초한 이런 의학교육 모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는 유용하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의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여전히 모호하고, 방대한 의학지식의 학습, 논리적 연결과 해석은 인공지능이 더 탁월하다.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은 전례 없는 훌륭한 도구가 되어 가고 있고, 이런 도구에 들어갈 창의적 콘텐츠가 요구되고 있다.
또 미래학자들은 의사의 역할이 지식의 암기·이해·적용이 아니라 미래 의료 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인가를 판단하며,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그런 가치를 실행에 옮기는 능력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의학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자.
첫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떤 의학지식과 기술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인간의 사고는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 지식 없이는 창의적 사고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어떤 지식을, 어떻게 학습하는가이다.

미네르바 스쿨(캠퍼스 없음/100% 기숙사 생활/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전문가들이 온라인 교육과정 제공/플립러닝-개별적으로 지식을 사전에 학습하고, 강의실에서는 토론과 적용 관련 수업), 플랫아이언스쿨(교육과정의 거품을 뺀 12주 전문가 과정 운영) 등은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학생 개인별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 드림박스·뉴턴·리즈닝 마인드가 개별화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Khan Academy·Ted-Ed·Coursera·Edx·Udacity 등 많은 온라인 플랫폼은 풍부한 자기주도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스탠퍼드의대와 듀크의대는 전 세계의 다양한 온라인 의학 컨텐츠를 활용한 강의로 전환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질의, 응답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블룸이 일찍이 말한 '2 시그마(개별화된 교육은 전통적인 집단 교육을 통한 평균성과보다 표준편차 두 배만큼 앞선다)' 문제가 온라인 플랫폼과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 발달로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의학교육의 사명은 이를 이끌어갈 의료·의학 분야의 변화 촉진자를 길러 내는 것이다. ⓒ의협신문 김선경기자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의학교육의 사명은 이를 이끌어갈 의료·의학 분야의 변화 촉진자를 길러 내는 것이다. ⓒ의협신문 김선경기자

의학지식을 배우기 위해 강의실에 가야 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지식의 습득은 개별화된 온라인 플랫폼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주어진 책무로, 대학의 강의실은 토론과 협업을 하는 공간으로 변화되고 있다.

둘째, 의학교육의 칸막이를 없애고 연결성을 강화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연결성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인간과 인간의 연결, 인간과 사물의 연결, 인간과 인공지능의 연결이다. 연결의 핵심은 융합이다. 의과대학 교육이 이런 연결, 또는 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을 하고 있느냐고 질문해 본다면 대답은 분명해진다.

1910년 아브라함 플렉스너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의학교육은 기초 및 임상의학 지식을 학습한 후, 임상실습으로 이어지는 연역적 교육을 강조해 왔다. 이를 통해 지난 100년 동안 의학교육은 이론과 경험이 분리돼 교육됐다.

의과대학의 조직단위인 교실은 그 벽이 높고, 교수들은 교육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대화를 하지 않으며, 이론과 실습을 융합한 통합적 경험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공지능 중심 4차 산업혁명 시대… 의학교육 개념 바뀐다

학생들은 자신이 혼자 처리해야 하는 일은 능숙하게 수행하지만, 집단으로 융합 또는 협업해야 하는 과제는 미루기 일쑤다. 

학생들이 협업으로 해야 하는 과제는 제시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지식과 경험, 이론과 실제는 구분되는 개념이 아니다. 새로운 연결과 융합이 시도돼야 하는 시점이다.

의과대학 1학년부터 임상실습을 시작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기초와 임상이 사례를 중심으로 통합되는 귀납적 모델, 창의적인 연구를 통한 이론 학습,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융합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타 학문분야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그들의 언어와 소통방식을 학습하는 것이 융합이다. 이를 위해 교실 단위의 의과대학 조직, 교수의 전공 칸막이를 없애고 새로운 융합을 시도해야 한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기준으로 새로운 융합과 연결이 의과대학 조직 전반에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셋째, 의대 학생 평가를 절대평가·서술형 평가로 혁신해야 한다. 평가의 공정성, 채점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의과대학의 평가제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의학교육을 불가능하게 한다.

의학지식을 어느 정도 암기하고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평가, 문제의 정답을 여러 개의 보기에서 고르도록 하는 의과대학의 시험은 창의적인 사고를 요구하지 않는다. 평가를 통한 학생의 서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런 서열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다.

의대 수업, 수업 이후에 이뤄지는 학생평가의 이원화된 모델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모델에서는 단지 시험을 위한 학습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강의와 임상실습에서의 활동에 대한 평가가 곧 학생의 역량에 대한 평가가 돼야 한다.

학생들이 틀릴 때마다 점수를 깎는 평가가 아니라 학생들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습득하거나 수행할 때마다 점수가 올라가는 평가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의과대학 평가는 절대평가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 논리적인 연계성, 문제의 대안을 제시(문제 해결이 아닌)하는 서술형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세상은 변했다, 그러나 학교는 안 변했다. 의과대학의 존재 이유는 의학지식과 기술을 다음 세대 의사에게 전수해 주는 것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의료·의학 분야의 변화 촉진자를 길러 내는 것이다. 현재의 의학교육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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