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규모' 아닌 '기능'으로 구분해야"

"의료기관 '규모' 아닌 '기능'으로 구분해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4.16 03:2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역거점병원' 상급종합병원 43곳+500병상급 이상 종합병원 36곳 분류
김태현 연세대 교수, KHC 포럼 '누구를 위한 종별 구분인가?' 주제발표

김태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부교수가 13일 열린 병협KHC포럼에서 '누구를 위한 의료기관 종별 구분인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태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부교수가 13일 열린 병협KHC포럼에서 '누구를 위한 의료기관 종별 구분인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의협신문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병상 규모·시설·인력에 따라 구분하고 있는 현행 1∼3차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구분을 기능과 역할에 따라 재분류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전체 의사 중 전문의 비율이 80%가 넘는 한국적 현실을 감안, 입원진료가 가능한 단과병원과 전문의원의 경우 기능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태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부교수는 13일 열린 대한병원협회 학술대회(KHC) '누구를 위한 의료기관 종별 구분인가?' 주제 포럼에서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대응하고, 의료 질 향상과 보건의료 필요를 효과적으로 충족할 수 있도록 현행 1∼3차 의료기관 종별을 기능에 따라 재분류할 것을 제안했다.
 
김 부교수는 DRG 개수·재원일수·수술 비율 등의 자료를 토대로 의료기관을 동일한 특성에 따라 그룹화 한 뒤 ▲권역거점병원(중증도가 높은 진료를 폭넓게 제공) ▲지역거점병원(수술·입원 비율이 높고 평균 재원일수가 짧은 병원과 경증 입원진료 서비스를 함께 제공) ▲지역병원(입원일수가 상대적으로 길고 경증 입원진료서비스를 제공) ▲아급성기 의료기관(급성기 이후 환자들의 기능이나 삶의 질을 회복시키는 서비스 제공) ▲단과의료기관(정형외과·안과·외과·이비인후과·산부인과·비뇨기과 등 단일 전문과목의 입원의료서비스를 주로 제공) ▲요양병원(정신과·신경계·근골격계·알코올 관련 질병에 대한 진료를 제공) 등 6개 유형별로 분류했다.
 
김 부교수는 '권역거점병원'의 경우 현행 43곳 상급종합병원에다 중등도·난이도가 높은 진료를 제공하는 500병상급 이상 종합병원 36곳을 포함, 약 80곳으로 분류했다.
 
새로운 분류안을 보면 '지역거점병원'은 500병상 이상 207곳과 병원급 57곳, '지역병원'은 종합병원 12곳·병원 172곳·의원 6곳이다.
 
김 부교수는 "현재 입원과 외래가 종별 구분 없이 이루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을 외래중심 의료기관과 입원중심 의료기관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면서 "광범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급성기 일반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좁은 영역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단과병원 혹은 전문의원으로 기능에 맞게 분류함으로써 입원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한 김 부교수는 "재입원 및 30일 이내 입원의료서비스와 신경정신계 입원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아급성기병원으로 분류해 급성기 이후의 입원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제안한 의료기관 분류. ⓒ의협신문
김태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제안한 의료기관 분류. ⓒ의협신문
 
토론에 나선 서진수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인제대 일산백병원장)은 환자의 자유로운 의료기관 선택과 이용 문제를 손보지 않고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의 수가·고시·정책은 몸에 맞지 않은 옷에 액세서리를 붙여나가는 식으로 하다보니 난마처럼 얽혀버렸다"고 진단한 서 보험위원장은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대형병원의 병상 증설과 외래 확대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선택진료를 폐지하고, 비급여를 급여화하면 대형병원의 문턱이 더 낮아져 환자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 보험위원장은 "외과계 의원의 입원병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인해 약 1년 반 동안 토론과 협의를 거쳐 마련한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의 권고안이 합의 직전에 무산됐다"면서 "의료전달체계의 당사자는 생계를 좌지우지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극렬히 반대할 수 밖에 없다. 극렬히 반대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전달체계는 빠른 시일 내에 하기는 어렵고, 전문의 시스템과 큰 병원을 선호하는 국민 의식 등을 같이 변화시켜 가면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서 보험위원장은 "특히 재정의 추가 투입 없이 총점을 고정한 채 진행할 게 아니라 추가 재정을 투입하면서 순기능 쪽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장은 "일반병원에서 하는 수술을 상급종합병원에서 한다고 종별에 따라 수가를 더 주다보니 양적 규모의 팽창과 쏠림현상을 가속화시켰다"면서 "행정편의상의 종별 구분이 1차 의료의 기능과 역할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병원장은 "종별이 아닌 전공의 교육 수련을 맡고 있다든지 중증환자를 많이 진료하는 병원에 대해 수가를 가산해야 한다"면서 "저수가를 정상화 하기에 앞서 병상 경쟁과 환자쏠림을 가속화하는 의료전달체계부터 먼저 확고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는 것은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라면서 "무산되기는 했지만 1년 반 동안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많은 인식을 했다. 앞으로 정책에 많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관의 기능별 분류가 순기능 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정 과장은 "기능별로 의료기관을 분류하는 것은 상당히 시사하는 게 크다"면서 "앞으로 종별 구분과 의료전달체계를 비롯해 수가를 투입하는 것은 또 다른 숙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13일 열린 '누구를 위한 의료기관 종별 구분인가' 주제 병협 KHC 포럼 참석자들. 왼쪽부터 김해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span class='searchWord'>서진수</span> 병협 보험위원장, 정은경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 박종훈 고대 안암병원장, 좌장을 맡은 강중구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장. ⓒ의협신문
13일 열린 '누구를 위한 의료기관 종별 구분인가' 주제 병협 KHC 포럼 참석자들. 왼쪽부터 김해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서진수 병협 보험위원장, 정은경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 박종훈 고대 안암병원장, 좌장을 맡은 강중구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장. ⓒ의협신문
 
청중의 입장에서 포럼을 지켜본 정융기 울산대병원장은 "울산광역시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병원이 지난해 상급종병 지정과정에서 105점 만점에 100점을 받고도 탈락한 이후 중증 환자들의 유출이 심각할 정도로 늘어났다"면서 "시간적·경제적으로 5배가 넘는 비용을 써가면서 다른 지역으로 진료를 받으러 빠져 나가자 지역병원들도 운영이 어려워졌다. 상급종병 지정 기준은 지역주민과 지역의료기관을 위한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정 병원장은 "지역사회에서 거점병원과 국책과제를 수행하는 역할에 가점을 줄 수 있도록 지정기준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 과장은 "국책사업을 많이 하는 데 대한 가점이 없었지만 다음 상급종합병원 지정부터는 진료권과 지정기준을 반영할 수 있도록 연구용역을 참조하고 여러 의견도 듣고 있다"면서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것은 상당히 낭비다. 지역에서 이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좌장을 맡은 강중구 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장은 "의료전달체계를 하는 이유는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막고, 한정된 자원으로 환자를 효율적으로 보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의사 소견서나 의뢰서 없이 환자가 병원을 가면 전액 본인부담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환자의 자유로운 의료이용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강 좌장은 "기능별 구분이 제도적으로 안착되려면 병원만 규제할 게 아니라 환자의 의료이용에 대해서도 해야 한다. 회송제도를 더 확대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마무리 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