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A·ACC 고혈압 목표기준 변경…학계 '들썩'

AHA·ACC 고혈압 목표기준 변경…학계 '들썩'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3.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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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기획특집
미국 심장협회/심장학회 고혈압 목표기준변경…학계 '들썩'

지난해 11월 13일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가 목표 고혈압 기준을 130/80mmHg으로 낮추면서 우리나라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2015년 기준) 데이터로 분석하면 30세 이상 성인 가운데 전체 32.0%(남자 35.1% 여자 29.1%)가 고혈압환자군에 해당한다. 하지만 AHA·ACC가 개정한 기준을 적용하면 전체 50.5%(남자 59.4% 여자 42.2%)가 고혈압 환자군이 된다.

'미국 고혈압진료지침 2017'은 혈압은 낮게 유지할수록 심혈관질환 예방과 합병증 억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하자는 의미에서는 매우 훌륭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의협신문>은 AHA·ACC의 새로운 고혈압 목표 기준 변경으로 인해 국내에서 고혈압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인식을 조사하고, 진료패턴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또 고혈압의 적극적 관리가 신장·당뇨·뇌졸중 환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1. 미국 심장협회/심장학회 고혈압 목표기준변경…학계 '들썩'

2. AHA·ACC 새 고혈압 기준이 신장·당뇨·뇌졸중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3. 고혈압 목표기준 변경에 대한 의사 인식조사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가 지난해 11월 목표 고혈압 기준을 130/80mmHg로 낮추는 진료지침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국내에서도 고혈압 가이드라인 개정안이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고혈압 가이드라인 개정은 미국의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국내 현실에 맞게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AHA·ACC의 가이드라인의 핵심 메시지는 고혈압 고위험에 해당하는 환자들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려면 적극적으로 고혈압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NIH에서 지원한 대규모 임상연구인 SPRINT 연구를 반영했으며, 실제로 SPRINT 연구책임자가 이번 진료지침 개정 연구책임자이기도 하다.

이 연구는 혈압이 130mmHg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120mmHg 미만을 목표로 한 적극적 치료군이 140mmHg을 목표로 한 일반적인 치료군에 비해 25%의 심혈관 관련 질환을 감소시켰다.

그러나 AHA·ACC가 제시한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절반(50.5%)이 고혈압으로 분류돼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한고혈압학회는 올해 초 고혈압 진료지침 개정 과정에서 미국의 진료지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혈관질환 앓았던 고위험군 환자 적극 약물치료 해야
AHA·ACC 가이드라인에서는 '1단계 고혈압'을 수축기혈압이 130∼139 mmHg 또는 이완기혈압이 80∼89 mmHg로 규정했고, 종래의 고혈압 기준이었던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90mmHg을 모두 '2기 고혈압'으로 격상했다.
이러한 고혈압의 완화된 기준에 따르면 미국 인구에서 13.7%에 달하는 혈압 130∼139/80∼89 mmHg 범위의 인구 13.7%가 고혈압 인구로 새롭게 분류돼 미국의 고혈압 유병률은 31.9%에서 45.6%로 크게 상승하게 되고, 약 3100만명의 인구가 새로이 고혈압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의학계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 목표 고혈압
기준 변경이 의미와 진료에 미치는 영향

이밖에 AHA·ACC 가이드라인은 혈압 자체뿐 아니라 환자의 종합적인 위험도를 평가해 조절 목표를 설정하도록 권유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ASCVD(Atherosclerotic cardiovascular disease) risk score를 활용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ASCVD risk의 경우 10년간 심근경색증·심혈관 질환 사망·치명적/비치명적 뇌졸중 발생 가능성을 합한 것으로 이러한 환자의 종합적 위험도를 반영해 개별적인 치료 목표를 삼자는 것은 2013년 AHA·ACC의 고지혈증 치료 가이드라인의 치료 방향 설정과 일치하는 전략이다.

이는 같은 수축기혈압 130mmHg에서도 동반된 위험 요인에 따라 10년 심장질환 발생 위험성이 1.1%에서 38.5%까지 크게 다르게 나타나는 역학 조사에 근거한 치료 전략이다. 이에 따라 변경된 가이드라인에서는 10년 심혈관 사건 발생률이 10% 이상으로 예상되거나 이미 심혈관질환을 앓았던 고위험군 인구에서는 130/80 mmHg 이상이면 약제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10년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률이 10% 이하인 일반 환자에서는 종래와 같은 140/90 mmHg 이상에서의 혈압 조절 시작으로 차별화된 접근을 권유하고 있다.

당뇨병·만성콩팥병환자에서도 130/80mmHg 목표 설정
고위험군의 경우 130/80mmHg 이하로 유지하기를 권유하게 된 것은 미국의 국립보건원(NIH 산하 National Heart Lung Blood Institute)에서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에서 필요 목표 혈압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했던 SPRINT·뇌졸중 위험 환자 대상의 SPS3·당뇨병 환자 대상의 ACCORD 연구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철저한 혈압 조절이 조금이라도 좋은 효과가 있었고, 메타분석에서도 철저한 혈압 조절이 일반적인 혈압 조절에 비해 조금이라도 우월한 효과가 있었던 결과에 기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뇨병 환자,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도 130/80mmHg 이하의 단일화된 혈압 조절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노인 환자의 경우이다. 종래 가이드라인은 2008년 HYVET 연구에서 150mmHg 이하로의 혈압 조절이 생존율 증가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반영해 노인의 수축기혈압을 150mmHg 이하로 설정했다.

