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네 사람들 (1)
산동네에 사시는
허리가 반으로 접힌 구십 할머니
어렵게 눈 수술을 해드렸는데
함께 오신 보호자 할아버지
눈이 어떠신가 검사해 보니
녹내장에 백내장에
할머니 눈보다 훨씬 나빠서
세상으로 열린 창이
거의 닫힐 지경이다
좀 보이시냐고 물었더니
나는 아직 잘 봅니더
우리 헐멈 수술 잘해서 꼭 좀 보게 해 주이소
할머니 손을 꼬옥 잡고 나가시는데
할머니가 넘어지실까 손잡으신 건지
당신이 넘어지실까 꼬옥 잡으신 건지
산동네에 핀 사랑 꽃은
세월 가도 시들지 않네
강원도 강릉 출생. 서울의대졸. 안과전문의. 201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천국아파트 등 시집 출간. 2013년 귀향, 강릉솔빛안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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