그런데 이번 가이드라인은 SPRINT 연구의 하위 분석에서 노인의 노쇠(frailty) 여부에 관계 없이 130mmHg 이하로의 철저한 혈압 조절이 전반적으로 좋은 효과가 있었다는 증거를 기반으로 하면서 노인에서도 수축기혈압 조절 목표를 130mmHg 이하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혈압이 20mmHg 이상 강화된 혁명적인 변화인데, 이러한 가이드라인의 변화가 실제로 노인 환자의 고혈압 조절에서 좋은 효과가 있을지 아니면 역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향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박성하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기존에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0% 이상인 사람들에서만 적극적인 혈압강하가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 "AHA·ACC의 가이드라인은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혈압기준을 낮췄을 뿐만아니라 환자의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을 철저히 평가해 고위험군에 해당되는 환자들은 130/80mmHg 미만으로 적극적으로 혈압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라며 "개개인의 위험에 맞춰 치료를 달리해야 된다는 맞춤치료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혁명적인 목표혈압 기준 변경…미국 내에서는 엇갈린 반응
AHA·ACC의 가이드라인 개정은 미국 내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AHA·ACC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후 미국내과학회(ACP)와 미국가정의학회(AAFP), 미국당뇨병학회(ADA)는 반대 의견을 냈다.

AAFP는 AHA·ACC의 가이드라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수축기혈압이 150mmHg 이상인 60세 이상의 환자는 고혈압 치료를 해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목표 수축기혈압을 150mmHg 미만으로 권고한 가이드라인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ADA도 올해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고혈압이 있는 당뇨병 환자의 목표혈압을 140/90mmHg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박정배 원장(JB lab and clinic)은 "AHA·ACC의 가이드라인 개정은 2014년 JNC 8 과 2017년 1월 발표한 American Academy of Family Physicians/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사협회의 권고(수축기혈압 150mmHg 이상에서 치료를 권장)를 몇 달 만에 뒤집은 것이기도 하며, 수축기혈압만을 기준으로 130mmHg 이하로 유지했을 때 지나치게 떨어지는 확장기혈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AHA·ACC의 가이드라인은 혈압은 낮게 유지할수록 심혈관질환 예방과 합병증 억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하자라는 의미에서는 매우 훌륭하고 강력한 메시지이지만, 이는 미국 시스템에서의 혈압 측정 및 심혈관위험에 근거를 둔 것이라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것 같다"고 말했다.

또 "140/90mmHg 훨씬 이전부터 혈관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정상 또는 이상적인 혈압(120/80mmHg) 보다 높으면 긴장을 하고 조심하라고 권장하는 유럽의 권고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AHA·ACC 가이드라인 적극적 조기치료 메시지에 긍정적
고혈압학회 진료지침 개정 초미 관심…내분비 등 연관 학회 신중

신장내과·내분비내과·신경과, 130/80mmHg 적용 고민되네
미국 내에서도 연관 학회들의 입장이 다르듯이 국내에서도 신장내과·내분비내과·신경과 등의 의견이 다르게 나오고 있다.
심장내과(순환기내과)는 고혈압 기준을 낮출수록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커 찬성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신장내과는 신장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환자에게서는 고혈압 기준을 무리하게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혈압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면 오히려 신장 악화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신경과도 혈압을 무리하게 조절하게 되면 뇌 혈류량이 감소해 뇌 기능 저하의 위험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내분비내과는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 기준이 자주 변동되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어떨 때에는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80mmHg으로 했다가, 어떨 때에는 140/90mmHg으로 하는 등 들쭉날쭉하다. 이 때문에 내분비내과 전문의들은 이번 미국 고혈압 기준 변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고혈압학회가 국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또 고혈압 가이드라인 개정에 맞춰 신장내과·신경과·내분비내과 등에서도 고혈압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을 개정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기준을 유지할 것인지 분명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고혈압 130/80mmHg 조정되면…고혈압 치료제 시장 지각변동
목표혈압을 130/80mmHg으로 조정하게 되면 고혈압 환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는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3100만명, 한국에서도 650만명의 새로운 고혈압 환자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들이 초기에 적극적으로 고혈압 관리를 위해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AHA·ACC는 가이드라인을 보면 고혈압 약제의 선택에서 가장 특이한 사항은 1차 선택 약제가 치아지드 이뇨제·칼슘차단제(CCB)·안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ACEI)·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로 제한됐다. 영국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베타차단제는 1차 선택 약제에서 배제됐다.

특히 국내에서 아직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베타차단제인 아테놀롤(atenolol)의 경우 다수의 연구에서 대조 고혈압 약제보다 열등한 결과가 관찰됐기 때문에 설령 베타차단제 사용이 권유되는 협심증·심부전 등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도 사용하지 않도록 당부한 점이 인상적이다.

또 한 가지는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에서는 140/90mmHg 이상일 경우 초기부터 두 가지 이상의 고혈압 약제를 사용하도록 권유하고 있으며, 초기 혈압이 조절 목표에서 20/10mmHg 이상 높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권유하고 있다.
이밖에 고위험군(10년 심혈관 사건 발생률 10% 이상)이 아닌 일반 고혈압 환자인 경우에는 종전과 같이 한 가지 약제로 시작해 차츰 조절해 나가기를 권고하고 있다.

AHA·ACC는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혈압 조절을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지만 고위험군이나 고위험군이 아닌 고혈압 환자들이 130/80mmHg 이하로 혈압을 유지하는 것이 이점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어, 고혈압 가이드라인 개정은 1차 약제(ARB, CCB, ACEI 등)의 사용을 늘리는데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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